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을 결심하고 20개 이상의 회사에 지원서를 넣었다. 초반엔 ‘이 회사 꼭 가고 싶어! 붙고야 말거야!’란 생각으로 주말을 다 할애하면서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다듬었다. 자기소개서를 적을 땐 이렇게까지하는게 맞나 싶을만큼 나의 간절함과 열정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내가 가고자 하는 회사는 다른 지원자에게도 구미가 당기는 회사들이었고, 적지 않은 지원자 수에 기가 죽고 꽤나 많은 회사로부터
서류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출근길엔
‘지금 회사를 더 다녀야하나?’
‘난 이제 연말까지 백수인가?’
‘역대급으로 우울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겠군’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차서 거울을 보면 울상도이런 울상이 없어보였다.
그러던 중, 나에게 서류 합격 연락이 4곳 정도 오기 시작했고, 그 중 2개의 회사의 면접을 보기로 결정했다. (*나머지 두 회사 중 하나는 사전 과제가 너무 명확하지 않아서, 다른 한 곳은 신사업이라서 패스)
면접 참여의사를 전달하고 간만에 긴장과 설렘이 가득했는데, 경력직 면접이라 그런지 과제를 두 곳 다 요구했다. A회사는 SNS 이벤트 기획안을 작업하는 것이고 B회사는 현장에서 광고 콘텐츠 기획안을 만들어 제출하는 것이었다. 여차저차 주말을 할애해서사전 과제를 제출하고 면접에 나섰다.
기대도 잠시, 경력직 면접에 걸맞게 신입 면접에서는 듣지 못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지금 회사에서 하고 있는 일이 뭔지, 또 각 업무가 얼마나 비중을 차지 하는지 사실 자신의 JD(*Job Description, 직무)를 한 번이라도 정리해보지 않으면 대답하는 것이 여간 쉽지는 않다. 나의 경우, 팀의
HR 개선을 위해 조인한 컨설턴트 분이 초반에 나의
JD를 정리해 달라고 요청주셔서 그 덕에 그나마 답변이라는 건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혹시 나의 JD를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막막하게 느껴진다면 진행하고 있는 업무를 크게 적어보고 각 업무를 위해 진행하고 있는 세부 업무들, 그리고 어떤 주기 (월/주/일)로 얼마나 시간을 할애하는지를 계산하면 진행하는 업무와 비중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다.
면접을 볼 때는 채용공고에서 가장 상단에 적혀있는 업무가 아무래도 비중이 크기 때문에 그 내용과 비슷하게 답변을 하면 가산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직을 준비하면서 이 질문은 받지 않게될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하지만, 나에게 고민되었던 부분은 얼마나 솔직하게, 또 어디까지 말을 해야하냐였다. 팀장님의 폭언으로 팀원들이 계속 퇴사했고, 결국 현재 팀에 남아있는 사람이 나와 디자이너 단 둘밖에 없다는 것. 얼마 전까지 있었던 팀장님은 결국 권고사직되어서 팀장님의 공석을 나와 에이전시 담당자분들이 메우고 있다는 것. 하지만, 그렇다고 거짓말을 할 순 없었기에 사실대로 말을 했다. 무섭기도 했지만, 나에게는 지금 이 환경이 이직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던터라 솔직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아마 결정과 판단은 그 들의 몫이겠지..?
두 면접에서 공통적으로 받았던 질문이었다. 나는 어떤 사람이냐고. 잠깐 고민을 했고, 나는 이 질문에 대해서 limit(한계)이 없는 사람이라고 답변을 했다. 지금의 회사에 들어오기 전까지 마케터로서 회사에서 근무한 이력이 하나도 없었던 나는 1년동안 치열하게 버텼고, 내 포트폴리오를 쌓을 수 있었다. 부족하지만, 이 일을 통해 회사도 나도 도움이 될 것 같으면 3개월 동안 기획안을 끊임없이 어필해서 결국 해냈던 나였다. 그 덕분에 짧은 마케터 현업 경험이지만, 내가 1년이 지나고 경력직 서류 합격까지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난 그래서 스스로 한계없이 성장하는 limit가 없는 사람이라고 답변을 했다. 그리고 어쩜 이건 나 자신의 바람이기도 하다. 꿈을 되새기면 결국 그 꿈을 닮아가기에 난 정말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앞으로 어떤 마케터가 되고 싶은지 나의 향후 목표에 대해서 묻는 질문도 공통적으로 받았다. 이 질문에서 나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일 잘하는 마케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나와 함께 일을 하면 든든하다고 느낄 수 있고, 누구나 맡길 수 있는 그런 마케터로 성장하고 싶다고. 그럼에도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열정적인 모습은 잃지 않고 싶다고 말을 덧붙였다. 두 면접 모두 대화 형식이라 그런지 나도 편안하게 답변을 할 수 있어서 조금 더 인위적이지 않은 말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본 면접이라 설레지만 얼마나 긴장이 됐는지 집에 오는 길에 어깨가 천근만근 무거웠다. 드디어 끝났다는 안도감과 함께 떨어지면 엄청 씁쓸하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신입과 경력직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이 확실히 다르다고 많이 느꼈는데 정리해보자면..
신입:
-시키는대로 다 잘할 수 있는 사람
-쉽게 다룰 수 있는 사람
-너무 고집이 있지 않은 사람
경력:
-바로 실무에 투입될 수 있는 사람
-성과를 낸 경험이 있는 사람
-일에 대한 자신만의 비전과 가치관이 있는 사람
이제 끝났으니 면접에 대한 걱정과 불안함은 내려놓고, 결과를 덤덤하게 기다려 보는걸로. 다만, 내가 실망하길 원치 않으니 다른 회사에 열심히 지원서를 또 넣어볼 예정이다. 깜깜한 터널같은 이 여정에도 끝은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