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캥거루가 운동 삼아 거실을 돌며 내게 말을 걸었다.
“미안하네. 미역국 끓여줘야 하는데…”
책상에 앉아 글을 쓰던 나는 그 말에 멈칫했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 엄마가 내게 먹고 싶은 음식이 있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나는 별생각 없이 미역국이라고 대답했는데, 그 대답에 대한 연장선이었나 보다.
다가올 내 생일에 맛있는 걸 해주고 싶다며 웃음 짓던
엄마의 목소리가 오늘은 유독 힘이 없었다.
요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걱정되셨던 모양이다.
“괜찮아. 내가 미역국 끓여 먹으면 되지.”
나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엄마는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물어보지 말걸 그랬다며 자책했지만, 정말로 난 괜찮았다.
마음이 느껴졌으니까.
나를 애정하는 그 마음이.
시무룩해진 엄마를 보며 생각했다.
엄마는 가끔 소녀 같다고.
아마 마음의 꽃밭이 있다면, 젊은 나보다 더 밝고 환한 꽃들이 활짝 피어 있을 거라고.
나는 엄마에게 되레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런 마음을 느끼게 해 줘서 고맙다고.
한 손을 가슴 한가운데에 얹고 잔망스럽게 인사를 했다.
엄마의 웃음이 꽃처럼 환하게 피어났다.
그 밝은 웃음이 난 참 좋다.
가끔 엄마의 거침없는 말투와 행동에 발끈하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의 마음은 늘 느껴졌다.
나이가 들어서야 알게 되었다.
이런 애정의 표현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건 아니라는 걸.
엄마의 따뜻한 마음을 받을 수 있어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을 엄마로 만날 수 있어서,
나는 참 행운이었다.
그러다 문득 알게 되었다.
이런 게 사랑이구나, 하고.
사랑은 일부러 보이려 애쓰지 않아도 소중한 마음이 흘러나와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것이었다.
나는 그 마음이 사라지기 전에 붙잡았다.
그리고 고스란히 마음속에 담아 두었다.
그 애정하는 마음을 차곡히 쌓고 또 쌓아,
언젠가 그 사랑이 찬란히 흘러내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