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 중순, 지금의 회사를 다닌지 딱 1년이 되었다.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는지 1년이 아닌 3년 동안 회사를 다녔다고 느꼈을만큼 내 스스로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었다. 하지만, 그보다 나를 더 힘들게 했던 건 아직 앞으로 나아가고 발전할 수 있는 길이 창창한 내가 불필요한 많은 일들로 근로에 대한 의욕이 상실되었다는 것이었다. 회사를 가는 길엔 숨이 턱 막히고, 업무를 하다가 눈물이 후두둑 떨어지기 십상이었으며 회사에서 어떠한 고충을 겪어도 함께 나눌 팀원이 없다는게 나를 가장 아프고 슬프게 만들었다.
6월이 심적으로 정말 큰 고비었지만, 8월 초가 되어야 진행하고 있던 프로젝트가 끝나기에 이 시기까지는 어떻게든 버텨보기로 했었다. 사실 퇴사를 할까 말까 수 없이 고민했지만, 퇴사를 앞둔 동료분께 고민 상담을 하니 이런 말을 전해주셨다.
'프로젝트를 잘 마쳐서 00님껄로 만들고 나가세요. 여태까지 한게 아깝지 않아요? 그 프로젝트를 포폴에 넣어서 다음 회사 이직하면 되니까 조금만 참아보세요.'
결론적으로 난 이 동료분께 너무나 고마운 마음이 크다. 3개월 이상 준비했던 프로젝트에 PM역할을 했는데 내가 이 프로젝트를 놓고 가버리면 내 손에 쥐어지는 건 아무것도 없을 것같았다. 무엇보다 시작을 했으면 끝을 내야하는게 맞으니까.
그래서 나는 죽을 힘을 다해 참아보기로 했다. 헬스장도 결제하고, 집에서 홈트레이닝 운동 기구도 사면서 지친 내 체력을 끌어올려보기로 했다. 신기하게도 힘이 더이상 나지 않을 것 같았던 나는 조금씩 기운을 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고질적인 문제는 바뀌지 않았다. 아니다. 되려 악화되었다고나 할까?
사수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팀장님은 결국 권고사직이 결정났지만 예상보다 팀장의 채용은 지지부진하게 흘러갔고 결국 팀장님이 맡았던 업무들이 고스란히 나한테 오게 되었다. 그 때 내가 들었던 생각은 12월에도 내가 지금과 같은 모습이면 내 스스로를 원망하게 될 것 같다는 것이었다. 지금껏 나 자신을 믿으며 호기롭게 살아왔던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겁이 많아졌는지 고작 퇴사를 떠올리며 벌벌 떠는 모습이 나약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문득 퇴사 후 이직이 바로 되지 않았을 때 내가 겪게 될 나름의 최악의 상황을 그려보니 그다지 겁이 나진 않았다. 고정 지출로 통장에 현금이 조금씩 줄어들 때면 지금보다 조금 더 마음이 쓰릴 것이고, 아침에 눈 떠서 바로 갈 곳이 없으니 카페나 집에서 노트북으로 할 일을 하겠지? 시간이 평소보다 많아졌으니 브런치에 글을 더 열심히 쓸 것 같고 (그런데 아마 회사의 이야기보단 백수로서의 다소 가난한 삶으로 주제가 바뀔수도 있겠지만..) 돈이 없으니 약속을 잡는 것도 부담스러울 것 같다. 하지만 그만큼 다른 것을 더 아끼지 않을까? 결국 나도 살아야 하니 어떻게라도 하겠지..
생각해보니 난 늘 그렇게 살아왔잖아?
안된다고 상황을 탓하거나 좌절한 적 없고, 오뚝이처럼 꿋꿋하고 강인하게
문득 투자 받은 우리 회사의 앞날보다 나의 청춘이 훨씬 더 믿음직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잊고 있었던 나에 대한 확신과 도전에 대한 설렘이 다시 한번 채워지니 퇴사가 오히려 두려운 일이 아닌 나의 넥스트 스탭을 위한 하나의 단계일 뿐이란 생각이 들면서, 수많은 고민들이 한결 더 가벼워졌다.
7월 중순 입사한지 1년이 되었고
정확히 1년 3개월이 되는 10월 중순 그날에
회사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퇴사 플랜을 하나씩 짜보기로 했다.
난 할 수 있다.
그러니 의심하고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