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 촌것들은 다 그래

언밸런스 워킹, 예민희

by 바비정원

안방에 큰 장이 들어가지 않아서 작은 아파트에는 살지 못하는 친구가 있다.

예민희.

예쁘고 세련된 그녀는 자랑하길 좋아한다.

함께 만나는 다른 친구가 '깨알 자랑'이라고 평가절하 하자 한동안 그 친구와 서먹해 했다.


학창 시절 그녀는 새 옷을 자랑했다.

지금도 생각나는 카키색 베스트와 슬림한 슬랙스 한 벌.

작고 예쁜 얼굴, 여리한 몸매에 아주 잘 어울렸다.

요즘도 입고 나온 옷의 출처와 백화점 세일 기간을 얘기해준다.

정보인듯 자랑인듯 애매한데, 생글생글 말하는 모습이 귀엽다.


S전자에 입사한 남편을 그녀는 자랑스러워했다.

S전자 얘기가 나올 때마다 자랑스러움에 턱이 약간 들리고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녀의 남편이 계열사로, 관계사로 옮겨갔지만, 그녀의 머릿속 남편 회사는 S전자였다.


"우리 식구들은 나만 빼고 모두 K대 동문이야.

남편도, 아들도, 딸도 모두."

K대 건물이며, 작은 행사들까지 그녀는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그녀는 명예 K대 졸업생이었다.


그녀가 시댁 동서들과 오랜만에 동남아로 해외여행을 다녀와서 한 얘기다.

자수성가한 남편의 형수들 중에는 시골에서 농사짓는 분도 있었는데, 말도 행동도 행색도 촌스러워서 같은 방 쓰기가 조금 창피했단다.

"시댁 촌것들은 다 그래."

옆에 있던 한 친구가 자기네 시댁도 그렇다며 말을 거드는 바람에 갑자기 '촌것' 시리즈를 듣게 됐다.

그 친구 고향은 군산이었다.

그날 난 강원도 '촌'에 있는 남편을 생각했다.


어느 날 지하철 환승 중에 그녀에게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 끊지 말고 계속 자기 얘길 들으란다.

무슨 얘길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녀는 그즈음 우울증 약을 먹고 있었다.

난 핸드폰을 손에 들고, 환승도 못한 채 승강장에 오도카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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