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업식을 치른 지 한 주가 막 지났을 무렵, 대형 사건이 일어났다.
저자와의 대화.
이 소식을 들은 지인들은 탄성을 질렀다.
와우 섭외력 대단하네요.
벌써 저력을 보여주는 건가요?
솔직히 말하면 나는 저자와의 대화나 사인회 같은 행사를 별 좋아하지 않는다.
저자는 글로 말하면 되는 존재이고, 독자는 책에서 길을 찾으면 된다는 지론.
그래서 그런 행사에 가본 적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된 사연이냐면?
내가 저자를 섭외한 것이 아니라,
책이 저자 지인의 눈길을 사로잡아 성사된 일이라고 할까?
평소 김산하, 김한민 형제의 책을 좋아한다.
그래서 두 분 저자의 책이 추천 목록에 들어있다.
<비숲>과 <그림여행을 권함>, <카페 림보>이다.
좋은 책으로 독자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어 고맙다고 생각했지만.
그리 적극적인 성격은 못되고, 방문객에게 재미있는 책이라고 설명하는 정도.
덕분에 책방을 열고 가장 많이 팔린 책이 <그림여행을 권함>이다.
여행의 계절이 돌아와서 그런가?
발상의 전환에 도움이 될 거라고 하면, 그림이 많아 부담스럽지 않을 것 같다면 사간다.
우리 책방의 로열석인 길 쪽 창가에 그 책을 진열하고 불을 켜두었는데.
저자의 누나가 마침 이 동네 주민이어서.
골목을 지나다 동생의 책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을 sns에 올린 것이다.
평소 그쪽으로는 고개를 돌리지 않아 거의 휴면 계정인데.
우연히 누나의 글을 보고 나도 반가워서 언제 한번 책방에 들르시라고 했던 것.
지난 주말 다시 온 메신저, ‘동생이 마침 포르투갈에서 잠시 귀국했는데, 원하면 저자와의 대화’를 주선하겠다는 게 아닌가?
어리둥절 그 자체.
어찌해야 할까?
지인에게 의논했더니, 무조건 해야 한다는 의견.
막 출범한 책방이니, 우선은 홍보효과가 좋고, 이 기회에 저자의 전문분야를 알릴 수도 있고,
책도 많이 팔렸으니 사인회에 부를 사람도 많지 않냐는 지론.
처음 책방을 연 취지는
‘좋은 책을 엄선해서 독자에게 소개하고,
천천히 음미하는 독서법을 알려주어 끝까지 읽게 하고,
무사히 한 권을 독파했다면 그 감동을 독서모임에서 나누게 하자’는 것이었으니.
대담이나 사인회가 ‘좋은 책 소개’의 취지에 해당하는 셈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김한민 저자라면 구태의연한 대담회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
사진도 좋지만 그림으로 기록을 남기라는 권유부터,
명승지만 섭렵하지 말고 사소한 공간이나 사물을 관찰하라는 말.
그리고 독특한 그림이 주는 재미에 빠져 낄낄거리며 읽다,
책을 추천하게 되었으니.
호기심과 기대감을 누를 수가 없다.
저자와 일정을 의논하러 통화.
좋은 기회를 주어서 정말 고맙다고 했더니
자신이 오히려 감사하다는 대답을 보내왔으니.
자신의 작업을 소개하는 영상물은 보여주고, 질의응답과 사인회를 하겠단다.
이제 남은 일은 많은 사람에게 좋은 저자의 책을 홍보하는 일.
포스터를 만들어 창가에 걸었다.
책을 사간 독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을 전하고.
<카페 림보>와 <비수기의 전문가들>도 주문했다.
폭염은 하늘의 일이니 어쩔 수 없지만,
7월 22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서촌 그 책방’에서 하는
그림 여행은 청량한 바람이 될 겁니다.
많이 참석해 주세요.
*참석하실 분 미리 알려주면 준비에 도움이 되지요
*<그림여행을 권함>에 대한 독후감상은 제 브런치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