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얽힘’은 여러 양자 현상 중에도 가장 기묘한 현상으로, 세계에 대한 기존의 이해에서 우리를 가장 멀어지게 하는 현상입니다.
‘양자 얽힘’은 두 개 이상의 입자가 서로 강하게 연관되어,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한 입자의 상태를 측정하면 다른 입자의 상태가 즉시 결정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양자역학에서는 입자의 상태가 측정되기전까지 여러 가능성을 동시에 가진다고 합니다.(중첩상태) 그런데 얽힌 상태에 있는 두 입자는 개별적으로 독립된 상태가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으로 존재합니다. 따라서 한 입자를 측정하면, 다른 입자의 상태도 즉시 결정됩니다.
아인슈타인은 ‘EPR 논문’을 발표하면서 양자 얽힘이 빛보다 빠른 속도로 정보가 전달되는 듯한 모순을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유령 같은 원격 작용”이라고 표현했죠.
‘얽힘’ 현상은 허구가 아니라 실험실에서 잘 확인된 사실입니다.
양자적으로 중첩된 상태에 있는 한 쌍의 얽힌 광자를 하나는 서울로 다른 하나는 파리로 보내면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두 광자는 둘다 빨간색인 상태와 둘다 파란색인 상태가 중첩되어 있다고 가정하면, 관찰되는 순간 빨간색인지 파란색인지 판명이 됩니다.
그런데 서울에 있는 광자가 빨간색(or 파란색)으로 판명되면, 파리에 있는 광자도 빨간색(or 파란색)으로 나타납니다.
각각 빨간색, 파란색으로 나타날수 있는데, 왜 둘 다 항상 같은 색으로 나타나는 걸까요?
참 당황스럽죠.
얽혀 있는 두 입자가 사전에 합의하지도 않았고, 서로 메세지를 주고받은 적도 없는데 어떻게 동일한 결정을 내릴수 있을까요?
그러면 양자 얽힘이 왜 시공간이 환상일 수 있다고 이야기 하는 것일까요?
고전 물리학에서는 “원인과 결과는 시공간 안에서 국소적으로 전달된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얽힘은 수십억 광년 떨어져 있어도 ‘즉각적인 상관성’을 보이므로, “공간적 거리”라는 개념이 무력화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보통 “A 사건->시간이 흐른 뒤->B 사건”이라는 인과 구조를 상상합니다.
그러나, 얽힘에서는 측정의 순서(먼저 A를 측정했는가, B를 측정했는가)가 물리적으로 본질적이지 않습니다. 결과는 관측 행위 순간에 동시에 정해진 것처럼 나타납니다. 따라서 얽힘은 시간의 방향성(과거->미래) 개념에도 균열을 냅니다.
이와같이, 얽힘은 마치 입자들이 시공간 “바깥”의 더 깊은 차원에서 이미 하나로 연결된 것처럼 보입니다.
이 때문에 일부 물리학자와 철학자들은 시공간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파생된 현상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최신 물리학에서는 이와같이 시간과 공간이란 근본적으로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얽힘의 네트워크에서 ‘생겨나는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공간이란 입자들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도이고, 시간은 얽힘의 패턴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느끼는 방식일 뿐입니다.
즉, 시공간은 무대가 아니라, 무대 뒤에서 일어나는 얽힘의 결과로 꾸며진 장식 같은 것이죠.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시간과 공간은 더 이상 우주의 근본적 토대가 아닙니다.
그들은 얽힘이라는 보이지 않는 정보 구조가 드러낸 그림자일 뿐입니다.
세상은 분리된 개체들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얽힘 네트워크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경험하는 ‘여기와 저기’, ‘과거와 미래’는 이 네트워크의 패턴이 만들어낸 환상일 수 있습니다.
영성의 전통은 오래전부터 이렇게 말해왔습니다.
“세상은 본래 하나다. 분리란 마음이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다.”
“과거와 미래는 환상이고, 오직 이 순간만이 존재한다.”
양자얽힘은 이 가르침을 과학의 언어로 다시 들려줍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고, 그 연결이 우리 눈앞에서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환영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우리가 ‘나’와 ‘너’를 구분하고, ‘과거’와 ‘미래’를 나누지만, 깊이 들어가면 그런 경계는 모두 허상일 뿐입니다.
실재하는 것은 오직 하나, 연결된 전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