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글을 쓸까봐 무섭다
Day52 / Chiang Mai, Thailand / 10.11
요즘엔 여행 에세이를 찾아 읽어보려고 하는 편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여행에 대한 감상을 다루는지 알고 싶어서. 나는 이 긴 여행중에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 아직도 감히 잡히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다. 요즘 임경선의 <교토에 다녀왔습니다>를 추천하는 글들이 많아 찾아 읽어봤다. 하지만 내가 지금 교토에 관심이 없어서 읽다가 말았다. 이 책은 저자가 도쿄에서 만난 인상적인 ‘스폿’ 중심으로 전개되는 에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여행에세이는 어떠해야 하는가? 내가 여행 에세이를 읽다가 가끔 책을 덮고 싶어질 때는 본인만 공감할 수 있는 낭만적인 수사학으로 가득차 있을 때다. 물론 여행은 정말이지 개인의 경험이기 때문에 내가 공감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리고 여행에 관한 글은, 내가 느끼기에, 사기치기 쉬운 글이다. 무료한 것을 언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모험을 과장할 수도 있다. 그런 작위가 느껴지면 읽기 싫어진다.
이건 요즘 내가 글을 쓸 때도 염두하는 것이다. 글에 주제와 관련 없는 자랑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일부러 위기를 과장하고 있지 않는지, 억지로 교훈을 내려고 하지 않는지, 너무 의미를 찾다가 재미를 잃지 않는지, 관념적인 이야기만 담고 있지 않는지, 나를 보여주는 생생한 경험이 담겨 있는지. 요즘따라 나의 글이 너무 재미없게 느껴지기 때문에 재밌는 글을 더 찾아다니고 있다. 가장 무서운 것은 역시 재미없는 글을 쓰는 것이다.
여행하며 가장 좋았던 여행책은 크리스틴 조디스의 “미얀마 산책”이다. 장소에 대한 추천은 없다. 그저 미얀마의 정치와 역사,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비롯된 저자의 여행기를 읽다 보면 나도 저자와 함께 차근차근 미얀마를 여행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장소보다는 여행이라는 행위 자체에 대한 철학이 있는 책이다. 그래서 미얀마를 더 가고싶게 만든다.
내 짬에 저런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을 안다 …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에서는 좋은 여행서적의 다섯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Inspiring, Intriguing, Useful, Reliable,Timeless yet timely. 다른 것은 영 자신이 없고, 약간의 Intriguing 정도면 좋겠다. 여행자의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함으로써 익숙한 장소를 떠날 호기심을 조금이라도 자극할 수 있다면, 그 정도로 충분하다.
Inspiring
Intriguing
Useful
Reliable
Timeless yet time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