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공상과학 소설 쓰기에 관하여
언젠가 아이언맨 영화를 보며 너무 신이 난 나머지 심장이 쿵쿵 계속 뛰었던 적이 있었다.
아이언맨이 수트를 입고 날아다니는 모습이 마치 내가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언젠가 저런 수트가 만들어지면, 나도 입어볼 날이 오겠지?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
사실 대부분의 SF영화에 나오는 소위 'Cool'한 장면들은 우리를 기대하게 만든다. 보기만 해도 멋있어서 속이 시원해지고, 심지어 계몽(enlightenment)당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영화 'Her'과 같이 소소한 일상속의 변화에서부터 우주침공까지 상상의 범위는 넓고 다양하다.
이렇게 어려서부터 공상과학소설이나 영화를 보고 자란 우리는 언젠가부터 현실에서 비슷한 모습들을 발견한다. 영화 속에 나온 기술이 그대로 구현되어 누구나가 사용하고 있는 기술이 되어 있다(그 사례는 많으나 설명은 생략하겠다). 그러다 보면 문득 드는 의문은, 저런 상상을 누군가 먼저 하고 그것이 구현이 된 것인지, 누군가 이미 연구된 기술을 갖고 SF영화를 만드는 건지,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가 궁금해진다. 얼핏 생각해보면 전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이 되지만 사실 요즘의 SF영화들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SF소설가가 상상한 내용을 영화로 만들고,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열망하고 상상하게 된다. SF는 일종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심어준다. 우리가 'Cool'하다고 생각했던 기술은 사실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잡아 그것이 세상에 나왔을 때 두 팔 벌려 환영하게 만든다. 그 멋진 장면을 본 순간 우리는 이미 그것에 빠져들어 일종의 '욕망(desire)'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기술 개발자, 과학자...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만들어내는 사람들 중 가장 최첨단에 서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한때 정지훈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모든 미래적 욕망의 근원에 관해 질문했던 적이 있었다. 내가 내린 답은 'SF소설가'였다. 사람들로 하여금 멋진 미래를 상상하게 만들어 그것이 곧 현실화 되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 비저너리(Visionary)들이 기술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도 비전을 심어주고, 기술자 집단, 제품/서비스를 만드는 집단은 제시된 멋진 비전을 현실화시킨다.
HCI/UX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이렇게 미래를 상상하는 것은 중요한 역량이다. 짧게나마 접한 HCI 연구의 특성상 무언가 새로운 기술 혹은 현상에 대해 탐구하거나 심지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연구 과정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미래의 기술을 상상할 수 있어야만 그것에 관해 공부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필자는 연구자로서, 그리고 언젠가는 소설가가 되고 싶은 사람으로서 작은 공상과학 소설 쓰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SF앞에 Small을 붙인 이유는 굳이 거창하지 않고 소소한 미래에 관해 단편적인 글을 쓰고자 하기 때문이다. 기승전결이 탄탄한 장편 소설을 연재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상상하는 연습을 하기 위해 짧지만 선명하게 장면을 그릴 수 있는 글을 쓴다는 것이다. 사용자 조사(User Study)방법론 중에 페르소나와 시나리오 기법이라는 방법론이 있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할 것 같은 페르소나를 만들어서 그 사람의 하루를 서술하는 기법이다. 이런 방법론들을 차용해서 미래를 상상해볼 예정이다. 덧붙이자면, 소설 쓰기를 좋아하는 작가님들과 함께 하고자 하니 언제든지 신청해 주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