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랑달랑 방울소리

고양이 천국, 빠이

by 사과집

빠이에 있는 마니 게스트하우스에서 2주 가까이 머물고 있는 지금, 나는 고양이에 미쳐버렸다. 오고 가며 고양이를 본지는 오래되었어도 고양이와 동거하는 삶은 처음이다. 고양이의 매력을 알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시간이다. 이 곳에는 두 마리의 고양이가 산다. 맥주와 소주.


맥주는 소주보다 서열이 높고 용맹하고 사교적인 편이다. 어제는 밖에서 다른 고양이와 싸우고 피를 흘리며 들어왔다. 앞발 뒷발 하나씩 피가 묻어 돌아왔길래 사장님은 맥주 다리를 붙잡고 "니 피야 걔 피야?" 걱정스레 물었다. (나는 다른 집 고양이 이름이 계피인 줄 알았네) 그래도 많이 다치지 않았고, 풍기는 분위기가 패잔병이 아니라 전의를 가다듬고 승리해서 적진에서 돌아온 모습이라 다행이었다. 맥주는 답지 않게 소파 쿠션에 머리를 대고 누워서 자신의 상처가 잘 보이게 누웠다. 마치 내 상처를 봐달라는 듯 누워있는 그 모습이 관종 같고 귀여웠다.


KakaoTalk_Photo_2018-11-15-10-21-48.jpeg 아프지마 도토..


소주는 맥주에 비해 내향적이다. 맥주가 항상 카페 마니 창가 한편에 누워 손님들의 사랑을 한껏 즐기는 반면, 소주의 나와바리는 숙소 뒷마당이다. 뒷마당엔 잡초가 많은 들판과 해먹, 그리고 사랑받고 자라 구김살 없는 이웃집 닭들이 있다. 소주는 닭들이랑도 잘 논다. 풀숲에서 햇빛을 받으며 자고 있다가도, 잠깐 한눈을 판 사이에 50미터는 떨어져 있는 건너편 풀숲에서 숙소 방면을 유유자적하게 바라보는 소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KakaoTalk_Photo_2018-11-15-10-26-11.jpeg 보이세요, 소주?


방문을 열어두고 자면 언제나 달랑달랑 방울소리가 들린다. 내가 묵는 방은 싱글 침대 3개가 있고 지금은 나만 잔다. 고양이 소맥이들은 오밤중에도 내 방에 들어와서 이 침대 저 침대 뛰어넘고 커튼을 젖혀 바깥도 구경하지만 절대 내 침대 위에 올라오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조급해하지 않고 방문에 파우치 하나를 끼워두었다. 너희들이 원할 때 언제든지 내 방에 찾아와 줘... 가끔은 침대에도 와주구..


오늘도 느지막이 아침에 눈을 뜨고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하는데 미야오 소리가 들린다. 문을 열어보니 역시나 맥주가 있었다. 맥주는 내가 화장실에서 샤워할 때도 얌전히 기다리다가 내 발걸음에 맞춰서 1층으로 내려갔다. 나는 아침부터 고양이 뱃살을 반죽하며 심신의 안정을 찾았다.


벌써 소맥이들과 헤어지는 게 슬프다. (물론 사장님과 헤어지는 것도 슬픕니다..) 느긋한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태국 고양이들은 그 성향을 한껏 닮았다. 통통한 배와 커다란 얼굴을 가진 고양이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귀여워서 욕이 나온다. 이 복잡한 사랑의 감정을 묘사하기 어려워 단말마처럼 욕만 내뱉는다. (시발 귀여워..) 내 카메라롤엔 온통 소맥이 사진뿐이다.


그러고 보면 사장님이 참 이름을 잘 지으셨다. 소맥이 늬들한테 오늘도 취한다 ....




KakaoTalk_Photo_2018-11-15-10-22-07.jpeg 야생의 고양이 소주


KakaoTalk_Photo_2018-11-15-10-22-04.jpeg 해먹에 누워 고양이를 바라보면 세상 부러울게 없다
KakaoTalk_Photo_2018-11-15-10-22-00.jpeg 봉지에 들어가는 것을 좋아하는 맥주
KakaoTalk_Photo_2018-11-15-10-21-57.jpeg 뮤지션 맥주. 내 우쿨렐레를 빌려주었다.




사실 이 모든 것은 숙소 추천을 위한 큰 그림이었다. 사람 꼬시기에 고양이만큼 좋은 게 없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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