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19일 화
어젯밤 로얄 아카데미 측에서 미리 알렸는지, 강의실에 도착하니 수강생들이 의아하게 쳐다본다. 수업은 뒷전이고 질문이 쇄도한다.
-도대체 뭘 하려고 하세요.
-언젠가 제가 말한 그 공간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그전에 글도 좀 쓰고 싶고요.
-그럼 독서모임은? 언젠가 다시 하는 건가요.
-그럼요. 공간을 마련하면 연락드릴게요.
-여기 아카데미 공간이 얼마나 좋은데, 꼭 다른 곳을 찾을 필요가 있나요. 한 달에 한 번인데 그냥 독서모임하면서, 글도 쓰고 공간도 알아보면 되잖아요.
-여기는 아카데미에 소속되어 있어서. 제가 좀 더 주도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려고요. 더 미루면 용기를 못 낼 것 같거든요. 모두에게 정말 미안하고 또 갑작스럽겠지만. 그만 중단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영부영 지나면 나중에 후회될 것 같기도 하고. 제가 생각보다 여러 가지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못 하거든요.
-구체적으로 어떤 곳을 원하세요. 찾아보면 주위에 빈 공간이 꽤 있거든요.
-저도 정확한 건 잘 몰라요. 막연히 서점을 겸한 독서모임 장소 정도.
-그럼 북 카페를 말하는 건가요?
-아뇨, 그런 일반적인 상업 공간은 아니고. 저도 이게 가능할지 아직 자신은 없지만. 우선은 제가 엄선한 책만 판매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걸 구입한 사람 중에서 원하면, 토론에 참가할 기회를 주려고요. 저는 그런 분들을 모아 모임을 만들고, 지금처럼 자유롭게 토론하게 하는 거지요.
-사람을 모으는 게 관건인데, 그럼 서점이 있다는 건 어찌 알리려고요?
-그래서 글을 써 보려는 겁니다. 여러분과 한 이 활동 과정을 소재로. 그래서 책이 출간되면 그걸 또 적극적으로 알려야겠지요. 산 넘어 산이지요? 저도 압니다. 그래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더 늦기 전에.
순간 정적이 흐른다.
-꿈같은 이야기지요? 저도 압니다. 그래서 수업을 다 접고, 집중하려고요. 만약 계획대로 된다면 여러분께 꼭 알릴게요. 와서 축하해 주실 거지요?
수업을 어찌 끝냈는지. 애정 어린 이별 선물도 주고받았는데, 정신은 멍하다. 약간 공황상태에 빠진 듯. 너무 힘이 없어 결국 택시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일까. 도대체 실현 가능한 일인지. 자신이 하나도 없다. 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