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저호는 태양계를 벗어나기 전, 마지막으로 고향을 향해 카메라를 돌렸습니다. 그리고 그 사진 속 지구는 끝없는 어둠 속에 떠 있는 작은 ‘창백한 푸른 점’에 불과했습니다. 칼세이건이 말했듯, 그 위에서 우리의 모든 역사와 기쁨, 고통, 사랑과 두려움이 펼쳐졌습니다.
그 작은 점 위에서 우리는 실수하지 않으려 애쓰며, 죄를 짓지 않기 위해, 감정과 욕망을 억누르며 스스로를 통제합니다. 하지만 억압과 회피로만 살아가는 삶은 진정 살아 있는 삶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길보다 덜 진실하며, 영혼의 자유마저 훼손할 수 있습니다.
삶은 완벽해지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기 위해 주어진 것입니다.
실수와 잘못된 행위 마져 내가 선택한 경험일 때, 우리는 비로소 주체로 존재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창백한 푸른 점 위의 수많은 존재가 굳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분화되어 살아갈 이유도 없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