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섬에 사는 이유 | 캐스트 어웨이

모든 영화에는 부동산이 있다

by 오성범

한국에서 가장 큰 섬은 단연 제주도입니다. 제주도 다음으로는 거제도, 진도, 강화도의 순서로 큽니다. 제주도는 면적 만큼이나 인구도 많아서 60만 명이 넘는데 천안시나 전주시와 비슷한 규모입니다. 두 번째로 큰 섬인 거제도의 인구도 20만 명을 넘는데 경주시나 이천시와 비슷합니다. 세 번째로 큰 섬인 진도부터는 인구가 많이 줄어듭니다. 진도군의 인구는 3만 명이 조금 안 되고, 강화군의 인구는 7만 명 내외입니다.


절대인구가 아닌 상대인구(인구밀도)로 보면 어떨까요? 제주도의 인구밀도는 약 360명/㎢ 수준으로, 특별시를 제외하면 내륙의 어느 지역보다 높습니다.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경상남도(약 310명/㎢)와는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두 번째로 높은 충청남도(약 270명/㎢)와는 꽤 차이가 있습니다. 사실 제주도를 제외하면 큰 섬은 대부분 육지와 다리로 연결되어 있으니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요.


육지와 연결되지 않은 섬 중에서 꽤 인구가 많은 곳으로는 울릉도가 있습니다. 울릉도의 인구는 약 8,500명 정도인데, 강릉이나 포항에서 배를 타면 3시간 정도 걸립니다. 부산에서 일본 쓰시마섬이 배로 약 1시간 거리인 점을 생각하면 꽤 멀리 떨어져 있는 셈이죠. 문득 울릉도 같은 섬 지역에서는 전기와 수도 같은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를 어떻게 마련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우선 울릉도의 전기는 섬 내에 있는 세 곳의 발전소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한 곳의 수력발전소를 제외하고 모두 내연발전소이지만 앞으로 친환경 발전을 통해 에너지 자립을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다음으로 울릉도의 수도는 여러가지 상수원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육지처럼 강이 없기 때문에 계곡수나 지하수를 상수원으로 활용하고 이를 정수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섬 지역이 완벽하게 자립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현재 울릉도가 추진하는 것처럼 에너지 자립적인 섬 또는 물이나 식량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경우는 일부 있지만, 모든 조건이 갖춰진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전기와 수도 같은 기본 인프라를 항만이나 항공에 의존하는 순간, 섬에서 사는 일은 경제적 효율을 벗어나 사치가 될지도 모릅니다. 한국도 서해를 중심으로 무인도가 2,000곳이 넘으니까요.


개인적 차원의 경제논리로는 사람들이 섬에 사는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주거지를 옮기는 일은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아닙니다. 특히 어업이 농업에 비해 이동성이 매우 낮기도 합니다. 수역에 따라 조업을 할 수 있는 위치도 제한적이고 고정적일 뿐만 아니라, 높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인 만큼 어촌계와 같은 어업 공동체의 결속력이 매우 높아서 생업을 달리하지 않는 한 이동이 쉽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섬을 이해하려면 무엇보다 국경과 국방이라는 국가적 차원의 경제논리가 필요합니다. 섬은 개인이 어업을 하기 위한 일터이자 배후 주거지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섬은 지리적 특성상 국토의 최전방이고 그에 따라 국가간 해양 경계와 해양자원에 대한 권리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독도를 둘러싼 한-일간 갈등,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일간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국제법상 섬이 한 국가의 영토로 인정받으려면 '실효적 지배'가 있어야 하는데, 실제 거주민이 있는지, 행정력이나 경찰력이 미치는지가 중요합니다. 국가가 섬 주민들에게 충분한 생활 인프라를 제공하고 주거, 교통 등 다방면의 지원을 통해 주거비용을 줄여주지 않으면 섬 주민들은 얼마든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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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주인공 척 놀랜드(배우: 톰 행크스)는 물류회사 페덱스(Fedex)의 임원입니다. 물류는 항공과 해운으로 세계 각국의 경제를 연결하고, 세계는 배송이 되는 지역과 되지 않는 지역으로 구분될 겁니다. 그런 그가 비행기 사고로 페덱스가 닿지 못하는 무인도에 떨어진 것이죠. 모든 것을 연결해주었던 경제 시스템이 끊긴 곳에서 그는 모든 일을 직접 해내야만 합니다. 코코넛과 빗물에서 물을 구하고, 나무가지와 돌로 불을 구하고, 나무를 잘라 집을 짓습니다. 그마저도 파도에 떠내려온 스케이트 신발이 아니었다면 칼이 없어 나무를 자르지 못했을테고요.


인류는 역사의 99% 이상을 수렵과 채집에 의존했습니다. 지금도 경제가 끊기고 문명이 사라진 곳이라면 사람은 어김없이 생존을 위해 수렵과 채집으로 회귀할 수 밖에 없고요. 식량을 찾아 끊임없이 이동해야 했던 그 시기의 인류야 말로 "삼시세끼 밥 먹다가 하루가 다 갔다"는 말에 공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인류가 더이상 떠돌아다니지 않고 한곳에 정착할 수 있게 해준 농업을 왜 '농업혁명'이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됩니다. 육지도 사실상 아주 큰 섬이라고 볼 수 있다면, 육지와 섬을 불문하고 주거의 경제학은 생존비용의 1차 함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캐스트 어웨이> | Cast Away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 2001


크리스마스 이브, 물류회사 임원으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척 놀랜드(톰 행크스) 출장을 위해 비행기에 오른다. 그런데 착륙하기 직전 사고가 나고 그는 무인도에 떨어진다.

그로부터 4년 후, 무인도에서 생존한 척은 파도에 떠내려온 알루미늄 판자를 보고 섬을 빠져나갈 계획을 세우고 모든 물건을 이용해 뗏목을 만든다. 거친 파도를 헤치고 탈출을 감행하는데...


"계속 숨을 쉬어야 해. 내일은 다시 해가 뜰거고 파도가 뭘 가져다 줄지 아무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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