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는 것의 대부분

판단 미스에 의한 자책

by 애플슈즈


후회란 원래 "-했어야 했는데." 이기에


지나간 과거에 대한 자책이다.


그 이유는 대부분 그 때의 판단 미스에 의한 자책이다.



요즘은 초등교사가 기피 직업 1순위에 속한다고 한다.


나는 내 직업에 대한 자부심가 강하고 내가 이 일과 어울리며 제법 잘 한다고 생각해왔다.


배우고 가르치는, 교육하는 것을 좋아하고 한없이 다정해지는 나를 발견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수업에 대한 생각 뿐 아니라 학급경영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다.


교육에 대한 나만의 철학이 있고 나의 교육관으로 이루어진 학급은 서로 즐거운 공동체로 성장하기에 좋았다.


올해는 가장 중심지 학교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내가 이 동네 학부모이자, 선생님으로서 학교를 바라보니


선생님으로서는 도저히 피곤해서 다니기가 싫은 학교가 되어가고 있다.


아이들이 문제가 아니다.


아이들은 그럴 수 있다.


내가 겪은 건 교권추락과는 아직은 크게 상관이 있지는 않지만,


(요즘은 그런 일들도 주변에 적지 않게 들려오는게 슬픈 현실이다.)


1학년도 아닌 고학년인데, 학부모 민원 상담을 하느라 학교 생활에 집중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지금 새벽 3시. 잠을 못 잔다.


물론 이런 일들이 생겨서 고민해서 잠을 못자는 건 나의 예민한 성격 탓이 있다.


그런데 내 예민함의 큰 이유가 그 때 판단 미스에 대한 후회라는 생각이 든다.



본론.


저번주에 학교에서 A학생이 실수로 B학생에게 상해를 입혔다.


점심시간이었고 나는 그 곳에 없었다.


모든 안전 사고에 선생님 잘못을 하려거든, 아이들이 최소한의 동선만 유지하고 가만히 앉아있어야 한다.


모두들 그걸 원하지 않고, 놀다가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다.


처음에는 양 측이 다 이해하고 사과하는 모습이었지만,


시간 지나고 생각해보니 서로 다 억울한거다.


피해 측 입장에선, 가해 측과 더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서 선생님을 통해서 이야기하겠다며


점심시간에 전화가 왔다.


???


선생님을 통해서 왜 이야기를 하나,



'이러이러한 얘기 전해주라'


'제가 전하기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지금 제게 말씀하신 그대로를 상대측에 말씀하시면 됩니다.'


'말했는데도 그런다. 내가 왜 이런 얘기를 들어야하나.'




중재자 역할에서 빠져야 한다고 주변 선생님들께 들었고, 나도 그렇게 생각하기에


말씀 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어쩌면 나에게 간곡하게 들렸나보다.


아니면, 내가 거절을 못하는 바보 멍청이라서.


10분을 통화하고 수업시간이 다 되어


1. 말씀하신대로 가해측에서 배려해서 보험사에서 얘기해주지 말고 사실 그대로로 전해달라.


(선심쓰듯이 보상비 받는거 불편하다는 입장이셨다. 있는 그대로로 전달해달라고 했는데 왜 피해측에 더 보상 잘 되게 이야기해준다고 하고 거기서 끝내지 않고 이런저런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들어야 하느냐.)

-물론 괄호는 전하지 않았다.



2. 학교 측에서 할 수 있는 건 절차를 밟아 진행해보겠다.




문제는 1번이다.


스트레스 받는 상황은 종료를 시키고 싶어서, 얼른 끝내버리고 싶은 나의 마음도 바보 멍청이.


이렇게 끝나지 않고 나에게 화살이 되어 돌아오는데.


결국 1번을 전하자 가해 어머니는 더 기분이 나쁘지 않겠나.


주기로 했던 보상을 취소하셨다며 퇴근 후 학교 연락이 왔다고 한다.


퇴근해서 다행이고 아니면 나는 또 전화를 붙들고 있어야 했을 것이다.


피해 학생 측에서는 잠못자겠다며 기분이 안좋다고 하셨지만,


결국 선생님까지도 잠못자게 만드는 상황이 되어버린.



그냥. 내가 죄송하지만 그런 말씀을 가운데에서 전하기는 어렵습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물론 그렇게 말했지만 말이 끝나지 않아서 내가 그 대화에서 그냥 지게(?) 된거다.)


그래도 안되는건 안된다고 했어야 하는거다.



죄송하지만 저는 그런 부분은 어렵습니다.


학교측과 얘기해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이렇게 했어야 하는거다.


대화의 메뉴얼이 있었으면 좋겠다. 정말.




내가 이 직업이 좋았던 큰 이유 중 하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교실에서 우리끼리 만들어가는 안전한 공동체.


다른 어른들로부터 나조차 보호받고 싶은 약하디 약한 존재라서.


교실에 있으면 편안했다.


우리반과 라포를 쌓고 그 안에서 즐거운 공동체 생활을 하면 되는거라,


불특정다수를 만날 일이 없어 좋았다.



그 동안 만났던 학교, 학생들, 학부모 등 생각해보면


나도 변했고, 시대도 변했고, 동네도 변했지만


올해만큼 좌절을 겪을 때가 또 있었나싶다.



아이들과의 문제는 괜찮다.


요즘은 ADHD도 흔하게 볼 수 있고 이 또한 부모님만 호의적이시고 가정에서도 함께 케어하면


가정과 학교가 합이 맞게 교육되어 정말 좋게 발전하는 사례도 현재 경험하고 있다.


학교에 말을 안했을 때가 문제지, (이것도 올해 겪었다.)


서로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교육해가면 된다.


보통 아이들과 다를 때는 다름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교육을 하면 되는데,


그 다름을 정하는 기준이 모호하겠지만, 단체생활에서 어려움이 있는 학생이라면 있는대로 받아들이고


그에 맞춰 교육할 방법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문제는 나도 학부모지만,


정말 부모님과 소통이 어려울때다.


나는 학부모를 어려워한 적은 없었는데,


올해는 희한하게 유독 어렵다.


선생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학부모는 사실


연락을 안하는 학부모일거다.


여러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겠지만,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연락을 안해주는게 사실 신경쓸 일이 없으니깐.


나는 더 아이들에 대해 얘기해주고 싶고 혼자 알기 아까워서


자주 전화하고 말씀드리고 했었는데,


이렇게 지금은 온도차가 심하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나에게 요구하는게 다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보기에 작은 일에도 연락하고, 아이들 사이의 문제들을 엄마를 통해 들어서 해결해주길 바라는게


점점 더 저출산시대, 현재 도시 아이들의 전형적인 모습인 것 같다.


얼마 전 비혼이 증가하는 시대에 결혼정보회사가 사업이 잘 된다고 하던데,


이유는 지금까지 어렸을 때부터 부모에게 모든 것이 매니지되어 왔기 때문에


짝 마저도 그 안전한 선에서 한정되어 고르고 매니지되는게 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대가 변했고 직업에 대한 인식도 변했다.


편하게 시간만 떼우다 가는 식으로 일하고 싶지는 않다.


그건 인생 시간 낭비니깐.


그래서 누구보다 내 직업에 대한 생각, 태도, 가치를 가지고 일하고자 했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나를 힘들게 한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내 능력이 부족해보이고, 내가 스스로 하는 일에 대해 지는 느낌이 싫었던 것 같다.


내 탓이 아니다. 내 잘못이 아니다.


'그 때 그랬어야 했는데' - 그렇게 못했다면


앞으로는 그렇게 하면 된다.



이론으로 잘 알고 있는데, 나 지금 5시30분에 일어나서 아이 도시락도 싸고


공개수업준비도 해야 하는데, 잠이 다 깨버렸다.


4시.



'-했어야 했는데'로 귀결되는 일에는 잠못자는게 내 예민한 성격이라지만,


이런 일은 극히 드물다. (인생에서는 물론 종종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1년 주기로 봤을 때)


올해는 아마도 처음이지 않나.


매년 찾아오는 고민 불면인지.




이너 피스를 찾고 감정과 상황과 나를 분리하는 걸 조금은 안다고 생각했는데


많이 연습이 필요하나보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명상과 요가를 하는건지.


내 복잡한 마음도 털어내고 싶다.



내일은 두 학부모를 포함해 다수의 학부모들이 공개수업에 오는 날인데,


수업은 생각이 안날만큼 혼란이다.



그래도


다 잘 될거야.






잘 지 나 가 길 바 라 며





내년엔 또 휴직해야 하나.. ㅠㅠ

이런 멘탈로 무얼하며 살아가나 싶지만,

마음공부를 많이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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