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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플쌤 Apr 13. 2020

[그림일기] 블랙 앤 화이트 마녀

오늘도 나는 오락가락...



말레이시아 강제 집콕 29일 차가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온전히 집에만 콕 박혀 지내게 된 요즘..

아침 일찍 일어나 모닝 루틴을 마치고 오늘은 좀 더 잘 지내봐야지 하며 하루를 시작하지만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나의 다짐은 무너져버린다.



코로나 사태로 말레이시아 국경이 봉쇄되면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고 문을 닫았고 쉬는 기간 없이 집에서 온라인 학습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엔 아이들도 나도 의욕에 넘쳐 모든 것이 재미있었고 신선하게 느껴졌었지만

이러한 일상이 계속되다 보니 아이들도 나도 점점 나른해지고 무기력해지는 시간이 늘어가는 것 같다.



아이들을 깨워 밥을 먹이고 학습을 시키고 또 과제 수행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도움을 줘야 하는 엄마의 일은 생각보다 많이 버겁게 느껴진다.

마치 못된 블랙 앤 화이트 마녀가 된 것 같이 아이들에게 차가운 눈빛을 쏘고 아이의 작은 실수에도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가는 오늘이다.



이번 주 금요일에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선생님 앞에서 자신들의 학습 결과물들을 발표하는 쇼케이스를 하게 된다. 온라인을 통해 진행되는 이 쇼케이스는 원래는 선생님들과 준비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선생님들께서 아이들에게 과제의 형태로 발표를 준비시키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신의 과제를 알아서 척척 수행해낼 리가 없고 결국 이 모든 짐이 또 엄마의 어깨에 내려질 거라는 불안이 엄습해온다. 학교 측에서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학부모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게 하는 건 아닌지 학교 또한 살짝 얄미워진다.



요 며칠 내 모습을 살펴보면 꼭 정신 나간 사람처럼 순간 울컥했다가 풀어졌다가를 반복하고 있는데 아이들에게 상냥하고 친절한 엄마의 모습을 보였다가도 한순간에 차갑고 사납게 변해버린다. 아이들의 작은 실수에도

쉽게 흥분을 하게 되고 기가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고 만다.

이런 엄마의 모습을 보는 아이들도 엄마가 왜 저럴까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주말엔 학교 온라인 학습 일정이 없으니 우리의 패턴대로 책을 읽고 놀이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덜 지친다. 주말을 보내고 난 후 맞는 월요일이 일주일 중 가장 힘이 드는 것 같다.



한동안 이런 삶이 계속될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며 잘 지낼 수 있을까...

고민을 좀 더 해보아야겠지만...



우선.. 나만의 시간을 조금 더 확보해야겠는 생각이 든다.

하루 종일 아이들 뒤치다꺼리만 하다가 혼이 쏙 빠지는 듯한 느낌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생활은 나를 더 지치게 만든다. 일부러라도 아이들과의 거리를 유지하고 나의 패턴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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