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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플쌤 Apr 11. 2020

영어책 읽히는 엄마 #3

#3 이제 챕터북으로 넘어갈 시간

아이에게 적극적으로 책 읽기를 시작하면서 그림이 많고 글자가 적은 비교적 쉬운 단계의 책들을 많이 읽히기 시작했다. 아직은 글 위주의 책보다는 그림 위주의 책이 아이에게 더 흥미로울 것 같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내가 아이에게 주로 읽혔던 책들은 다양한 출판사에서 나온 리더스북 시리즈였는데 새책을 한 세트씩 들여 읽힐까도 했지만 일단은 아이와 중고서점을 자주 가서 관심 있는 책을 구입해 읽히기 시작했다.          



처음 중고서점에 갔을 때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 원서의 양에 놀랐고 생각보다 책 상태도 깨끗해 마음이 놓였다. 아이들 원서 코너에서 나는 주로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그림이 있는 동화책이나 리더스북을 찾아내어 읽어주기도 했고 아이도 마치 보물을 찾아내듯 관심 있는 책들을 꺼내다가 읽어냈다.

새책에 비해 많이 저렴한 가격에 매력을 느껴 한번 방문할 때마다 아이가 읽을만한 책들을 10권 이상씩 구입해서 집으로 가져와 읽히기도 했다.

중고서점에서 리더스북의 가격은 1000원대로 꽤나 저렴했기 때문에 집에서 다 읽고 보지 않는 한글책을 팔아 받은 금액으로 구입해 가져올 수 있었다.

방학이기도 했고 학원을 가지 않아 시간적 여유가 생겼기 때문에 아이는 생각보다 많은 양의 책들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러던 중 당시 2학년이었던 지인의 딸이 1학년 때부터 챕터북을 읽어왔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챕터북은 한글책으로 말하면 문고판 도서와 같은 개념으로 소설보다는 내용이 단순하지만 챕터가 여러 개로 나뉘어 있고 페이지별로 그림의 비중보다는 글의 비중이 더 많은 저학년용의 도서이다.            



한글 책들은 보통 흰 종이에 컬러로 되어있고 글자 크기도 그리 부담되지 않는 정도의 문고 도서들이 많이 있지만 영어 원서 챕터북을 살펴보면 신문지 종이에 글자도 작고 그림도 흑백인 경우가 많다. 어른인 내가 읽기에도 살짝 망설여지는 비주얼의 책을 과연 어린아이들이 읽기나 할까 하는 생각에 내 아이의 독서 목록에서 제외시켜왔다.          

그러나 우리 아이 또래의 다른 아이들이 할 수 있다면 이건 얘기가 달라진다. 다른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는다면 우리 아이도 흥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나는 먼저 인터넷 검색으로 지인의 딸이 읽었다는 챕터북 중 Magic tree house를 찾아보았다. 블로그에는 이 책을 재미있게 읽고 있는 저학년 아이들의 경험담들이 많이 나와있었다. 게다가 유치원생들 중에도 이 책을 재미있게 읽는다는 후기도 더러 볼 수 있었다.

내가 그동안 너무 그림 위주의 책만 골라 읽혔던 건 아닌지 괜한 편견에 우리 아이의 기회만 빼앗은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딸아이와 함께 알라딘 중고서점에 가서 Magic tree house 몇 권과 한글 번역본 한 권을 구입했다. 영어 챕터북의 가격대는 오디오 포함 2000~3000원대였고 오디오 CD가 포함되지 않은 책의 경우에는 1000원대의 책도 있었다. 내심 괜히 챕터북을 들이밀었다가 책을 싫어하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마음먹은 김에 한 번 읽어주기나 해 보자 하고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와 나는 먼저 한글로 된 책을 한 챕터 읽어주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내용이 흥미진진했던 터라 아이는 귀를 기울여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한 챕터가 끝나고 두 번째 챕터는 영어책으로 읽어주었다. 이 책은 그림 동화에 비해 글밥이 많지만 문장이 그다지 어렵지 않아 아이가 읽기에 크게 무리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한 줄 한 줄 돌아가며 읽기, 따옴표 안의 글은 아이가 읽기 등등 여러 가지 읽기 방법을 활용해가며 한 챕터를 읽어냈다. 한 챕터가 끝난 후 아이의 반응을 보자 빨리 다음 장으로 넘어가고 싶어 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그동안 그림이 주가 되어 스토리를 이끌어갔던 책들만 보다가 스토리 중심의 책을 만나니 아이에게는 새로운 즐거움이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아이와 나는 한 챕터씩 한글과 영어책을 번갈아가며 책 한 권을 다 읽어냈고 아이는 다른 시리즈도 사서 읽어보고 싶다며 서점에 가자고 나를 재촉했다.          



아이의 영어교육과 관련된 여러 도서들을 읽어보면 같은 레벨의 책을 100권 이상 읽으면 다음 레벨로 넘어갈 수 있는 단계가 된다고 나와 있다. 엄마가 보기에 쉬운 레벨이라고 우습게 보지 말고 아이에 맞게 단계별로 착실히 읽혀나간다면 엄마의 생각보다 훨씬 더 쉽게 아이의 읽기 능력이 향상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준비가 되었을 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보는 것도 중요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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