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하지도 물렁하지도 않은…
어느새 늦여름 끝이 보인다.
아직 높은 습도와 살을 에이는 햇빛이 번갈아 가면서
예측할 수 없는 날씨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사방에서 무성하게 자라는 잡초들을 보면
겨울엔 볼 수 없는 생기가 느껴진다.
맛있는 복숭아를 맛볼 수 있는 계절도 여름이다.
딱딱한 식감이 좋을 때도 있고
물렁한 느낌을 원할 때도 있다.
근데 변하지 않은 취향은 복숭아 향이다.
은근하면서도 달콤한 기분이 들게 하는 그런 기분 말이다.
그래서 가끔 그 애가 생각나기도 한다.
그렇게 특별한 외모를 가진 건 아니었지만
모두를 기분좋게 하는 그런 향기가 느껴지는
그런 아이였다.
물렁하기만 해서 모두에게 상냥했던 그 애에게
나는 유독 딱딱하게 굴었다.
질투였다.
관심을 독차지 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얼굴마저 희미해진 추억이지만
복숭아를 깨물면 가끔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