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구린게 아니구나

여행자가 받은 이상한 위안

by 사과집

Day21 / Mandalay, Burma / 9.10


나만 구린게 아니구나


만달레이에 왔다. 4시간동안 좁아터진 미니밴에서 멀미를 참으며 달려왔다. 도착한 호스텔에선 5일을 묶는다. 이름이 마음에 든다. 호텔 사하라. 저렴해서 예약했는데, 이번에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더블룸을 줬고, 내 요청과 상관없는 어두운 방을 받았다.


저녁 7시쯤 방에 들어와서 쉬는데, 이렇게 어둡고 시끄러울 수 없었다. 이미 해가 졌기에 어두운 것도 있지만, 이번에도 창문 밖이 또 벽이다. 또 어디서 애기들이 소리지르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나는 급속도로 우울해졌다. 그래, 숙소란 이렇게 중요한 것이지. 이런 곳에서 5일을 묶으면 만달레이에서의 5일을 모두 망칠 것 같았다. 이 곳에선 별로 돌아다닐 생각이 없었기에 더 우울했다. 그럼 숙소라도 좋아야 하는데. 나 숙소에 많은거 바라는 거 아닌데. 조금만 더 밝고, 조금만 더 조용하면 되는데.


나는 1년을 여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면서 단 5일도 양보하기 싫었다. 그날 숙소에서 자면서 생각했다. 내일까지 한번 지내보고, 그래도 별로면 얘기해서 방 꼭 바꿔달라고 하자. 어떻게 얘기할지 계속 생각하며 곱씹는 것 자체가 내겐 스트레스였다.




그렇게 하루 자고 일어났다. 22일에는 어쩐지 두통이 심해서 하루종일 숙소에만 누워 있었다. 하우스 키핑도 생략하고 침대에서 자리를 바꿔대며 끙끙대고 누워있는데, 숙소가 점점 괜찮아지기 시작했다. 당연하지만 낮에 숙소에 있었기에 방이 적당하게 밝았다. 엄밀히 말해서 이 방은 채광이 절대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누워있기에 적당한 정도의 빛이 들어왔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픈 사람에게 적당한 정도의 채광이었다.


오후 4시쯤 정신을 차리고 나선 밥을 먹으러 나갔다. 밥을 먹고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이 숙소 뒷편에 초등학교인지 유치원이 있는 것 같다. 호텔 복도는 엄청 크게 노래를 부르는 학생들의 소음으로 가득찼다. 내 방만 시끄러운게 아니라, 모든 방이 시끄러운 거였다. 이 사실을 알자 마음이 순식간에 편해졌다. 내가 젤 구린게 아니구나. 다들 구린 방에 있구나…


내 기준이라는 건 다 상황과 대상에 상대적으로 바뀔 뿐이다. 그냥 이 방에서 5일 지내기로 했다.




갑자기 그 짤이 생각난다.

“나만 잘되게 해주세요. only me. just me.”

근데 안좋을 땐 다같이 안좋게 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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