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답장에 대한 긴 변명을 보냅니다.
Day2 / Yangon, Burma / 8.22
답장에 대하여
나의 책과 여행을 응원해주는 연락들이 오고있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나는 그것에 정말이지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현하고 답장하고 싶은데 때로는 그것이 부담이 된다. 내게 시간을 들여서 연락을 해준 사람에게 응당 그에 맞는 대답을 하고 싶은데, 고민하느라 타이밍을 놓치기도 한다.
그것은 나의 단점이기도 하다. 회사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세희 너는 영혼이 없이 말한다는 것이었다. 조급하게 빨리 대꾸하다보면 보통 영혼이 한참 없어지고는 한다. 나는 진짜 영혼을 담아서 마음을 전달하고 싶은데 그게 쉽게 되지 않는다. 빈곤한 단어 때문인건지, 성급한 마음 때문인건지. 어쨌든 답장이 바로 가지 않는다고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치열하게 그것만 생각하고 있다.
윤령이는 인스타 할 시간은 있고 내 카톡 답장은 안하냐는 댓글을 달았다. 솔직히 찔려서 이러는 거 맞음. 변명하자면, 내가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감상을 남기는 것과 타인에게 답장을 하는 것은 다른 종류의 에너지를 사용한다. 나에게 말을 거는 것보다 다른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
나같은 사람은 타인과 대화하는 시간을 똑 떼어놓고 계획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입사원 교육을 진행할때 ‘강점 진단’이라는 것을 했었는데, 가장 좋았던 것은 나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디테일한 가이드를 제시해준 것이었다. 그중 <발상(ideation)>이라는 나의 강점의 가이드로 어떤 말이 있었냐면,
자료를 읽을 시간을 미리 계획하십시오.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와 경험이
당신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위한 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은 당신에게 에너지를 주므로 생각할 시간도 미리 계획하십시오.
<생각은 당신에게 에너지를 주므로 생각할 시간도 미리 계획하십시오> 아무때나 생각을 하는게 아니라 생각하기로 마음먹으면 생각이 된다. 글을 쓰기로 마음을 굳이 먹어야 안쓰던 글이 써진다. 생각에도 계획이 필요하다. 답장할 시간도 때어두자. 이건 비즈니스적인게 아니라 나다운 방법이다.
한편 윤령이는 귀여운 돌직구를 잘던진다. 퇴사하기 전에도 엠체널로 이제 나 없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누구누구와 친하게 지내라고 했더니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마 나는 내가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랑만 친해질거야” 한껏 털을 세운 예민한 포메라니언같이 대꾸해서 캡쳐해두고 한동안 낄낄댔음.
이렇게 늦은 답장에 대한 긴 변명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