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회의 1

익히 알고 있었던 일이긴 하다. 책은 이문이 박하다는 사실을. 그러나 아는 것과 체감은 또 다른 문제였으니. 도매상에 주문하면서 분명 마진 율을 보기는 했는데. 책이 팔리기 전까지는 현실감이 없었으니. 개업식을 마치고 장부 정리를 하면서 드디어 숫자로 인식되었다. 이만큼 팔았으니 얼마나 남았을까? 다음으로 두드려본 계산기. 그럼 시간당 얼마를 번 거지? 조금 어이가 없었다. 처음 계획을 세울 때, 소상공인의 업종 분석표에 책방은 이미 사양길에 접어들었다고 나와있었다. 창업을 해본 선배들은 보나 마나 고생문이 훤하다고 했고. 하물며 부동산 사무소에서마저 책방 해서 월세를 감당하겠느냐며 은근히 말리는 기색.


누구보다 진심으로 축하할 것 같았던 동창생 둘이 가장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으니. 한 명은 만만치 않은 다독가인데도 친구의 책방 개업에는 냉소적이다. '고생을 사서 한다', 이 한마디로 내 구구절절한 사연을 입막음하고. 독서모임을 하며 세상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며 즐거워하던 중학 동창도 사업은 다른 영역이라며 난색을 표명. '얼마든지 즐겁게 살 수 있지 않느냐. 그냥 독서모임만 하지. 왜 하필 골치 아픈 일에 뛰어들려고 하느냐. 신경 써야 할게 얼마나 많은데.' 진심으로 걱정해서 하는 말이란 걸 모르지 않았지만. 그때마다 단호히 반박하지 않았든가. 돈 벌려고 하는 일은 아니라고.


단언컨대 돈이 목적은 아니라는 뜻이니. 그렇다고 자발적으로 빚을 지기 위해서 라거나, 또는 자선 사업차 차리지는 않았다. 딱히 액수를 정하지는 못하겠다. 다만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키고 싶다 할까. 그게 월세는 스스로 충당하자는 것이었으니. 돈 벌 목적이 없었다는 말은 어쩌면 월세 외의 이문에 크게 집착하지 않는다는 말. 하필 자존심을 꼭 돈으로 지켜야겠냐고 따진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어른이라면 자기 앞가림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그 최소한의 자존심이 타격을 받는다면? 내 계획이 험난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을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증거이다. 달리 표현하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만한 매력이 없다는 뜻 아닐까.


매력 포인트는 책 일수도 독서모임일 수도 있지만. 둘이 워낙 밀착 관계이니 분리도 어렵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발등의 불을 끄야하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생활비 통장에서 월세를 꾸어다 쓸 확률이 높다. 무슨 대책이 없을까? 이런 생각에 몰두하다 보니 다분히 본말이 전도된다. 책방을 열면서 세운 고매한(?) 뜻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돈은 수단일 뿐이라고 누누이 말했는데. 이리 쉽게 무너질 수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노력을 돈으로 환산하는 건 당연지사.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어찌 해결할꼬.


누가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겠는가? 이 또한 앞서거니 뒤서거니 짝을 이루고 있었으니. 어쩌면 자본주의는 본능이고, 입바른 소리는 이상일지도 모른다. 책방 사업은 막연히 꿈꾸던 일을 현실화해 본 것이고. 꿈에서는 전혀 문제없는 듯 환상적으로 보였으니 말이다. 동화 속 결혼처럼. 이게 소위 말하는 현실의 차가운 벽? 그리 야무지게 선언하고 작은 손해도 감내하지 않으려는 속셈이라니. 말만 고고한 척, 속내는 지극히 속물적인 인간이 바로 나인 걸까? 이 욕심 덩어리를 어찌해야 할까. 이렇게 고민이 깊어가자 자주 방황하기 시작했으니. 책이나 독서모임 외에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하나에 이르게 되었다.



처음에 커피나 음료를 판매하려고 했었다. 차와 책은 누가 봐도 환상의 짝이었으니. 그러나 장소를 계약하고 보니 공간이 너무 협소해서 망설여졌다. 스스로 생각해도 미각이 크게 발달한 사람이 아니다. 일반적 기준에서 맛있다 없다 수준이지 커피의 오묘한 맛을 분별할 정도는 못되었으니. 물론 좋은 기계를 들여놓고 정확하게 계량하면 근사치에는 다다를 수 있겠지만. 그것마저 또 다른 도전으로 느껴졌다. 나 아니어도 바리스타는 이미 차고 넘치지 않는가. 무엇보다 결정적인 이유는 돈을 받고 음료를 판매하려면 일정한 수준의 맛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 부담을 견딜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문구류나 에코백 같은 소품을 판매해 보라는 권유도 끊이지 않았으니. 교보문고에 가서 사람들의 동향을 관찰하기도 했다. 무얼 들여놓으면 좋을까 하고. 또한 식물재배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고는 예쁜 화분을 곁들여 판매하라고도 조언했다. 한동안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어떤 분야도 만만하게 도전할 수는 없었으니. 단순히 좋아해서 다른 사람보다 조금 나은 정도로 어찌 돈을 벌겠는가? 일가를 이루고도 사람의 마음을 사서 지갑을 열기는 지난한 과정이거늘. 솔직히 말하자면 개업식 때 준비한 에코백, 하나도 팔지는 못했다. 일정 금액 이상의 책 구매 고객에게만 준다고 명시하고도 잘 지켜지지 않았으니. 왜 그런지? 책만큼 엄격한 적용이 어려웠다


이렇게 회의가 들 때는 초심을 헤아려 보아야 답이 나오는 법. 나는 무엇을 바라고 책방 사업에 뛰어든 걸까? 그냥 독서모임을 해도 되는데, 꼭 장소를 마련해야 했던 이유 말이다. 단순히 여러 곳을 옮겨 다니는 번거로움 해결을 위해서? 아니면 사람들이 말하는 근사한 놀이터가 필요했던 것일까. 내 불편 해소나 과시가 목적이었다면? 잔말 말고 열심히 벌어야 한다. 편리나 치장에는 돈이 필수 조건이고 해결책이니. 그럴 줄 몰랐다고? 순진한 척도 정도껏이지 지나치면 나잇값 못한다는 핀잔만 듣게 된다. 시작하기 전 무수히 고민한 문제 아닌가. 이러니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는 말이 또 힘을 받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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