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남의 그늘에 가려진 INFP 입니다.
성격 테스트를 하는 이유
나는 왜 성격 테스트를 하는가. 그것은 다른 테스트 보단 신뢰가 가기 때문이다. 혈액형이나 별자리, 신점이나 사주 보다야, 내가 직접 고른 설문지의 결론이 더 타당하지 않겠는가. 물론 짜장면을 고른 당신, 짜장면을 좋아하는 타입입니다 - 같은 도출 과정이 단순한 테스트를 보면 피가 차갑게 식지만. 다양하고 복잡한 질문에서 결론을 도출해 나를 어딘가에 카테고라이징 하는 것은 언제나 짜릿한 경험이다. 그래 역시 난 INFP였지, 그래 난 6번 날개를 가진 5번 유형이 확실해, 맞아 내 강점은 “아이디어 발상”이야 ….
나는 성격 테스트에 거의 미쳐있는 사람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테스트는 대부분 해봤고, 매일 같이 테스트를 찾아 사이버 세상을 떠돈다. MBTI, 애니어그램, 강점 찾기, 정신연령 테스트, 성인애착유형, mgram, 버크만 진단 등.. 흔히들 하는 것은 MBTI지만, 나는 애니어그램과 갤럽 강점 진단을 더 추천한다. 질문의 항목도 더 많고, 유형도 세분화되어 있다. 특히 갤럽 강점진단 같은 경우에는 삼십 분 이상의 설문조사를 통해 백여개의 성격 중에서 나에게 맞는 5개 성격(과 순서)를 알려준다. 각 성격에 대한 자세한 실행 가이드와 예시(장장 20페이지)는 덤. 강점진단의 핵심은 내가 내재하고 있는 '강점'(아직 발휘된 강점이 아닐 수도 있다)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약점을 고치려 들면 본전치기밖에 되지 않지만 강점을 강화하면 내면의 엄청난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쉽게 유료다*.
하지만 그 결과가 가장 충격적인 것은 역시 “에고그램”이다. 처음 에고그램을 하고 정신을 후두려 맞았던 때를 기억한다. 아주 건조하고 시니컬하게, 때때로 최악의 결과를 보여주는 에고그램은 친구들과의 자리에서 돌려 보며 웃기 좋다. 물론 그 중 한명은 제대로 뼈를 맞고 화장실에서 울고 있을 것이다. 나는 <남의 그늘에 가려 고개를 숙이고 있는 타입>이 나온게 마음에 들어 SNS에도 올리고 친구들에게도 보여주는데, 그건 내가 그 정도로 최악을 아님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테스트 응답을 할 때 최대한 자기 객관화를 하기 위해 애를 쓰는 타입이라 언제나 그 기준점이 낮게 나오곤 한다. 강점 진단이 나의 강점에 집중했다면, 에고그램은 확실히 나의 단점에 집중해 그것을 극대화해서 알려주는 테스트다. "대개 이 타입은 무슨 일이 일어나도 사리분별을 하려는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시 왜 성격테스트를 하는지로 돌아가자면, 애매하고 모호한 나의 일상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분류해서 안정감을 느끼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성격테스트의 결과를 찬찬히 읽고, 나를 완벽하게 설명한 문장은 캡쳐해서 소장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성격테스트의 결과는 그 유형의 <이데아>를 보여준다. 내가 어떤 식으로 나를 발전시켜야 하는지 아이디어를 캐치할 수도 있다. 결국 다 아는 말이지만. 성격테스트를 하는 이유는 굳이 의사에게 "물 많이 드시고 운동 많이 하세요"를 들으러 병원에 가는 이유와 같다.
나는 성격테스트 하기를 좋아하지만 그것을 맹신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를 온전히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을 발견하는 것을 좋아한다. MBTI의 유형인 INFP인 사람들이라고 해서 다 같지는 않을 것이다. 예컨대 방탄소년단의 슈가, 정국, RM은 모두 나와 같은 INFP다. (갑자기 BTS? 내가 좋아해서 그래요.) INFP의 일반적인 대푯값이 있다면, 슈가와 정국과 알엠, 그리고 나는 표준편차 그래프의 각자 다른 좌표에 위치하겠지. 누군가는 완벽하게 INFP일 것이고, 누구는 그것보다 덜한 INFP일 것이다. 덜한 부분은 또 다른 성격 테스트로 메꿀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나를 설명하기엔 언제나 2% 부족할 것이다.
나는 그 2%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성격테스트를 한다.
역시 나는 이런 테스트 따위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 대우주의 원앤온리란 말이다!를 외치면서.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 책을 사면 갤럽 강점진단 테스트권이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