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소비
Day45 / Chiang Mai, Thailand / 10.4
행복한 소비
치앙마이 일요일 아침마다 열리는 러스틱 마켓에 가서 오랜만에 쇼핑을 했다. 생존을 위한 식자재를 사는 것을 제외하곤, 처음 해보는 쇼핑이다. 파란색 줄무늬 티셔츠와 고르고 고른 귀걸이 2개, 티스푼 하나와 모자를 샀다.
그리고 오늘로 구매한지 5일차, 모든 물건들을 제때에 적절히 사용하고 있다. 밋밋한 얼굴로 외출하기 민망할 때 귀걸이 두개를 번갈아가며 차고 있고, 라지 사이즈의 넉넉한 줄무늬 티셔츠는 모든 하의와 그럴싸하게 잘 어울린다. 이젠 집에서 커피를 마실 때마다 꽃이 새겨진 금색 철제 티스푼을 사용하는데, 숙소에 있는 큰 수저보다 훨씬 유용하고 아름답다. 챙이 넓은 모자는 낮 시간에 외출할 때 즐겨 사용한다.
내가 산 물건을 충분히 활용하는 기쁨. 모든 물건이 아름답고 나를 위해 제대로 사용되고 있다는 기쁨. 만족스러운 소비에 했다는 뿌듯함. 가끔 라이더를 입고 싶을 때도 있지만, 이 끝나지 않는 여름 안에서 서머 아이템을 충실히 즐기자. 오늘은 주렁주렁 귀걸이를 달고 나가서 치앙마이 느낌이 물씬 나는 엽서를 살 것.
쓸모가 확실하며 아름답고, 즐거움을 주는 것들. 하지만 이것이 없다고 해서 내 삶이 갑자기 불편해지거나 제약받을 일도 없는 것들. 내가 갖기 전까지 그렇게 좋아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한 물건. 이것이야말로 소비자의 가슴과 통장을 설레게 하는 아이템이다.
만약 확실한 나의 공간이 있었다면 나는 또 집을 잡다하게 채웠겠지만, 제한된 캐리어를 가진 여행자는 신중히 물건을 고른다. 돌아가고 나서 사용할 물건이 아니라, 여행 중에 나를 바로 행복하게 해줄 물건을 골라야 한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가격이 아니라 예상되는 사용 빈도다.
여행을 끝나고 돌아가게 되면, 내 삶에 어떤 물건을 남기고 어떤 물건을 버려야 하나? 이미 부모님 집과 휘민이의 집에 너무 많은 물건을 남기고 왔다. 정리할 생각에 벌써 .. 두근거리네.. 히유.. 미니멀리스트는 진작에 포기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