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영화에는 부동산이 있다
드라마의 시작은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입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되어 해외 원조를 받던 나라가 40년만에 나라를 재건하고 다시 외국 손님을 초대한 것입니다. 주인공 덕선(배우: 이혜리)이는 올림픽에서 입장국의 피켓을 드는 고등학생인데 전국에 TV로 생중계 될 것을 기대하며 연습에 한창입니다.
드라마의 배경은 1970년대 쌍문동 골목길입니다. 이때만 해도 서울의 인구는 지금의 절반인 500만 명 남짓이었습니다. 충격적이지만 주택은 60만 채가 안 되었습니다. 당시 한 가족이 4~5명인 점을 생각하더라도, 주택 수(60만 호)보다 가구 수(110만 가구)가 두 배 가까이 많았습니다. 그럼 나머지 50만 가구, 250만 명은 어디서 살았던 걸까요?
이때는 한 집에 여러 가족이 함께 사는 형태가 일반적이었습니다. 서울의 주택 60만 채의 절반인 30만 채가 한 집에 두 가족 이상이 함께 사는 형태였습니다. 드라마에서 정환이네와 덕선이네가 같은 집에 사는 것 처럼요. MBC에서 1986년부터 1994년까지 방영했던 인기 드라마의 제목이 <한지붕 세가족>일 정도로 보편적인 형태였죠.
쌍문동은 경기도에 속해 있었는데 1973년 서울에 편입됩니다. 당시 종로구, 중구, 용산구 같은 서울 구도심의 인구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서울이 동서남북으로 확장되던 시기였죠. 쌍문동은 도심 외곽에서 일종의 신규 주택지였던 셈입니다.
쌍문동 골목길의 다섯 친구들이 자라서 어엿한 고등학생이 되던 1980년대는 서울에서 부족하기만 했던 주택이 빠르게 늘어났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정책이 1980년에 제정된 「택지개발촉진법」입니다. 지금도 서울 외곽지역에 대규모 신도시를 조성하는 것처럼 서울 곳곳에 대규모 주택지대를 만드는 것입니다. 강동구 고덕동, 강남구 개포동, 양천구 목동, 마포구 성산동, 노원구 상계동이 이때 조성된 대규모 택지지구입니다. 쌍문동 근처에 있는 도봉구 창동도 이때 조성되었고요.
새로 주택을 짓지 않아도 주택수를 늘릴 수 있는 마법도 있었습니다. 1984년에는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아파트처럼 1동의 건물이라도 여러 채의 주택으로 구분해 여러 명이 각자 소유할 수 있도록 공동주택 소유권의 기반을 만들었습니다. 단독주택 시대가 저물고 공동주택(아파트) 시대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쌍문동 단독에서 분당 아파트로
1980년대까지 한 지붕 아래 여러 가족이 살던 주거형태는 불법이면서 불법이 아니었습니다. 정부도 1989년 「건축법」을 개정해 다가구주택을 정식으로 제도화하게 되고요. 현행 건축법에 따르면 다가구주택은 1동의 주택에 19세대까지 거주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는 1994년 덕선이네 집이 분당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끝납니다. 1990년대는 서울을 넘어 서울 외곽에 아파트 중심의 신도시가 조성된 시기이자, 아파트가 다가구주택보다 많아진 해이기도 합니다. 분당(성남), 일산(고양), 평촌(안양), 산본(군포), 중동(부천)이 이때 만들어진 '1기 신도시'이고요. 쌍문동 단독주택에서 시작되어 분당 아파트로 끝나는 덕선이네 가족의 20년에는 서울의 주거문화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응답하라 1988>
tvN 드라마, 2015
1970년 고향도 배경도 사연도 서로 다른 다섯 가족이 쌍문동 골목길에 나란히 살게 됩니다. 주인공 덕선(배우: 김혜리)은 동갑내기 골목 친구들과 일상을 함께 하며 고등학생을 거쳐 성인으로 성장합니다. 1970년부터 1994년까지 쌍문동 골목길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
"골목은 그저 시간만으로 친구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