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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본보야지를 하고 있나요?

Bon voyage, 좋은 여행.

by 사과집

Day71 / Pai, Thailand / 10.30


Bon voyage


방탄소년단의 자체 예능 ‘본보야지’를 즐겨본다. (현재 시즌3 “몰타”편이 브이라이브에서 방영 중..) 본보야지에서 방탄이들은 지금 나의 여행과는 전혀 다른 방식을 여행을 한다. 7명 단체로 여행을 하고, 짧은 기간 여행을 하고, 관광지 중심으로 돌아다니고, 다양한 액티비티(플라잉 보드, 잠수 등)을 원없이 즐긴다. 나는 71일째 혼자 여행을 하고 있고(내년까지 계속 할 예정이고), 한 장소에 진득하게 한달이상 머무르고 있으며, 그탓인지 잘 돌아다니지 않고 게으른 일상같은 여행을 하고 있고, 가끔 나간다 하더라도 대체로 정적으로 혼자 즐길 수 있는 것들을 한다. 스포티한 액티비티는 일절 하지 않는다. 본보야지를 보면 가끔 내가 너무 편협하게 여행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지금 von voyage를 하고 있는게 맞나?!


DC1g_BvUAAAb42w.jpg 나도 저 사이에 끼고 싶다..


태국의 히피스러운 시골 마을 빠이에서 루즈한 생활을 즐기는 요즘, 평온하고 평화롭고 즐겁지만 가끔은 “단기여행같은 장기여행”을 꿈꾼다. 확실히 짧게 여행을 갔을때 더 열심히 알아봤고,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부지런히 기록했다. 지금은, 뭐 내일 가자. 담주에 가자. 내일쓰자는 식으로 차일피일 미룬다. 경험도, 글도. 데드라인은 업무 뿐만이 아니라 여행에서도 적용되어야 하는 것일까? 그래서 오히려 장기 여행자가 단기 여행자보다 뭘 모를때가 많다. 한없이 여유로울 수 있지만, 그 탓에 경험에 게으르다.


본보야지에서도 멤버들마다 여행 스타일이 다르다. 그런 다른 여행 스타일이 게으른 나에게 자극을 준다. 특히 진의 여행 유형은 내게 귀감이 될만하다. 그냥 재밌어보이면 하고, 먹고 싶은게 있으면 먹고, 멋있으면 멋있다고 말한다. 혼자 여행은 혼자 여행대로, 동행과의 여행은 또 그 나름대로 즐겁게 여행한다. 아.. 사실 진처럼 여행하고 싶은게 아니라 진이랑 같이 여행을 하고 싶은 것이다…


resource.jpg 방탄처럼 여행하고 싶은게 아니라 방탄이랑 같이 여행하고 싶은 것이다..


요 며칠간 내게 주어진 작업을 하지 않아 죄책감에 저녁 유흥을 즐기지 못했다. 오늘은 그냥 어짜피 망했다 생각하고 재즈 카페 모조에 갔다. 8시쯤 가서 11시에 나왔으니까.. 한번 자리에 앉으면 세시간은 그냥 내리 앉아있게 되는 곳이다. 뭐가 안될 것 같을 땐 빨리 포기하고 재미를 추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지다. “노력은 우리를 배신할 수 있지만 포기는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최근 본 트윗이 떠오른다.


장기여행의 매일이 즐거울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오늘의 즐거움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그러면 충분히 Bon voyage가 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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