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이 육아일기
기쁨이가 태어나기 3달 전 시조카 '둥이'가 먼저 태어났다. 둥이는 내가 본 아기 중 가장 순하고 튼튼했다. 때가 되어 먹여만 주면 나머지는 알아서인 아이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순한 아이를 지켜볼 수 있었던 덕에 기쁨이가 태어나기 전 긴장도 조금 덜 수 있었다. 생각보다 할만하겠구나!
기쁨이도 굳이 따지자면 정말 순한 편에 드는 아기이다. 하지만 둥이에 비할 바는 못되었다. 먼저 커버린 둥이가 쓰던 신생아 침대를 받아왔었는데, 기쁨이를 아기 침대에 누이면 바로 울어서 1분도 재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쁨이가 집에 왔던 첫날 우리 부부는 어쩔 줄을 몰라 작은 아기를 우리 사이에 뉘어 재웠다. 혹여나 잠결에 작고 여린 아기를 누르지는 않을까 잔뜩 긴장한 채로.
기쁨이는 우리가 자는 침대에서, 우리 가운데에 끼여 있으면 5시간이고, 6시간이고 잘 수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중간에 깼을 때 기쁨이가 우리 사이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는 걸 보는 게 좋아서 계속 이렇게 지내자 싶었다. 자다 칭얼대는 아기에게 팔베개를 해서 꼭 안아주면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 들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더 이상 계속 이렇게 지낼 수는 없겠는데 싶은 위기가 찾아왔다.
60일이 조금 넘었을 무렵 예방접종을 하고 온 날이었다. 접종 후 2~3일 정도는 열이 날 수 있으니 잘 관찰해 보라는 주의를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 자정쯤부터 37.8~9도를 오고 가는 미열이 나기 시작했다. 이마에 열 패치를 붙여두고 틈틈이 체온을 측정하면서 경과를 지켜봤다. 다행히도 고열로 이어지지는 않아 약을 먹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처음 겪어보는 열감에 지친 탓이었는지 아기 컨디션이 확연히 안 좋아 보이긴 했다. 좋아하는 모빌을 보여줘도 금세 눈이 감겼고, 깨어있는 동안에도 축 쳐져서 잘 울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서야 체온은 원래대로 돌아왔고 기쁨이도 활기를 찾는 듯했다. 다만 그때부터 기쁨이는 한시도 몸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고 놀 때도, 먹을 때도, 잘 때도 엄마, 아빠 품에 꼭 달라붙어 있으려고만 했다. 처음에는 '아기가 크려나 보다. 며칠 이러다 말겠지.' 싶어 기쁨이가 칭얼댈 때마다 더 꼭 안아줬다. 하지만 날이 가면 갈수록 울음소리는 점점 더 커져만 갔고, 그럴수록 우리는 지쳐갔다. 밤새 칭얼거리는 아이를 꼭 안아 재우느라 토끼눈이 된 우리는 수면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유튜브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기쁨이는 두 달 넘도록 따로 자본 적이 없는데... 처음부터 아기 침대를 너무 싫어했었는데... 이렇게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데... 과연 이렇게 어린아이에게 교육한다고 교육이 되는 걸까. 그저 울다 포기하는 방법만 가르치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남편의 한 마디에 울며 겨자 먹기로 수면 교육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당장은 조금 힘들어도 하루 종일 안아줄 수 있지. 하지만 지금처럼 쑥쑥 자라다 보면 10kg가 넘어가는 날이 금방 올 텐데, 그때도 이렇게 하루 종일 안고 지낼 수 있을까? 우리가 먼저 지쳐서 기쁨이에게 점점 화내고 짜증 내게 되면 어떡해?"
그렇게 마음을 먹고 다음날 아침부터 교육이 시작됐다. 낮에 졸려하는 기색을 보이면 아기침대에 눕혔다. 그러다 깨어나면 다시 안아서 달래주고 눕히고를 반복했다. 일단 침대랑 친해져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낯설었는지 기쁨이는 그날 하루 종일 정말 많이 울었다. 초저녁 무렵 우리 부부는 이미 지쳐버렸고, 길게 재워야 하는 밤이 오는 게 무서울 지경이었다.
"일단 밤에도 시도는 해보고 한 두 번 깨서 더 이상 안 자려고 하면 오늘은 이만 포기하고 우리 침대에서 재우자. 우리가 먼저 살고 봐야지 어쩌겠어."
이렇게 1~2주 정도 고생하고 나면 점차 나아지는 거겠지 하고 포기하는 심정으로 기쁨이를 아기 침대에 눕혔다. 지친 우리 부부도 바로 옆 침대에 몸을 뉘었다. 우리 사이에 기쁨이가 없으니 섭섭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편하기도 했다. 아기를 누르지는 않을까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밤이 무려 70일 만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기가 수면 교육을 받는 건지, 우리가 교육을 받는 건지 모르게 곯아떨어졌는데...
응애응애 소리에 잠에서 깼을 땐 무려 3시간 30분이 지나있었다! 그리고 수유를 한 뒤 바로 아기 침대에 눕혔을 때도 금방 잠에 들었다. 그렇게 기쁨이는 교육 첫날 아기 침대에서 무려 7시간 50분을 푹 잤다. 얼마나 기특하고 고마웠는지 모른다. 새벽에 깨어 수유를 하는 내내 기쁨이에게 이야기했다. "기쁨아 고마워. 기쁨이는 엄마보다 더 대단해. 엄마도 못하는 거 기쁨이는 단박에 해냈어. 아구 이쁜 우리 아기."
점점 무거워지는 아이의 몸무게를 확인할 때마다 기쁨이가 크고 있구나 싶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 눈에는 여전히 작은 아기일 뿐이었다. 그런데 기쁨이는 우리와 함께하는 70일간 몸만 큰 게 아니라 마음도 크고 있었나 보다. 무럭무럭 자라서 벌써 혼자 할 수 있는 게 생겼으니 말이다. 사실 기쁨이는 벌써 준비되어 있었다. 떨어질 준비가 안 된 건 우리 쪽이었을 뿐. 깊은 밤 곤히 잠든 아이를 보며 생각했다. 우리 셋이 다 함께 자라고 있구나. 튼튼하고 기특한 기쁨이 덕분에 육아의 즐거움을 배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