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인들을 만나서 이직을 준비 중이라고 말을 건네면 '정신 없겠다. 바쁘겠다'며 우려섞인 말을 한 마디씩 하곤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단순 이직이 아닌 환승 이직을 준비 중이다. 올해 7월 현 회사를 재직한지 정확히 1년이 되었고, 나는 성장과 경험을 중요시 하는 편이라 회사에서 내가 목표한 것을 다 이룬 1년이라는 시점에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는게 맞겠다고 판단을 했다. 7월 이후 현재 3개월이 지났고, 그 사이 2개의 회사에서 면접을 보고 차주에 또 다른 회사의 면접을 앞두고 있다. 회사를 다니면서 친한 동료들이 먼저 그만둘 때 나 역시도 따라 나가고 싶을 때도 많았고, 회사에서 팀장님의 폭언을 감내해야 했을 땐 회사 출근이 죽기보다 싫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나의 마음을 흔들어놓던 그 수 많은 일들은 이미 지난 일이 되어버렸고, 난 조금은 덤덤하고 담대해진 마음으로 이직 면접을 보고 있다.
가끔씩은 '만약 내가 그 때 퇴사를 했다면 어땟을까? 홧김에 '저 그만 둘게요'하고 회사를 나갔다면 속이 시원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결론적으로는 남아있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직장인에겐 퇴사가 정답일 수 없고, 결국 살아가기 위해서 일정한 수입은 필연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에 회사를 다니지 않더라도 돈은 반드시 벌어야 한다. 혹여나 월요일이 두렵고, 당장이라도 퇴사를 통보하고 싶은 직장인이 있다면 작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반드시 후회하는 충동 퇴사를 막는 방법' 5가지를 소개해볼까 한다.
수시로 퇴사하고 싶은 욕구가 차오르지만 답답함만 느끼고 있다면, 도대체 왜 퇴사를 하고 싶은지 적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글을 적는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싶지만, 머릿 속으로 생각만 하고 있는 것과 그 생각을 눈에 보이게 정리해서 글로 적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리고 꽤나 재밌는 건 머릿 속으로 퇴사 생각만 할 때는 답답하게만 느껴졌던 것이 글로 적어서 눈으로 그 이유들을 마주하니 별거 아니라는생각이 들기도 한다. 가령 회사에 출근하면 피곤하고 답답하게 느껴져서 이 생활을 더이상 지속하기가싫다. 라고 적는다면 그 이유를 한번쯤 고민해보면 좋다.
-내가 왜 이렇게 피곤하고 답답함을 느끼는거지?
-아침에 출근 준비하는 시간부터 나의 생활을 돌아볼까?
-회사 출퇴근 시간이 왕복 2시간 20분에 지하철에선 제대로 앉지도 못하고 출근하고 충분히 피곤할만 하네.
-그럼 이게 나한테 퇴사를 고민할만큼 중요한 문제가 되나?
-다른 회사로 이직해도 출퇴근의 피로감은 피할 수 없을텐데?
-그러면, 나는 적어도 집에서 40분 내외에 있는 회사를 선택해야겠다.
이건 실제로 내가 고민했던 생각들이다. 난 사무실에 도착하면 유독 피로감을 느꼈고, 이건 정확히 기존 강남 쪽에 있었던 회사가 성수쪽으로 건물을 옮긴 후부터였다. 그래서 나는 그 때부터 이직을 준비하면서 우리집에서 멀지 않는 강남쪽 회사만 집중적으로 지원했다. 어차피 당분간은 직장인으로 살기로 마음 먹었다면 조금 더 나에게 맞는 직장인의 삶을 스스로 찾아가는 것도 정답이 아닐까.
'내가 이 회사 다니려고 열심히 취준했나? 고작 이 정도 월급 받으려고?'
회사에서 일이 많을 때면 지금 월급이 너무나 불합리하다고 느껴진다. 내가 왜 이러고 있지? 현타가 쎄게 오기도 한다. 그럴 때는 고민할 필요없이 바로 다른 회사에 지원서를 넣어보는 걸 추천한다. 핵심은 지원서를 넣어서 구직 시장에서 나의 경쟁력을 확인하는 것이다. 지금 이 회사 나가도 여기보다 좋은 곳에 갈 수 있다며 사직서를 던질 생각하지 말고, 퇴사 욕구가 충동적으로 올라오는 그 날 퇴근하고 이력서를 바로 넣어보라는 것. 10군데 넣으면 적어도 5군데는 연락오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나의 예상이 산산히 부서질 수도 있고, 그 덕에 지금 회사에서 왜 더 버텨야하는지 스스로 그 이유를 깨닫기도 한다. 나 역시도 1년이 되는 시점인 7월에 바로 칼 같이 환승이직을 하려고 계획 했지만 지원한 회사들에게 불합격 연락을 연달아 받고, 명치를 쎄게 맞는 기분을 경험했다. 그리고, 달력에 적어둔 퇴사를 계획했던 날짜를 가볍게 무시하고 한 달 한 달 계획을 조금 더 연장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업데이트하고, 하루하루 늘어나는 퇴직금에 감사하며 다른 회사 면접을 준비하는 중이다. 어쩌면 7월에 내가 충동적으로 퇴사를 질렀다면 평일에 출근하는 직장인들을 스타벅스에서 바라보면서 쓰라린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회사에서 좋은 기회로 10년 차 이상의 컨설턴트 분과 정기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업무적으로도 자문을 구하기도 하고, 회사 생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내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슴 속에 쭉 새겨야겠다고 느낀 문장이 있는데 그건 바로,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회사 밖에서 풀어라'
난 이 말을 듣고 몇 초간 머리가 멍해졌다. 아니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밖에서 풀라고? 스트레스의 근원이 여기인데 왜 밖에다가 화풀이를 해..?
그러다가 문득 순간적인 감정에 못 이겼던 지난 날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막말을 하는 팀장님이 싫어서 말대꾸를 하기도 하고, 노트북을 확 닫으면서 굼벵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걸 보여주려 애쓰던 나의 모습들. 하지만, 회사는 결국 일을 하는 곳이라 내 감정을 표출하고 나서 시원하다는 마음 보다는 쓸데없는 감정 소모 덕에 업무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을 뿐이었다. 지난 날의 미숙했던 나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회사에서 내가 얼마나 힘들고, 화가 났는지를 표출하는 건 결국 고스란히 나에게 다시 화살로 돌아온다는 진리를 알게되었다.
그 때부터 나는 회사에서 힘들어도 퇴근하면 2배 더 행복하게 지내야지라고 스스로 다짐했다. 출근할 때 운동복을 챙기고 퇴근하자 마자 헬스장에서 천국의 계단을 1시간씩 타면서 건강하게 스트레스를 풀어보고, 티빙으로 ‘나는 솔로’를 보면서 피식피식 웃기도 하고. 회사 밖에서 소소한 행복들을 찾으면서, 다음 날엔 조금 더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출근을 할 수 있었다.
혹시 주변에 만나는 사람들이 대부분 직장인이지 않은가? 아마 직장인이라면 직장을 다니는 회사원 친구가 많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직장인끼리 모여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결국 비슷한 주제로 돌고 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즘 회사 생활 어떤지, 힘들지 않은지, 야근은 많은지, 연봉 협상 했는지, 얼마 올렸는지, 이직 준비 중인지 등등..
이 대화들이 무의미한 건 아니지만, 직장인들과 계속 대화를 나누다보면 마치 회사를 다니는 이 삶이 전부인 것 같고, 그냥 평생을 월급쟁이로 살아가야 할 것 같은 굴레가 느껴진다. 혹여나, 충동적으로 퇴사를 하고 싶다면 직장인이 아닌 다른 직업군을 만나서 대화를 해볼 것을 추천한다. 프리랜서 작가, 사업가, 자영업자 등 직장인이 아니면 모두 괜찮다. 주변에 직장인이 아닌 사람이 없어서 고민이라면 스터디나 모임을 통해서 다양한 사람들을 접해보는 것도도움이 된다. 나의 경우, 회사를 다니면서 3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마케팅 스터디에 참여하고, 1회성 모임에 쓴 비용만 50만원은 훌쩍 넘을 것 같은데 나와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자연스럽게 사고가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특히나 사업가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직장인과 사업가의 삶은 비슷한듯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예: 직장인들에게 공휴일과 주말은 당연히 쉬는 날이지만 사업가에게는 그저 똑같은 일하는 날) 꼬박 꼬박 통장에 월급이 꽂히는 직장인의 삶이 의외로 굉장히 편하다는 것도 느끼게 된다.
핵심은 ‘직장인으로 사는 건 꿀이니 그냥 주는 월급에 감사하라!’는 것이 아니라, 막연히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사업을 꿈꾸거나 혹은 직장인이 아닌 다른 직업이 멋져 보인다는 환상이 있다면 그 직업군을 만나 대화도 나눠보고, 나라는 사람이 내가 꿈꾸는 다른 직업에 맞는지 간접적으로나마 도움을 받아보라는 것. 아래는 직장인이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는 모임 플랫폼 3가지이다. 일회성부터 다회성까지 모임의 주제와 비용이 천차만별이니 이번 주말에 일정이 따로 없다면 한번 참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모임 플랫폼 추천:
트레바리: https://m.trevar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