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타페게이트 부근 2차선 도로의 횡단보도는 보행자가 버튼을 누르면 초록불이 켜지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단 10초만 켜진다. 왠만한 다리 길이를 가진 성인들도 빠릿하게 걸어야 차에 치이지 않는 정도의 시간이다. 하지만 아예 신호등 자체가 없는 곳들이 많으니, 10초 횡단보도라도 있는게 보행자에겐 다행이다. 무단 횡단을 할 때는 아무 생각을 하지 않다가 10초 횡단보도를 건널 때야 태국 교통사정과 보행자에 대한 불친절함에 불만을 갖게 되지만 그럼에도 없는 것 보다는 낫다. (동남아에 4개월 있으면서 이 곳의 장애인들은 어떻게 이 도로를 건너 다닐까? 라는 생각도 했다. 단 한명의 장애인도 본적이 없다. 그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난 번 묵었던 숙소는 4인 도미토리였는데도 불구하고 방 안에 깔끔한 화장실이 있어서 좋았던 기억이 있다. 문득 화장실 문 앞에 붙여있던 사진이 기억난다. 아메리칸 뷰티의 장미꽃을 붓고 누워있는 나체의 여자 사진 위 “카운터에 생리대가 비치되어 있으니 언제나 사용하라”하는 말이 적혀져 있었다. 생리에 대한 은유로 꽃과 나체의 여성을 사용한 것은 불편하지만 생리대를 비치해두는 것은 아무래도 좋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선을 넘으면 아마 생리대가 없느니만 못한 상황도 가능하겠지?
그럼에도 안 하느니만 못하는 것들을 응원한다. 모든 것은 그렇게 안하느니만 못한 것들의 점진적 발전이라고 생각하니까. 안 하느니만 못하는 것들은 당연한 것들에 균열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