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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지인 Sep 27. 2023

유튜브로 회사 생활을 배운 인턴(1)

회사를 다니다보면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된다. 회사라는 교집합을 통해 만나게 되었다고 하지만 살아온 배경도 사고 방식도 참으로 다른 사람들 투성이다. 지금 회사에 다니는 동안 만나게 된 사람들 중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느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나는 3개월 간 우리팀에서 근무한 인턴의 일화를 전할 것 같다. 


당시에 팀 내부적으로 다양한 콘텐츠 수급을 위해서 숏폼 담당 직원을 채용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 때 정규직이 아닌 인턴을 채용하기로 결정했는데 그 이유는 아무래도 조금 더 어린 친구들이 더 크리에이티브하고 자유분방하게 기획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에서 비롯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숏폼 담당 인턴을 뽑는다는 공고를 올렸고 정말 많은 지원자들의 면접을 보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20대 초중반의 어린 친구들이었고 나 역시도 우리 팀과의 fit을 맞춰본다는 명분하에 면접에 참여할 수 있었다. 

출처: 유튜브 퇴사한 이복형제

면접에서 나는 똘똘한 친구를 뽑아야 겠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날카로운 꼬리 질문을 많이 하게 되었다. 괴롭히려는 의도는 정말 1%도 없었지만 아직 사회 경험이나 면접 경험이 부족한 어린 친구들이어서 그랬는지 눈물을 글썽거리는 모습도 몇 번 보게되었다. 그런데, 주눅이 들어있는 지원자들 사이에서 유독 똑부러지는 느낌이 나는 친구가 한 명있었다. 이 친구의 이름을 인턴A라고 지칭하겠다. 


인턴A의 경우, 아직 현직 대학생이지만 몇 번의 면접을 본 경험이 있는지 대답도 명확하게 하고, 무엇보다 유일하게 꼬리 질문에서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잘 어필했던 당돌한 지원자였다. 그 때 나도 모르게 들었던 생각은 '이 친구라면 독한 팀장님 밑에서도 잘 버틸 수 있겠다'였던 것 같다. 아무래도 팀장님이 근속을 어렵게 하는 큰 걸림돌이었기 때문에 멘탈이 강하다면 이런 환경에서도 잘 살아남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들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당돌하고 똘똘해보이는 인턴A에게 최종 합격 통보를 전달했다. 



출처: 핀터레스트

하지만, 문제는 예상치 못한 시점에서 바로 발생하고 말았다.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인턴A는 숏폼 콘텐츠 하나를 기획했으나 영상 속에 적힌 문구가 도저히 일반인 기준으로 이해가 잘 되지 않았던 것이다. 컨펌을 위해서 아무리 읽고 또 읽어도 난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별로인 것이 아니라 정말 해석이 되지 않는 난해한 문구 였달까..?


그래서 나는 인턴A에게 문구를 조금 수정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조심스레 제안을 했다. 그런데 돌아온 말은  '요즘은 이런식으로 쓴다'라는 간결한 답이었다. 나는 사실 좀 당황했지만 외부 노출이 되는 콘텐츠이니만큼 나 뿐만 아니라 다른 담당자분들도 충분히 문제를 인식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입을 꾹 다물고 가만히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다른 팀의 콘텐츠 컨펌 담당자 두 분께서 내가 지적한 부분에 대해 동일하게 말씀을 주셨고, 인턴A는 군말없이 바로 문제점을 수정했다. 어쩌면 내가 말했을 땐 단 한 명이 지적했기 때문에 수정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수도 있겠지만, 내가 전달한 피드백에 대해서 바로 반문을 재기하는 인턴A를 보며 기분이 상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일은 그저 시작에 불과할 뿐,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다고 사수인 나를 '또래'라고 지칭하는 인턴을 보면서 나는 할 말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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