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볼 수가 없기 때문에 실제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경험적인 생각일 뿐인지? 시간에 대한 고찰은 정말 쉬운 듯하면서도 어려운 주제 같습니다.
시간은 인간이 만든 가장 정교한 감옥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과거는 후회로, 미래는 불안으로 묶어 ‘지금 이 순간’을 제대로 살아내지 못하게 하니 감옥 같기도 합니다.
인간의 역사에서 시간을 어떻게 생각하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고대인들에게 시간은 눈금이 아니라 별의 움직임과 계절의 변화였습니다. 그들에게 시간은 순환하며 자연과 하나였습니다.
근대 물리학인 뉴턴 역학에서는 시간은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르며, 독립적인 실재이며 절대적 흐름으로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이론은 시간의 개념에 대한 커다란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시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관측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상대적 개념입니다. 속도가 빠를수록, 중력이 강할수록 시간은 느리게 흐르며 시간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상대적 경험이라는 것입니다.
우주와 비교하면 아주 작은 공간인 지구에서는 시간이 절대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좀 더 광대한 공간에서 시간은 장소와 속도에 따라 물결처럼 요동치며, 그 어떤 것도 객관적인 현재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현대 물리학인 양자역학에서는 시간의 실재성과 절대성은 더욱 희미해져 갑니다.
양자역학에서 입자들은 수많은 가능성 속에 동시에 존재하다가 오직 상호작용이 일어날 때 하나의 현실로 드러나며, 존재의 연속성을 통해서 시간을 경험한다고 보면 시간도 더 이상 독립된 흐름이 아니라 상호작용이 일어날 때 비로소 드러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과거에서 현재, 미래로 시간이 흐른다는 개념마저 무너뜨립니다.
양자역학에서 시간은 시계가 아니라, 관계이고, 관찰이고, 인식의 흔적입니다. 우리는 시간 속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만들어가며 살아가는 존재라고 이야기합니다.
양자 역학의 최근 흐름에서는 시간은 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여러 알갱이로 나뉘어져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즉, 시간은 균일하게 흐르는 것이 아니라 캥거루 처럼 한값에서 다른값으로 껑충 뛰어넘는 불연속적인것으로 봅니다. 양자역학에서는 모든 현상에는 최소규모가 존재하는데, 시간에서는 양자화된 최소 시간,“플랑크 시간”이라고 합니다. (10-44 초=플랑크 시간)
시간의 양자화에 대해서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평행 현실 개념으로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시간의 양자화는 허구의 개념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이처럼 현대 물리학은 전체 우주에 균일하게 흐르고, 하나의 현재가 존재하고, 시간은 과거로부터 미래로 흐른다는 관념을 완전히 무너뜨렸습니다.
이러한 시간의 실재성과 허구성에 대한 고찰은 인간의 의식의 성장에 큰 영향을 줍니다.
시간의 실재성과 절대성에 대한 의심이 우리의 의식의 문을 여는 열쇠일지도 모릅니다.
시간은 인간의 인식이 만들어낸 구조일 뿐이고,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의식의 투영이라면, 진짜 삶은 오직 지금 여기에서만 일어납니다.
시간의 실체를 의심하는 일은, 곧 ‘나’라는 존재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집니다.
시간이 없다면, 나는 태어나고 자라고 늙고 죽어가는 존재라는 믿음조차 흔들립니다.
시간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너는 이런 과거를 가졌고, 앞으로 이렇게 될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절대적 실체가 아니라면 내면에 이러한 질문을 하게 됩니다.
“정말 나는 과거의 그 일로 고통받아야 하는가?”
“아직 오지 않는 미래 때문에 지금 두려워해야 하는가?”
시간의 허구성에 대해 직관적으로 깨달으면 과거의 죄책감도, 미래의 불안도, 모두 의식의 스크린 위에 떠오른 생각일 뿐임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이처럼 시간은 본질적으로 공(空)하다고 하지만, 우리는 동시에 그 실재성도 인정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시간을 부정하는 것은 곧 인과를 부정하는 것이고, 결국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물의 본질이 수소와 산소라는 원소일지라도, 그것이 결합하여 물이 되었을 때 우리는 그 물을 또 다른 의미로 받아들입니다.
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이 있다고 단정 짓는 것도 답이 아니고,
시간이 없다고 단정 짓는 것도 답이 아닙니다.
시간이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니다는 견해도 답이 아닙니다.
특정 조건에 따라 시간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것으로 그 조건은 우리가 삶을 인식하는 방식입니다.
시간이 없다는 공(空)성에 빠져서 허무주의로 삶이 흐른다면 시간의 실재성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고,
시간에 너무 집착하여 괴로움이 있다면 시간의 공(空)성을 한번 관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空)함 속에서도 실재로서 작용하는 이 시간을, 우리는 부정도 집착도 아닌 지혜로운 중도의 마음으로 마주해야 합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시간의 공(空)성과 실재성을 모두 관조하면서,
그 순간순간을 가장 깊이 있게 살아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하게 시간의 속박에서 벗어난 사람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