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DW의 종은 울리나?

데이터 웨어하우스의 쓸모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해보기

by 데이터 로맨티스트

빅데이터라는 단어가 평범하게 들리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2001년에 이 단어의 중심개념이 더글라스 레이니에 의해서 처음 발표된 이후로 데이터의 사이즈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졌습니다. 이제는 데이터 없이는 못 사는 세상입니다.


데이터 없이도 잘 살았던 때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데이터가 없어도 불편하지 않았고요. 데이터와 무관하게 어떤 결정을 내려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이거 다 내가 해 봐서 아는데..”라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뭔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했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그 중요한 선택의 근거로 경험의 힘을 활용했습니다. 그래도 되었고요. 또 그래야만 했었습니다. 왜냐하면 판단을 내리기 위한 정보가 부족했습니다. 어떤 결정이 맞는지 틀린 지를 알 수 있는 데이터를 충분히 쌓지 않았었으니까요.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데이터는 쌓이고 있습니다. 그것도 그냥 데이터가 아니라, 모든 것에 대한 아주 자세한 데이터가 쌓입니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더욱더 가치 있게 쓰기 위한 방법이 계속 고도화되고 있어요. 이렇게 준비된 데이터는 의사결정의 근거로 쓰이고 도구로 쓰입니다.


어떤 사람이 방귀를 뀌었습니다. 여러분은 의사입니다. 데이터의 힘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 의사인 여러분은 이 방귀 뀐 사람이 주는 데이터를 있는 대로 수집합니다. 방귀를 ‘북~~$#@‘ 하고 뀌었을 때 방귀의 소리와 길이, 냄새의 진한 그 향, 농도, 얼마나 자주 뀌는지, 소리의 음색, 바이브레이션, 먹은 음식 등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수집한 다음에 그것들을 모아서 분석을 하고 의사결정을 내립니다. 이 사람이 장에 문제가 있는지, 아니면 단순한 소화불량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냥 변이 나오기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는 전조 신호인지를 선택하게 됩니다. 그러고 나면 약을 처방한다던가 하는 필요한 행동을 하는 거죠. 이 정도까지 했다면 데이터가 자신의 가장 쓸모 있는 일을 한 겁니다. 바로 의사결정 지원이죠. 이것이 제가 얘기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DW는 누구를 위해서 종을 울리나? 데이터 웨어하우스, 이게 누구에게 가장 필요한 가에 대한 것이죠. 어떤 DW는 현재를 최대한 자세하게 서술하거나 또는 보고서에 초점이 맞춰진 경우가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하나도 빠짐없이 모든 것들을 가지런히 놓아서 보기 좋게 하는지에 힘쓰기도 합니다. 물론 현재 상황을 데이터로 잘 볼 수 있고 진단을 할 수 있다면 그것도 큰 의미가 있고 또 의사결정에도 도움이 되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관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겁니다. 트럭도 차고 승용차도 차입니다. 똑같은 차예요. 하지만 하나는 짐을 안전하게 옮기는 게 목적이고 하나는 사람을 편안하게 모시는 게 목적인 겁니다. 무언가를 결정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데이터 웨어하우스일 때 최고의 가치를 발휘합니다.


한 가지 오해를 가질 수 있습니다. 데이터는 결정을 직접 내리지 않습니다. 아직까지는요. 언젠가는 AI 가 만들어낸 결정을 인간이 받아들여야 하는 세상과 마주칠 날이 올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DW 안에서 데이터는 묶이고 쪼개지고 다듬어지면서 정보가 되고, 그것들이 의미 있는 패턴으로 연결이 되어 영양 가득한 알갱이를 가진 지식이 됩니다. 이런 지식이 누군가가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재료로 쓰여 더 적절한 선택을 하도록 지원합니다. 의사결정의 도구로써의 데이터는 분명 쓸모가 있습니다. 다만 그 결정의 전체가 아닌 일부분일 뿐입니다. CEO는 순수하게 데이터만으로 대규모 투자를 의심 없이 결정하지 않습니다. 부하직원의 의견, 외부 전문가의 자문, 자신의 경험 등도 데이터와 함께 의사결정이라는 게임의 멤버로 참여하게 됩니다. 게임을 이기기 위해서는 이 게임의 멤버와의 팀플레이를 통해서 하나의 통찰을 이루어 내야 합니다. 올바른 통찰이 성공을 가져오기 때문이죠. 여기에서 데이터라는 멤버의 의견을 얼마나 많이 귀담아들을지 선택해야 합니다. 결정의 기준으로서 데이터의 가중치를 얼마로 설정할 것인가 하는 것은 의사결정권자에게 꼭 필요한 일입니다.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은 그 가중치를 얼마나 높이는 것이 좋을까요? 아쉽지만 이 질문의 대답은 명쾌하게 내는 것이 어렵습니다. 멋스러운 정답을 바로 내놓기엔 이 질문에 고려해야만 하는 조건이 너무 많습니다. 게다가 의사결정 요소로서의 가중치는 측정치가 아닙니다. 정량화되어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서 얼마나 높은지, 낮은 지를 말하는 것이 안됩니다. 기업마다 다뤄지는 데이터는 또한 그 종류도, 목적도, 크기도 다 다릅니다. 바로 여기에서 DW가 해주어야 하는 역할이 있게 됩니다. DW는 천차만별의 데이터가 좋은 의사결정의 재료로 사용되도록 준비를 해 줍니다. 데이터들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좋은 자리에 알맞게 둡니다. 이 안에서 정보와 지식을 원하는 또 다른 다양성의 사람들을 받아들입니다. DW에서 수행하는 데이터 작업을 요리에 비유하기도 하고 또 조각에 빗대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엇에 비유를 하든 DW의 존재 이유가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데 있다는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오직 변하는 것은 누구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가입니다.


데이터가 바다라면 DW는 수산물 시장입니다. 맛있는 생선회를 먹을 수 있을지 없을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내가 내리는 결정에 데이터를 중요한 조건으로 생각하겠어”라는 누군가의 첫 번째 고백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데이터는 그 선택에 대해 만족스러움이 가득한 보답을 하리라고 저는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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