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16일
아직 많이 무덥다. 요즘 우리 같은 집은 없을 거라고 딸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밤에 잘 때는 창문을 닫아야 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창가에 팻말만 붙이면 된단다. ‘집에 에어컨 없음’. 자기가 도둑이라도 이리 더운 집은 피할 거라고. 올해는 처음으로 심각하게 고민이 된다. 집집마다 토해내는 뜨거운 열기 때문에 지구가 점점 더워진다니. 나라도 참아야지. 소는 누가 키울까 싶어서. 며칠 쓰자고 커다란 쇳덩이를 일 년 내내 참아야 하는 것도 힘들고.
거기다 아침 6시부터 옆집에서는 지붕 공사를 한다. 더위와 소음, 쌍으로 나를 괴롭히도다. 도서관에나 가자 싶어 나섰다. 나 같은 피서객이 많은가. 만원이다. 큰소리는 탕탕 쳤으니, 뭔가 시작해야 할 텐데. 너무 더우니까 엄두가 안 난다. 글쓰기부터 시작해야지. 관련 도서 코너로 갔다. 큰 기대는 안 했는데 의외로 꿀 팁이 많다. 생각만 알차고, 실행은 게으른, 나 같은 사람을 은근히 부추기는 힘이 있다.
처음 글을 시작하는 방법, 목차 만드는 법, 한 꼭지에 실을 글의 분량, 출판사에 투고하는 법, 채택되면 대처하는 법, 계약서 쓰는 법, 출간 후 해야 할 활동까지. 꽤 구체적인 내용이다. 이대로만 하면 문제없으려나 갸우뚱한데. 어김없이 붙는 말, 잘 만 쓰면 돈과 명예가 따라온단다. 꼬드김이 너무 원대해서 웃음이 난다. 출간의 문턱도 넘을 수 있으려나 싶은데. 그나마 솔깃한 구절은 ‘초고는 누구나 엉망진창’이라는 것. 그러니 ‘그냥 후다닥’ 갈겨쓰란다. 생각이 달아나기 전에. 글이 있어야 교정을 하지, ‘없으면 고칠 수도 없다’고. 이 말이 인상적인 이유는 내게 딱 필요한 조언이기 때문.
2016년 8월 20일
<채식주의자>로 마지막 수업을 했다. 정독도서관 빌려 공개강좌로. 거의 수강생이지만, 낯선 분도 몇몇. 원론적인 질문으로 토론을 시작했다. 소설이란 무엇일까? 왜 소설을 읽는가? 작가는 왜 소설을 쓰는가. 기본적으로 소설은 작가의 문제의식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형식이다. 그러니 소설에 등장하는 사건이나 소재, 인물의 행동이나 직업까지도 작가의 치밀한 계산인 셈인데. 그 모든 것에 의문을 던져보면 이해하기가 쉽다.
만약 독자가 그걸 읽고 감동을 받거나, 절절히 가슴이 아프다면, 작가는 설득에 성공한 셈이 된다. 상까지 받으면 공신력을 획득하는 정도. 그런데 소재나 사건을 작가의 경험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종종 출현하니. 공개강좌는 기본 전제에 대한 이해정도를 파악해야 하니 서두가 좀 길다. 수준도 천차만별. 그래서 또한 재미있기도 하고. 문학 무용론을 펴는 분 때문에 토론이 더 뜨거웠다. 그 열띤 분위기에 놀라는 분도 있고.
다시 이어진 폐강에 대한 아쉬움이라니. 이런 애정을 어찌 감당해야 할지. 잠시 행복에 젖다가, 빨리 일을 진행해야겠다는 조바심이 나기도 한다. 이제 정말 쓰는 일만 남았다. 지금 아니면 평생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고 실천에 옮기지 못할 일. 지난 5년간의 독서모임 분투기를 써서 독자를 설득하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고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