INFP 가 살아가는 세상
나는 굉장히 외향적인 듯 보이는 내향형 인간이다.
밝고 사교적이고 사람들과 말도 잘 하고 바깥 활동에 무리가 없어보이는데
사실은 정 반대의 사람이다.
이 또한 내가 그저 규정지어서 나는 내향형이라고 인지시키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사람들을 만나 상처받기보다 혼자있기를 선택하는 걸 보면 내가 나를 내향형으로 몰고 가는 건지 원래 내향적 인간인건지 잘 모르겠다.
사람들을 만나 크게 상처받은 적도 없으면서, 왜 그리 두려워만 했을까.
꼭 필요한 순간이 되면 용기를 내어 애써 외향형 인간처럼 다가간다.
어린왕자 소설책의 어린왕자를 이해한다.
영어로 읽다보면 그의 캐릭터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단어로 fragile 이란 말이 굉장히 많이 나온다.
깨지기 쉬운, 부서지기 쉬운 이라는 뜻의 fragile 은 어린왕자의 성격을 잘 대변해준다.
나는 언제부터 그토고 깨지기 쉬운 사람이었을까.
분명 스무살 그 즈음, 많은 친구들과 어울렸고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을 그다지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모험심이 많았고 여행을 좋아했으며 처음 보는 사람들 속에서도 분위기를 띄우며 이끌어 가기도 했다.
하지만 리더자의 역할은 잘 하지 못했는데, 언제나 묻혀 있길 바랬던 그 시절 또한 기억해 본다.
반장, 과대, 부장 등의 역할은 내게 과중한 업무였다. 누군가를 이끌어간다는 것.
언젠가는 화려하게 반짝이며 빛나기를 바랐지만 언젠가는 까만 점처럼 눈에 띄지 않기를 바랐다.
이런 나의 이중적인 모습은 옷차림에서도 드러났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스커트를 즐겨입던 나는 어느순간부터 눈에 띄지 않은 티셔츠와 평범한 바지를 찾게 되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오르락 내리락 거리고 싶지 않았고, 그들 사이에 있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남들은 다들 잘 어울려 사는데, 나만 외톨이가 되는 것 같았지만
자발적인것인지 어떤건지 모르게 나는 어떤 누구와도 섞이지 않았다.
누군가를 애타게 찾지도 않았지만, 누군가 나를 찾지도 않았다.
누군가 나를 찾지 않은 것을 자각하자, 내가 찾지 않는 것으로 결론짓기도 했던 것 같다.
다들 어떻게 만나고 친해지고 생각과 마음과 생활을 나누는걸까.
나는 그저 내 앞에 놓인 하루를 살고 있었다.
잘 생각해보니, 나는 인간관계에서 내 자신의 모습에 자신이 없었다.
사람들은 썩 괜찮은 사람을 옆에 두고 싶어하는데
나는 스스로 그렇게 썩 괜찮은 사람은 아니었다.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사람 옆에 있으면 자신도 기운을 받는다고 한다.
반대의 사람 옆에서는 기운이 같이 빼앗긴다고 한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스스로 준비된 사람이 될 때까지 한 발자국 나아가지 못하기도 했다.
그런데 고립될수록 준비된 사람이 되어가진 못했다.
실수와 실패가 있더라도 실전이 필요했다.
나는 용기를 냈다.
사람들 사이에서 마음에 들지 않은 나를 발견하기도 했지만, 보완해가며 나를 다듬어가기로 했다.
그러다 나를 다듬고 싶지 않을 때는 그러한 관계까 다 무슨 소용이냐며 혼자 또 동굴 속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을 만나야 할 때면, 그 동안 준비가 안되었기에 다시 용기가 필요했다.
세상은 나에게 용기 그 자체였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래서 누구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는 나를 만들어가는 것
이것은 나에게 큰 숙제였다.
왜 좋은 사람이 되어야할까. 싶기도 하다가 나 혼자 동굴 속에서 살게 아니라면 적당한 관계 유지와 나만의 모습을 성장시키는 것은 필수적이라 느꼈다.
인간관계 속 다른사람에게 상처받기보다 내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는게 두려웠던 나는
나를 변화시켜야 했다.
너무 좋은 사람이 되려고도, 상처를 받지 않으려고도 부단히 애를 쓴다.
나는 어린아이들이 좋다.
아무런 조건없이 세상을 바라보고, 주는 사랑 이상으로 되돌려주는 마음.
판타지 속에 살곤 하는 나는, 이 세상이 너무 어렵고 사람들은 더 어렵지만,
조심스레 다가가본다.
내가 썩 괜찮은 사람이 아닐지라도 괜찮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
내가 품어줄 수 있는 사람들과 나를 품어줄 수 있는 사람들을 두루 만나보고 싶다.
인간관계에서 숨어버렸던 나는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
생각보다 나같은 사람들도 많다.
INFP 가 세상이 꼭 어려워 숨어버려야 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감수성 차고 넘쳐 상처받기 일쑤여도 내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간다.
사는 것에 정답도 없는데... 정답이 없어서 더 어렵지만,
오늘도 여러가지 고민을 싸매고 그래도 살아간다.
사람들 사이의 나, 내 안의 나를 바라보며 살아간다.
혹시 아나, 이러다 내가 정말 리더자로 성장해버릴지.
세상은 꿈꾸는대로 살아진다는데
여러 사람 속 리더자가 된 나를 상상해볼까.
정말 쌩뚱맞지만, 상상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