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설레는 일을 찾아봐요
어떤 영화가 재개봉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아, 그 영화 몇 살 때 참 재밌게 봤던 건데. 언제 한 번 보러 가면 좋겠다.' 생각은 들지만, 실제로 실행에 옮긴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 영화가 개봉했다는 걸 알았을 땐 이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무작정 예매부터 했다. 내 인생 영화 <원더>가 재개봉했다니! 이 영화는 이미 다섯 번도 넘게 다시 봤는데, 정작 영화관에서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좋아하던 영화를 처음 보는 것 마냥 설레었고, 특히나 사랑하는 남편과 사랑하는 영화를 공유할 수 있어 더 기쁜 마음이었다.
<원더>는 안면기형을 갖고 태어난 '어기'(어거스트의 애칭)라는 11살 소년이 학교에 들어가면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이 영화를 이토록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등장인물 모두가 주인공 같은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 초반부에는 어기의 시선을 따라 이야기가 시작되지만, 같은 상황을 다른 인물들의 시선에서 다시 보여주면서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반복해서 볼 때마다 내가 처한 현실에 따라 공감되고 이해되는 인물이 계속 달라져서 보고 또 봐도 지겹지 않다. 영화 말미에 이런 내레이션이 나오는데 그 말이 이 영화를 계속 보게 되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 같다.
힘겨운 싸움을 하는 모두에게 친절해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그저 바라보면 된다.
영화를 그저 보기만 했는데, 결국 모든 캐릭터들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됐다.
처음 영화를 볼 때만 해도 어기의 누나 '비아'의 입장에서 많이 공감했다. 언제나 어른들의 말을 잘 듣고 모난데 없이 착실하게 살아가는 비아. 어기는 우리 집의 태양이고 온 가족이 그 주변을 도는 행성 같다고 했지만, 사실 비아도 엄마의 사랑을 갈구했다. 그리고 모두가 어기를 1순위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 "다들 소중한 존재이지만 그래도 나한테 1번은 너야."라고 말해주시던 할머니. 돌아가신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바닷가에 앉아 혼자 울던 장면이 참 쓸쓸했다.
이번에 영화관에서 다시 볼 땐 희한하게도 엄마의 표정이 세밀하게 눈에 들어왔다. 하교하는 아들의 표정을 살피며 오늘 학교 생활이 어땠을지 짐작하는 모습. 어기가 난생처음 사귄 친구를 집에 데려와도 되냐고 묻자, 차오르는 눈물을 간신히 삼키면서 "당연히 되지!" 대답할 땐 나도 함께 울컥했다. 비아의 연극 공연을 본 뒤 '너 진짜 최고였어.' 하는 표정 하나로 엄마와 딸 사이의 갈등을 녹여버렸을 땐 '그래, 엄마랑 딸은 그런 관계지.' 하며 내 마음도 녹았다.
영화관에 자주 가지 않지만 한 번 갈 때마다 느끼는 건 역시나 집에서 아무리 커다란 tv로 영화를 봐도 그 몰입도나 느껴지는 감정의 깊이는 영화관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러니 종종 영화관 데이트를 즐겨봐야겠다.
영화는 아니지만 최근에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 마음을 뺏겼다. 요즘 너무 자극적인 콘텐츠가 많아서 그런지 이렇게 맑고 사람 냄새나는 드라마가 더 귀하고 소중하다. 살면서 마음을 빼앗길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인 것 같다. 그런 이야기들은 굳어있던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녹이고, 칙칙한 것 같았던 삶의 한 구석을 비춰 사실 반짝이고 있었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마음에 쏙 들었던 문장으로 글을 맺어 보려고 한다.
누구나 얼굴에 흔적이 있어. 얼굴은 우리가 갈 길을 보여주는 지도이자,
우리가 지나온 길을 보여주는 지도야. 절대로 흉한 게 아니야.
내 얼굴엔 어떤 흔적이 남고 있을까. 어떤 상황 속에서도 감사하고 만족하며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어른으로 늙어가고 싶다. 그렇게 깊은 미소의 흔적을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