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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성실

괜찮은 거 맞아?

by APRDEC
미스터 성실 by AprDec

성실 씨는 오늘 하루도 정확한 시간에 일어났다.

정해진 시간에 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서둘어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운동화를 챙겼다.

날씨가 갑자기 싸늘해져서 감기를 조심해야 한다.

그는 여분의 재킷을 챙겨서 지하실 피트니스 센터로 내려갔다.


적당히 땀에 젖은 상의를 세탁기에 넣고 버튼을 누른다.

동시에 향이 좋다고 선물 받은 커피콩을 갈아 넣어

필터지에 쏟아낸다.


" 이대로라면 저축이 금세 바닥날 거야"

성실 씨는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키고 나서 혼잣말을 내뱉는다.

그가 쓰고 있는 웹소설의 반응이 최근 매우 좋지 않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어떻게 하지?"

쓴 한숨을 대신 담배 한 모금이 절실한 때이다.


그는 4년간 웹소설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초반엔 매우 반응이 좋아 이대로 가면 최고의 흥행 작가가 될 것만 같았다.

그러나 1년이 막 지나자마자 후속작에 대한 압박감과 건강 악화로

허술한 작품만 쓰는 2류 작가로 전락해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기만의 루틴을 반드시 지켰고 여행을 가거나 경조사가 있어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일과는 무조건 지켰다.

그중 가장 핵심은 운동과 글쓰기이다.


운동하면서 매순간 작품 수정을 생각했고

실제로 작품에 반영하면서 매일을 알차게 마무리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실적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하긴 어려웠다.

그 역시 이 상황을 알고 있었고 매 순간 더 나은 작품을 위해 신경을 곤두세웠다.

"계단식 성장을 기대하고 늘 노력해 보세요!"

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본인의 삶에 녹이려고 노력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마감을 막 마치고 원고를 편집자에게 보낸 후 오랜만에 느긋한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부족한 운동량을 채우기 위해 옷을 챙기려는 순간 편집자에게 연락이 왔다.


" 성실 작가님. 오랜 시간 동안 저희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나 이번 원고를 마지막으로

저희 플랫폼은 작가님과의 계약을 종료하고자 합니다. 다음 기회에 좋은 작품으로 만나 뵙기를

기대합니다."

라는 삭막한 내용의 메일이었다. 성실 씨는 순간 당황했고 어지러움을 느꼈다.

그는 거울을 보며 흔들리는 눈동자를 잡으려고 노력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러닝머신 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 얼굴엔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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