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벤더의 숲

by 정월


“단단한 초록잎의 라벤더가 숲을 이루고,
달이 뿜어내는 밝고 푸근한 빛이
우리를 감싸는 이곳에서
다신 볼 수 없는 순간을 -“


가족들과 라벤더로 유명한 한 카페를 찾았다.

엄마캥거루가 아프고 난 뒤로는 근 10년 만이었다.

이날은 출가한 언니까지 함께하니, 어릴 적 아무것도 모르던 철부지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우리는 실없이 말장난도 치고 서로를 놀리며 걸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어릴 땐 뒤에서 지켜봐 주시던 부모님이

지금은 앞서 먼저 걸어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바통터치하듯 그 뒤를 우리가 걸어가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언니가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늦둥이 동생은 대학졸업을 앞두었다.

온전히 우리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거창하지 않은 이날,

문득 ‘행복은 거창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가 서로를 보며 저절로 웃음 짓는 이 순간이 바로 행복이었다.


‘행복은 언제나 네 곁에 있어.’라는 말이

역시 틀린 말이 아니었다.

단지 느끼지 못할 뿐이었다.


카페 외부가 걷기 좋게 조성되어 있어,

우리는 바깥으로 나와 산책을 했다.

이곳은 단단한 초록잎의 라벤더가 숲을 이루고,

값비싸 보이는 소나무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연못 근처 개울가엔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개구리밥들도 한몫했다.


저물어가는 푸른 숲을 단란히,

우리는 라벤더 잎들이 군림하는 길을 걸었다.

잎들은 가을이 가기 전 연례행사를 마무리하는 듯,

용감히 서 있었다.


솟은 언덕을 지나쳐간 가족들의 인사를 대신했다.

나는 손끝으로 살짝 잎들을 쓸며, 키 작은 정병들을 격려했다.

라벤더가 스쳐간 손끝에서 은은한 향이 맴돌았다.


엄마캥거루의 얼굴이 보름달처럼 환하게 빛났다.

아빠는 달의 그림자처럼 그 뒤를 든든히 지켰다.

쌀쌀한 산들바람이 우리를 한바탕 훑고 지나가도 여전히 따뜻했다.


나는 고요히 그 풍경을 음미했다.


달이 뿜어내는 밝고 푸근한 빛이 우리를 감싸고,

동생은 다시는 볼 수 없는 순간을 사진으로 담아냈다.

우리가 함께하는 웃음은 라벤더의 향처럼 은은히 퍼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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