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과집 Jan 31. 2019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소음에 응답하는 방식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코스트코에서 헤드폰을 쓴게 화근이었다. 매장의 소음은 커녕, 옆에 서있는 엄마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세상과 차단된 채 나와 음악 그리고 보스의 QC35만 고독하게 남겨진 느낌이었다. 아… 뭐지. 이 감정. 이 느낌. 처음이다… 집에 가서도 하루 종일 인터넷을 뒤지다가 결국 다음 날 코스트코 매장에 다시 갔다. 그리고 인생 최초로 37만원 짜리 헤드폰을 샀다.


내가 구입한 BOSE QC 35 헤드폰은 노이즈 캔슬링으로 유명하다. 나도 헤드폰을 껴보고서야 알았다. 귀 주변을 공명하는 자잘한 소음이 단숨에 사라진다. 음질이 대단하게 좋다기 보다는, 소음을 차단하는 효과가 탁월하다. 보스는 처음으로 독자적인 노이스 캔슬링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노이스 캔슬링 헤드폰 QC35

노이즈 캔슬링 기술은 원치 않는 노이즈와 동일한 반대 신호(보정 신호)를 전기적으로 생성하여 불필요한 노이즈를 줄이는 방식이라고 한다. 사용자의 귀에는 내가 듣고 싶은 소리(음악), 환경의 노이즈, 노이즈의 보정 신호 세 가지 소리가 들리게 된다. 노이즈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노이즈와 동일한 반대 신호를 더함으로써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최근 읽는 책 <묵묵>에서 노들야학의 철학 교사 고병권은 책임, responsibility이라는 단어를 언급한다. 


responsibility는 response(응답)과 ability(할 수 있음)의 합성어다. 
요컨대 ‘책임’을 글자 그대로 풀면 ‘응답할 수 있음’이 되는 것이다.

고병권, <묵묵>

책임은 듣기를 전제로 해서만 성립하는 말하기다. 책임지기 위해서는 우선 들어야 한다. 무책임한 자는 듣지 못하는 자다.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에게 ‘목소리 없는 자’라고 말하는 자는 사실 들을 능력, 들을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닐까. 타자는 항상 이야기한다. 우리가 그것을 노이즈 취급했을 뿐이다.


때로는 그것이 익숙하지 않아 노이즈로 느껴지더라도, 반대 신호를 만들어 응답해야 한다. 노이즈 캔슬링이 노이즈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노이즈를 더하는 기술인 것처럼. 우리가 응답하지 않으면 노이즈는 노이즈로만 존재하니까. 최상급의 하이파이(high fidelity)의 사운드는 노이즈에 응답할 때 가능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성격 테스트를 하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