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온한 도시 전주를 걷다
기차를 기다리는 것처럼
설레는 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전혀 가본 적이 없는 곳이라면
기대감은 더 커지게 된다.
이번에 가볼 곳은 '전주'
전주하면 막연하게 비빔밥, 콩나물국밥 등
먹거리로 연상되는 곳이라 큰 기대감은 갖지 않았다.
새로운 발견의 기쁨이야말로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이기 때문에
생긴 버릇이었다.
전주역에 도착해서 바로 맑은 국물의
콩나물 해장국을 들이켰다.
담백한 국물과 적절한 양의 반찬이
전주여행의 시작을 반갑게 안내하는 듯했다.
유명한 한옥마을을 방문하기 위해 대로변을 걷다 발견한
그 유명한 PNB 풍년제과 본점.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PNB 로고가 꼭 있어야
오리지널이라는 것을 블로그를 보고 알았다.
되짚어보니 사람들 쇼핑백도 PNB가 인쇄되어 있던 게 기억났다.
그만큼 오리지널에 대한 사람들의 충성도는 크게 마련이다.
'풍년제과'라는 명칭은 아마도 변별력이 없는 명사라
경쟁업체가 그 명칭을 사용하는지 모르겠다.
한옥마을 가는 길에 붙어 있던 스티커.
요즘같은 < 핵개인 > 시대에 어울리는 분 아닌가 싶다.
멀티태스킹 능력 꼭 필요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실제로 보면 더 고풍스러운 전동성당.
우리나라 최초의 종교 순교자를 배출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정해진 시간에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확인이 필요하다.
한옥마을 초입에 있기 때문에 더 이색적이다.
조선시대 한옥과 성당의 만남이라니
마치 웹소설의 한장명과도 같은 풍경이다.
한옥마을에서 뜻하지 않게 방문했던
어진박물관.
말 그대로 왕의 초상화를 주제로 만들어진 곳인데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어진을 가지고 있는 곳이 바로
<경기전>이다.
조선 곳곳에 어진을 배치했지만 전부 소실되고
오직 이곳만 남아 있다고 한다.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본 순간 시간 여행을 하는 듯
그 역사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진을 그릴 때 단순하게 비단 위에 스케치와 채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레이어 구조를 연상하게 하는 기법이 훌륭했다.
특히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조선 시대의 문화적 깊이에 크게 감명받았다.
경기전 내부
나무들이 그려내는
아름다운 그림자들.
전주천 위에 있는 아름다운 남천교.
다리 위에 이렇게 본격적인 건축물이 있는 건
새로웠다.
그리고 보니 귀여운 버스 승강장도 있었다.
새삼 여기가 전통의 동시 전주라는 것이 더 느껴졌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한번 들린 PNB 본점.
전주 오는 사람들의 필수 코스다.
선물로도 부담 없고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간단한 선물이지 싶다.
그렇게 전주 1일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