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에서의 다짐
오늘로 집 처분하고 여행한지 40일. 가끔 약간 믿기지 않는다. 내가 40일째 꿀을 빨고 있다니.. 그리고 아페로도 계속 그럴거라니..
오늘로써 퇴사한 지는 85일째다. 갈수록 감정이 복합적이다. 나랑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친구들은 불안하지 않냐고 물어본다. 당연히 불안하다. 앞으로 어떻게 밥벌어먹고 사냐.. 생존에 대한 불안이다.
이곳에서 나는 여행자의 감성을 잃지 않는 선에서 일을 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일이라고 하니 민망하긴 한데, 민망해 하지 않는 연습이 내게 제일 필요하다. 어느 프리랜서는 “수입으로 연결되지 않는 활동을 ‘업무’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바로 수익이 나지 않는 것도 ‘작업’이나 ‘일’로 명명해 자기 자신에게 자신감과 책임감을 불어 넣어야 한다고.
예슬언니한테 심심해서 한국에 가고싶지만 그러면 빼박 취업 준비 해야되서 가기 싫다고 했더니 너는 이미 작가잖아. 수익을 창출하고 있잖아. 라고 해줘서 치앙마이에서 줄줄 흘린 눈물이 모여 메콩강이 되었더라.
그래서 감히 말합니다. 저는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그렇게 말해야 내가 더 의무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아직도 .. 많은 연봉이 보장된 안정적인 삶을 꿈꾼다. 하지만 다양한 사이드잡을 가진, 적당히 자유로운 직장인이 되어도 상관 없겠다는 생각을 한다. 가끔은 프리랜서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프리랜서로 사는 삶에 대해서.. 아직 그럴 용기는 없지만, 그래도 내 인생에서 프리랜서라는 옵션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짜릿하다. 나는 내가 꼬박꼬박 월급받고 살지 않으면 뒈지는 줄 알았다.
어짜피 내년까지는 뭐가 됐든 프리랜서로 살 것이다. 무엇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보다 먼저 생각해야하는 것은 내가 무엇을 할때 제일 즐겁냐는 것이다. 그리고 그냥 ‘그걸’ 하면서, 결과물을 쌓아가는 것. 최근 나에 대해 칭찬할 점을 하나 들자면 내 결과물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나를 평가하지 않은 그 순간부터 나는 자유로워졌다.
요즘의 하루는. 아침에 일어나 간단한 식사를 하며 노트북으로 기사와 칼럼, 테드 강연을 본다. 그리고 근처 카페나 코워킹 플레이스에 가서 일기와 여행기, 각종 글을 쓰고 포스팅을 한다. 여가 시간엔 산책을 하고 책을 읽고 우쿨렐레를 친다. 이런 일상이 지루할 때쯤 구글맵에 저장해둔 각종 스폿을 돌아다니고 사진을 찍는다.
이렇게 하루를 잘 보내다가도 며칠에 한번은 그냥 침대에만 누워있는 때가 꼭 온다. 완벽한 일상의 항상성을 유지하는게 아직도 이렇게 힘들다. 이 여행이 정말 길다고 생각하니까 하루 정도 버리게 되는 것 같은데, 그러지 말아야지. 이렇게 한번 호흡이 끊기면 모든게 무너진다. 다시 괜찮은 하루로 돌아가는데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시간도 많이 든다. 그런 하루가 또 오더라도, 다시 적절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탄력성을 가져야지. 그런 하루가 안오는게 베스트고요.
그럴려면 너무 일만해도 안되고, 너무 관광만 해도 안되고, 너무 심심해서도 안되고, 너무 자극을 많이 받아도 안된다.
내 작업에 자신감을 갖고, 꾸준히 해서 습관을 만들기. 더 많은 것을 읽고, 많이 것을 기록하고, 기획한 것을 실제로 시행하는 연습을 하기. 여행자와 프리랜서 사이의 적당한 균형을 유지하기. 40일차의 결산과 다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