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를 사랑할 수 있나요?

데이터를 대하는 냉정과 열정 사이

by 데이터 로맨티스트
사람이 아닌 것을 사랑하는 사람


캐스트 어웨이(Cast Away)라는 영화에 대해서 아시나요? 2000년도에 개봉했고, 어느 무인도를 배경으로 일어난 척 놀랜드(톰 행크스)와 배구공 ‘윌슨’의 끈적한 브로맨스 스토리입니다.

글로벌 우편물 배송 기업 페덱스의 관리자였던 척이 탑승한 비행기는 기상 악화로 검은색 바다에 추락합니다. 구사일생으로 어느 무인도에 도착한 그는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그곳에서의 야생을 시작합니다. 도시생활에 최적화된 그에게 야생이 쉬울 리가 없습니다. 안식처 구하기, 먹을 것 구하기, 불 피우기 등의 낯선 생존활동에 힘들어하던 중에 우편물 중 하나였던 배구공 ‘윌슨’을 만납니다.

자신의 손바닥에서 난 피로 배구공에 얼굴을 그리는 톰 행크스

날것 음식으로 허기를 채우던 척은 익힌 것을 맛보고 싶어 야생 불 피우기를 도전합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실패로 짜증이 나서 혼자 난동을 피우다가 배구공 하나를 발견합니다. 그는 불이 너무너무 간절해 배구공에게라도 부탁을 하고 싶어서 불의 화신을 연상시키는 그림을 그립니다. 브랜드가 ‘윌슨’인 이 배구공은 애를 먹던 척에게 불의 권능을 보여줍니다. 그렇게 윌슨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하기로 한 척은 이 배구공과 친구가 됩니다.

윌슨은 처음에는 척의 말을 잘 들어주는 역할이었다가 차츰 대화가 가능하게 되더니 나중에는 의견 충돌이 나서 서로 싸우게 되기도 합니다. ‘네가 나에 대해서 뭘 알아! 이 배구공 자식아!’라고 샤우팅을 하면서 동굴 안식처 밖으로 윌슨을 던져버리고 나서 척은 곧바로 후회를 하고 윌슨을 찾으려고 안식처 안에서 튕기듯이 밖으로 나갑니다. 그렇게 해서 결국 화해는 하죠. 바닷물에 지워진 배구공 얼굴을 정성 들여 다시 그려주는 것으로 사과 표현을 합니다. 이 부분이 정말 저를 웃음 짓게 했습니다. 그가 배구공에게 사과하는 마음에 진심이 느껴져서요. 그 사건 후에도 둘은 다사다난합니다.

그런데 저는 영화를 보면서 한 가지 궁금증이 뜬금없이 생겨났습니다. “나도 사람이 아닌 것을 사랑할 수 있을까? “



데이터를 분석하려면 먼저 데이터를 사랑하라?


이런 신앙심이 깃든 멘트는 사실 좀 불편합니다.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톰 행크스는 형태가 바뀌지 않는 둥그런 고체물질이 눈에 보이기라도 했습니다. 하지만 데이터는 뭔가 형태와 색깔로는 상상이 안됩니다. 데이터는 때론 소문난 사금 채취 강가처럼 뭔가 반짝이는 것을 금방이라도 줄 것 같다가도 어떨 때는 테미네이터 2에서 등장해 어떤 형태로든 모습을 바꾸는 미래의 쇳덩이 T1000처럼 위화감을 주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회사에서 긴급한 회의가 열렸습니다. 대표이사를 포함해서 많은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여러분은 데이터 분석가로서 한 자리를 채우고 대표님의 발언을 기다립니다. 대표님이 한 말씀을 던집니다. 그런데 그 세기가 장난이 아닙니다.

“우리 회사가 중요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우리의 매출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그 원인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철저히 분석해서 알려주세요.”

대표님 외 다름 임원들이 당신을 일제히 쳐다봅니다. 여러분은 무언가를 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T1000 같은 데이터에게 사금을 달라고 애원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제 이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여러분은 데이터를 드릴로 파 들어가는 것을 벌써 시작합니다. 그리고 ‘좋은 결과를 얻어내려면 데이터를 더 관심 있게 보고 데이터를 사랑하세요’라고 말 한 사람을 위해 던질 욕을 한 바가지 준비합니다.



데이터를 어떻게 사랑하나요?


데이터는 강아지가 아니라서 먹이를 주거나 쓰다듬어 줄 수 없죠. 데이터를 당근이나 양파, 버섯 같은 요리 재료로 강제 빙의를 시켜서 요리를 하는 즐거움을 느껴보려는 시도도 잘 안됩니다. 사실은 데이터를 사랑하는 방법이라는 게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위 소개한 영화 속에서 톰 행크스는 배구공 윌슨과 많은 대화를 합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의 내면과의 대화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펜던트 속의 여자 친구 캘리 사진을 응시하면서 그 끔찍한 무인도를 벗어나야겠다는 의지를 단단히 합니다. 그다음 윌슨과 탈출 작전을 의논하죠. 데이터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쩌면 자기 자신을 사랑하거나, 나 말고 다른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다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숫자를 창조한 신을 경외하고 사랑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제가 데이터를 바라보는 시점이 과학적이기보다는 로맨틱해지기를 더 바랍니다. 모든 데이터는 다 자기만의 사연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연은 누군가가 뭔가를 하고 싶다는 욕망 또는 하고 싶지 않다는 불안함과 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데이터를 해석한다기보다는 이해한다는 느낌으로 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제가 앞으로 만들기를 바라는 데이터 관점입니다.


반쯤 뜯겨진 간이화장실 문짝이 어느 날 섬으로 떠밀려옵니다.
이 하찮아 보이는 문짝을 윌슨과 톰행크스는 관찰을 하고 또 합니다.
섬을 벗어나기 위해 극복해야 하는 가장 어려운 파도를 넘어서기 위해서 이 문짝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어느 날 톰 행크스는 섬으로 떠밀려온 쓰레기를 발견합니다. 그는 이 반쯤 뜯긴 간이화장실 문짝을 마치 생전 처음 보는 동물이라도 발견한 듯이 관찰을 계속합니다.

이 하찮아 보이는 문짝은 주인공이 무인도를 벗어나기 위해 꼭 필요했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 줍니다.

저에겐 가장 감동스러운 장면이었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누구를 위하여 DW의 종은 울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