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연립주택, 브라운스톤 | 뉴욕의 가을

모든 영화에는 부동산이 있다

by 오성범

영화 <뉴욕의 가을>은 20년 전 뉴욕 맨해튼의 가을 풍경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가 시작되고 끝나는 장소는 '센트럴 파크'이고, '록펠러 센터',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등 맨해튼의 주요 명소가 배경으로 등장합니다. 물론 몇몇 랜드마크가 도시 이미지를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실제 그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랜드마크보다는 집이나 회사 근처의 풍경이 더 중요한 부분일 겁니다. 여행자는 이동 자체가 목적인 만큼 동선의 스케일도 크지만, 일상의 이동은 집이나 회사에 가기 위한 수단일 뿐이니 동선의 스케일도 작죠.


그래서 영화에서는 인물의 배경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장치로 집이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뉴욕의 가을>에서 두 주인공 윌(배우: 리처드 기어)과 샬롯(배우: 위노나 라이더)의 집도 서로 대비되는데, 윌의 집은 허드슨강이 내려다보이는 고급 아파트이고 샬롯의 집은 로우 하우스(Row house)입니다. 로우 하우스는 우리가 뉴욕 하면 떠올리는 '갈색 벽돌과 스툽이 있는' 그 주택입니다. 벽돌 색상 때문에 '브라운 스톤(Brown Stone)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한국에서 아파트 이름으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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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의 브라운 스톤과 센트럴 파크


뉴욕의 로우 하우스를 직역하면 '연립주택' 정도입니다. 한국에서 연립주택은 건축법상 아파트보다 작은 4층 이하의 공동주택을 말합니다. 뉴욕의 로우 하우스도 구조상 크게 다르지 않은데, 4층 높이에 최대 4가구 정도가 살 수 있습니다. 외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면 스툽(Stoop)일텐데, 스툽은 현관 입구의 계단입니다. 입구 계단에 의해서 1층과 지하층이 반층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반지하 공간이 생깁니다.


스툽은 주거 공간인 1층을 보도와 분리하기 위한 건축 장치였다고 합니다. 서울이든 뉴욕이든 도시는 비가 많이 내리는 여름에 도로의 우수관이 역류해 침수가 발생할 수 있는데, 스툽이 있으면 침수 피해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로의 소음이나 사생활 침해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고, 방문자와 거주민을 분리하면서 연결하는 일종의 전이공간(transitional space)으로 활용되었습니다.


스툽 아래의 반지하 공간의 용도는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서울의 반지하 공간 역시 처음에는 주택이 아닌 전쟁에 대비한 방공호로 만들어 진 것처럼, 뉴욕의 반지하 공간 역시 처음에는 창고나 팬트리 같은 보조 공간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그러다 1950년대 이후 뉴욕의 주택 문제가 심각해면서 이 공간을 주거용으로 전용하기 시작했고요. 현재는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카페나 갤러리 같은 상업용 공간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뉴욕에서 이런 형태의 로우 하우스가 집중적으로 지어진 건 19세기인데, 정부 정책에 의해서 보급된 표준주택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서울도 1950년대 대한주택영단의 표준주택, 1960년대 대한주택공사의 국민주택이 있었던 것과 같습니다.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대량 공급된 주택이라는 점도, 인구가 늘고 지가가 오르면서 아파트 같은 새로운 주택양식에 밀려 더 이상 지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같습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뉴욕의 로우 하우스는 지어진지 100년이 넘어도 노후화를 넘어 고풍과 고급의 상징이 된 반면, 한국의 연립주택은 노후 주거지의 상징이 되어 아파트로 속절없이 대체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에서도 일부 연립주택을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한국의 연립주택은 뉴욕의 로우 하우스와 달리 구분 소유권 형태를 갖고 있어서 개별 소유자들이 하나의 뜻을 모으기가 쉽지 않을테니까요. 보존도 계승도, 소유자에게 이익이 되고 경제적 가치를 유지할 수 있어야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뉴욕의 가을> | Autumn in New York

조안 첸 감독, 2000


뉴욕의 레스토랑 오너 윌(리차드 기어)은 50에 가까운 나이이지만 여전히 구속받기 싫어하는 바람둥이이다.

어느날 샬롯(위노나 라이더)이 생일파티를 하기 위해 윌의 레스토랑을 찾는데, 알고 보니 샬롯은 윌의 옛 연인의 딸이었다. 그럼에도 윌은 샬롯을 유혹하고 샬롯 역시 윌에게 빠지게 되지만 윌은 샬롯과 함께 할 때도 한눈을 팔고 샬롯은 상처를 받는다.

그러던 중 윌은 그녀의 할머니로부터 샬롯의 불치병 소식을 듣게 되고, 자유분방했던 자신의 인생이 이제 진심으로 샬롯에게 기울고 있음을 알게 된다.


“In the real world there are only two kinds of love stories. Boy loses girl and girl loses boy. Somebody always gets left beh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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