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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pricot 프로젝트 Aug 22. 2021

우리가 사랑하는 디자이너 6인

자신의 자리에서 꾸준히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언제나 새로운 자극을 준다. 그들의 작은 도전은 우리가 사는 공간이나 가구로 삶에 변화를 주기도 하고, 뛰어난 공연이나 패션으로 즐거움과 감동을 주기도 한다.  

현직 UX디자이너로 일하는 2명의 에디터들이 패션, 공간, 건축 등 분야에 관계없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디자이너 6인을 뽑아보았다. 




에디터 Chip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해 고민하며 나아가는 디자이너들을 좋아한다. 나이나 성별, 인종, 경력을 벽으로 생각하지 않고 꾸준히 아이덴티티를 구축해나가는 디자이너들을 사랑한다. 슬럼프가 오거나 자극이 필요할 때면 자기 자리에서 멋지게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패션 - Iris Van Herpen

사진 출처: Vogue

이리스 반 헤르펜 (Iris Van Herpen)은 손을 대면 공기로 흩어지거나, 생명을 가지고 날아오를 것 같은 작품들을 만든다. 3D 프린터와 레이저 커터를 사용해 직물을 재단하기도 하고, 해양 플라스틱을 모아 옷으로 재탄생시키기도 한다. 컬렉션마다 자연에서 영감을 가져오는 이리스 반 헤르펜의 디자인을 보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패션이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꼭 대량 생산한 면직물로 만들어 한 해 입고 버리는 것만이 옷은 아니다. 비록 아직까지는 이리스 반 헤르펜이 만들어나가는 디자인들이 오뜨 꾸뛰르의 영역이지만, 미래에는 새로운 소재로 뽑아내 정교하게 조립하고 분해해서 입는 옷이 패션의 기준점이 될지도 모른다.

낭비나 오차 없이 차분하게 정교한 프로세스로 세상에 한 점 밖에 없는 아름다운 작품이 만들어지는 걸 보면 정신도 집중되고 작업하는 마음가짐에 대한 리프레쉬도 받아서, 유튜브에서 스튜디오 다큐멘터리를 하염없이 쳐다보게 된다. (작업실에서 키우는 고양이도 있던데 어떻게 같이 지낼 수 있는지 놀라울 뿐이다.)


출처: Iris Van Herpen Facebook



행동과 변화 - Extinction Rebellion (XR)

출처: Frieze

디자인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익스팅션 리벨리온 (Extinction Rebellion, 줄여서 XR)을 보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생긴다. 2018년 영국에서 처음 시작된 환경단체 XR은 시각매체의 힘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SNS를 타고 빠르게 퍼져나가고, 서둘러 행동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멀리까지 전파한다.

XR의 로고는 아주 간단명료하다. 분필로도, 막대기 로도 쉽게 그릴 수 있고 어디서든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동그라미는 지구를, 모래시계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상징한다고 한다.) 이런 단순하면서 효과적인 디자인 요소는 시위 곳곳에도 녹아 있다. 빠르게 엮어 올릴 수 있는 대나무 구조물 조립도를 배포해 신문사와 금융기관 앞을 점령하기도 하고, 높은 갤러리 건물에 거대 프로젝션을 투영해 온 도시에 변화를 촉구하는 스포트라이트가 되기도 한다. 한 사람이라도 더 고개를 돌려 지구를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면, 게다가 실용적이고 친환경적이기까지 하다면, 그 디자인 아이디어는 제 몫 이상을 다한 게 아닐까.




공간과 경험 - Es Devlin

지금은 화면 속의 경험 디자인을 하고 있지만, 한때는 무대와 런웨이 위의 거대한 세트가 주는 경험 디자인에 푹 빠져 있었다. 그럴 때 찾아보던 디자이너들 중에서도 에스 데블린 (Es Devlin)은 나의 넘버원 슈퍼스타. 박스형 구조물을 켜켜이 쌓거나 공중에 띄우고, 움직이는 프로젝션으로 형태를 만들어 내는 스타일이 트레이드마크이다. 슈퍼볼과 그래미 특별무대, 패션쇼 런웨이, 비욘세와 칸예 웨스트의 콘서트까지, 그녀가 손을 대는 공간은 특별하게 변한다.

아무리 거대한 무대 디자인도 첫 구상은 연필로 시작한다. 슥슥 그려나가는 선들이 모여 평면이 되고, 손에 들 수 있는 크기의 3차원의 모델이 되고, 끝으로는 거대한 아레나를 채우게 될 때까지 고치고 수정해나가는 디자인 프로세스가 감동적이다. 가장 새롭고 핫한 스타들이 앞다투어 선택하는 디자이너, 중년을 넘어선 나이에도 자기 스타일로 무대를 화려하게 꾸미며 성취를 쌓아 가는 모습이 너무 닮고 싶은 사람이다. 에스 데블린의 작업 프로세스는 넷플릭스의 Abstract 시리즈에서도 볼 수 있다.





에디터 Crumble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관념을 바꾼 디자이너들을 좋아한다. 사람들이 믿고 있는 무언가를 바꾸는 창조는 건축, 가구, 화면 등 분야와 관계없이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에 큰 변화를 만들었다.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고 만들어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에 영향 준 사람들을 생각한다.. 


공간과 건축 - Le Corbusier

사진 출처: flickr https://flic.kr/p/7iBDHz


오랜 기간 한 아파트에 살면서, 내가 살고 있는 집을 누가 만들었을까 새삼 궁금해지곤 했다. 건축을 전공하지 않아 잘 몰랐던 르코르뷔지에를 알고 깜짝 놀랐다. 한국 아파트, 집합주택의 기반이 되는 여러 이론을 만든 사람이었기 때문. 사실 르코르뷔지에는 필명이고, 본명은 Charles-Édouard Jeanneret.

블록으로 벽을 쌓아 올리는 건축 형식은 건물을 완성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내부를 다양한 형태로 만들기 어려웠다. 예전 건물들이 세로로 긴 창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 르코르뷔지에는 대신 콘크리트 바닥, 기둥, 계단으로 이루어진 기본 형태로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건물을 지을 수 있는 Dom-Ino 시스템을 고안했다. 벽이 아닌 기둥을 활용했기에 내부를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고, 가로로 긴 창을 넣을 수 있게 되었다. 집에서 거주하는 시간이 늘어나며 점점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아가고 있었는데, 르코르뷔지에는 가로로 긴 창을 그 당시에 건축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그게 가능한 구조를 고안한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르코르뷔지에의 Dom-Ino 시스템, 출처: http://thecityasaproject.org/2014/03/the-dom-ino-effect/

집을 사람이 사는 곳으로 보고 그 안에 사는 인간을 위해 기능을 고민했다는 점에서 지금 내가 하는 디자인의 본질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아파트의 1층 높이인 2.3m도 모듈러에 기반한 높이인데, 내가 살고 있는 집인 아파트에 영향을 미치고 사람들이 사는 방식을 바꾸었다는 점에서 더 놀랍다.



가구 - Alvar & Aino Aalto

사진 출처: Finnish Design Shop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Artek의 설립자이자 건축가 부부. 디자이너 가구를 파는 가게에 방문했을 때, Artek의 Chair69 의자에 앉아보고 깜짝 놀랐다. 다른 의자에서 느끼지 못했던 편안함, 따뜻함, 부드러움을 느꼈다. 핀란드의 건축가로도 유명하지만, 나는 부부가 만든 가구를 더 좋아한다.

Chair 69, 출처: Artek https://www.artek.fi/en/products/chair-69 

Artek은 Art와 Tecnology를 합친 말이다. 이름만큼 Artek은 여러 실험을 통해 제품을 만드는 새로운 방법에 도전했다. Alvar Aalto는 특히 나무의 여러 가능성을 실험했고, Otto Korhonen의 합작으로 구부러진 형태의 나무다리 L-leg를 만들어냈다. 나무를 여러 갈래로 쪼개 구부리는 단순하지만 획기적인 방법으로 나무의 새로운 가능성을 이끌어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L-leg를 만드는 영상을 보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평온해진다)

Aino Aalto도 Artek의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물의 파장처럼 보이는 형태의 유리잔, 화병, 가구 등을 디자인했다. Artek의 책상과 의자, 화병 등 여러 가구는 언제 보아도 부드럽고 편안함이 느껴진다. 언젠가 꼭 구입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돈을 모으고 있다.



User Interface - Bas Ording

iPhone 1의 프레젠테이션에서 관성 스크롤을 통해 iPod 플레이리스트를 스크롤하는 스티브 잡스. https://vimeo.com/43700091 (16분 15초 부분)

폰으로 웹사이트를 읽을 때, 전화번호 리스트에서 사람을 찾을 때 손가락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 스크롤하는 것은 너무나도 익숙해서 모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이 인터랙션의 이름은 관성 스크롤(Inertial scrolling). 2017년 한 언론 기사에서 언급되어 알게 된 UI디자이너인 바스 오딩은, 애플에서 아이폰의 관성 스크롤 인터랙션을 만들었다. 

관성 스크롤은 손가락으로 화면을 내릴 때 손가락을 화면에서 떼더라도 관성이 남아 바로 멈추지 않는, 또 빠르게 여러 번 내리면 스크롤에 가속도가 붙는 화면 인터페이스다. 지금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당연하다고 생각되지만, 처음 작은 컴퓨터로 스마트폰이 개발되었을 때는 당연하지 않았다. 화면에 오른쪽의 스크롤바를 두고 이를 손가락이나 펜으로 움직이는 형식이었는데, 작고 좁은 영역이라 효율적이지 않았던 것을 대신해 바스 오딩은 문서를 읽을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으로 관성 스크롤을 고안했다. 화면 끝에서 살짝 튕겨 올라갔다 내려와 문서의 끝을 알려주는 바운스백도 함께 개발했다.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당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발전시키는 것은 디자이너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 중 하나이다. 바스 오딩이 그랬듯,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통해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두근거리게 한다.




마치며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 새로운 성취를 이루기란 쉽지 않다. 그저 오래 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어렵고 고된 일이다. 더 나은 방향을 위해 고민하고, 전에 없던 시각으로 세상을 더 즐겁고 나은 방향으로 이끈 디자이너들을 6명 소개해 보았다. 때로는 일상을 편리함을 위해, 때로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작업하는 그들을 통해, 새로 시작할 힘과 영감을 얻기를 바란다.




에디터 Chip이 참고한 곳

Iris Van Herpen https://www.vogue.com/article/iris-van-herpen-fall-2020-couture-making-of-the-transmotion-dress

Es Devlin https://www.newyorker.com/magazine/2016/03/28/es-devlins-stages-for-shakespeare-and-kanye

Extinction Rebellion

https://extinctionrebellion.uk/act-now/resources/art-group/

https://www.frieze.com/article/defiant-art-and-design-extinction-rebellion



에디터 Crumble이 참고한 곳

그는 어떻게 아파트와 신도시의 아버지가 됐나 https://news.joins.com/article/21123909

The perfect architectural symbol for an era obsessed with customisation and participation 

https://www.dezeen.com/2014/03/20/opinon-justin-mcguirk-le-corbusier-symbol-for-era-obsessed-with-customisation/

L-leg Collection https://www.artek.fi/en/collections/l-leg-collection  

Chair 69 https://www.artek.fi/en/products/chair-69 

아이폰 10년, 우리는 바스 오딩을 기억해야 한다 https://slownews.kr/65798

Oral History of Bas Ording https://www.youtube.com/watch?v=2x9XdVWr_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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