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랑 다니면 연예인이랑 다니는 것 같아

연예인병

by 이재근

1.


'오빠랑 같이 다니면 연예인이랑 다니는 것 같아'

'왜?'

'사람들이 다 쳐다봐'

'음... 내가 그 정도였나? 아직 죽지 않았쒀~ 촤하하~~~ ;;'

'(한심한 듯 바라보며) 아니 그게 아니고. 오빠가 휠체어 타니까 오빠 보다가, 그 옆에 여자는 누군가 나 보다가 한다고 사람들이!'


2.


확실히 그렇다.

나도 모르는 사이 굳이 눈을 안 마주치는 습관이 몸에 베었지만,

그 시선들은 오감으로 다 느껴진다.


유쾌하지는 않지만, 익숙해졌고,

더이상 불쾌해 하지도, 굳이 따져 묻지도 않는다.


3.


하지만 이런 나조차도 너무 대놓고 시선이 따라오는 경우는

(예를 들면 따라오거나, 뒤돌아보면서까지 오래오래 쳐다본다던가 하는)

눈을 똑바로 마주치고, 불쾌감을 표현할 때가 있다.


오늘이 그랬다.


4.


도서관에서 빈 자리를 찾으려고 이동하는 나를

자리에 앉은 어떤 사람이 고개를 뒤로 돌려가면서까지 계속 쳐다보는데,

그 정도가 너무 심한 것이 안 되겠다 싶어서

이동을 멈추고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5.


이런 무례한 이들은 대체로 또 소심해서,

눈이 마주치면 슬며시 눈을 내리깔거나, 고개를 돌리는데,

이 사람은 눈을 피하기는 커녕 갑자기 나를 보고 미소를 띄우는 것이 아닌가.


뭐지 이 미친 x는 하고 (마음으로) 심한 말 하려던 찰나.

소곤소곤(싸이코패스들 특징) 말을 건다.


6.


'혹시 자리 찾으시는거면 제가 옆자리로 좀 비켜 드릴까요?'

'아 네. 그럼 너무 감사하죠. 여기 앉으면 될까요? (주섬주섬) ^^;;'


음... 아직 세상이 이토록 아름다운데.

내가 좀 더 맑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야지.


평화로운 토요일 오후의 도서관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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