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키는 것들
우리는 누구나 매일 조금의 위로가 필요한 것 같다.
그 위로를 친구에게, 가족에게, 때론 전문가를 찾아 얻곤 하지만
가장 가까이 있는 내면의 나에게 손을 뻗어볼 생각은 잘 하지 못했다.
내 안에 내가 너무나 많기에, 그 무수한 나 중에서 하나의 나를 찾아 위로를 건네기로 했다.
누구보다 나를 잘 알고 있는 내가 나를 지키고자 환경설정을 구체적이고 계획적으로 시도해보기 시작했다.
우선, 나는 오감이 다 예민하다.
후각- 일단 냄새에도 민감하고,
청각- 시끄러운 것은 못 참는다.
시각- 어질러져 있어도 견디기 힘들며
미각- 먹는 것도 탐한다.
촉각- 까슬거리는 옷과 불편함을 못 견딘다.
이토록 까칠하고 예민할 수 있는 나는,
나를 있는 그대로 이해해주고 싫은건 덜고 좋은건 더해보기로 했다.
후각- 좋은 향을 곁에 둔다.
지금 내 책상에는 노란 후레지아 꽃이 있다.
꽃향기를 맡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니깐.
일하다 무심코 코 끝에 와닿는 향기,
그냥 그 곳에 있을 뿐인데 나를 어루만져주는 기분이 든다.
시각- 꽃은 시각적으로도 나를 웃게 한다.
이 화사함. 산뜻함. 예쁨
그래서 봄은 좋은 날인가보다.
그냥 걷다 만난 알록달록한 자연의 색들,
이름모를 꽃들조차 다 예쁘고 그것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니깐.
또, 매일 출근길이 즐겁도록 퇴근 후 집에 오면 내일 입을 옷을 골라본다.
20대 때는 그냥 예쁜 것이 좋아서, 나름대로 꾸미기를 좋아했던 것 같다.
그런데 살다보니 외적인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과 그것까지 신경쓰기에 바쁘다는 이유로
20대 때의 내가 전혀 꾸미지 않은 선배들을 볼 때 괜히 아쉬워했던 그 마음을 잊어버렸다.
내면은 물론이고 외적으로도 자신을 가꾸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되새기며
단정하고 깔끔하고 당당하고 예쁘게 나와 주변을 가꾸어가고 있다.
최근 자기 성장을 다룬 책에 방 하나를 예쁘게, 아주 예쁘게 꾸며보라고 한다.
그 말의 의미를 깊이 알겠다.
내 공간과 주변을 가꾸는 일에 정성을 다하고 싶다.
청각- 매일 상황에 알맞은 음악을 선택한다.
아침에는 산뜻하고 경쾌한 음악, 일을 할 때는 차분한 피아노 음악, 저녁은 풍부한 째즈음악
그리고 어떨 때는 아무 인위적인 소리가 없는 공간에서 듣는 자연의 소리
미각- 커피 그리고 차
맛있는 음식이면 너무 좋겠지만, 원하지만 아직 잘 되지 않는 분야가 요리이고 식생활이다.
그렇지만 다행인 건, 나의 미각을 만족시켜주는 고마운 커피가 있다는 것이다.
일할 땐 아쉬운대로 캡슐커피를 따뜻하게 내려마시지만,
아침 첫 모금은 따뜻한 차 한잔과 그 후 내려마시는 핸드드립 커피는
단순한 미각이 아닌 나의 기분을 만들어준다.
촉각- 몸에 맞는 편안한 옷
잘 맞지 않지만 욕심껏 핏이 좋아 샀던 청바지. 하루종일 입고 있을 때면 기분이 불편하다.
내 몸에 맞는 옷과 촉감을 선택한다는 것으로도 내 몸을 존중해주는 기분이 든다.
이 뿐만 아니라 내가 사용하는 샴푸, 바디로션, 소스 그릇, 젓가락부터
산책, 명상, 일기,
그리고 필수는 아니지만 내가 선택해서 하는 꾸준히 하는 것들- 외국어공부, 독서 등은
나를 위로하고 이해하고 어떨 때는 깊이 어루만져준다.
뭐 하나 제대로 이룬 것도, 하는 것도 없는 것 같은 생각이 아주아주 자주 들곤 하는데
그래도 내가 나를 챙긴다.
이제는
내가 또다른 나를 만나고 매일 조금씩 위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