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아침에 알람을 맞추지 않는다. 기쁨이가 아침 8시면 어김없이 옹알거리는 목소리와 바둥거리는 팔다리로 깨워주기 때문이다. 기분 좋은 알람으로 하루를 시작한 지 백일이 지나가고 있다.
기쁨이를 낳기 전에는 오히려 맘카페나 각종 sns, 유튜브 같은 곳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정보들로 불안하고 무서운 마음이 컸었다. 아기가 몇 시간 이상 먹지 않으면 탈수가 오기 때문에 울지 않아도 꼭 먹여야 한다던 정보는 공포에 휩싸이게 만들어서 새벽에도 알람을 맞춰놓고 곤히 자던 아기를 깨워서 먹이게 까지 만들었으니 말이다. 아기를 재울 때는 운다고 바로 반응해 줘선 안된다며 3분, 5분, 10분씩 기다리는 시간을 늘리라는 말도 있었다. 아이마다 다 다르겠지만 기쁨이에게 그런 방법을 시도해 봤을 때 우리 부부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기쁨이에게 '울어도 아무도 와주지 않는구나...'라는 메시지를 가르치고 있다는 걸.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정보들을 접하면 접할수록 오히려 자신이 없어졌다.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는데... 잘못된 육아를 하고 있는 걸까?
사람들이 하라는 걸 완벽히 해낼 자신이 없어서 어느 정도 규칙은 만들었지만 잘 되지 않을 때는 주로 기쁨이의 의사를 따르기로 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 3주, 4주가 쌓여가던 어느 날 육아 기록 어플의 그래프를 열어보았을 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오늘은 왜 이렇게 안 먹는 것 같지? 오늘은 낮잠도 너무 많이 잔 것 같은데... 오늘따라 새벽에도 더 많이 보채네.' 하며 뒤죽박죽 돌아가는 것만 같았던 매일이었는데, 그래프에 표시된 기쁨이의 하루는 놀라울 정도로 규칙적이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부터 기쁨이는 매일 먹는 양을 알아서 조절하고 있었고, 잠에 드는 시간도, 중간에 깨는 시간까지도 스스로 리듬을 찾아가고 있었다.
아이를 키워보기 전까지는 내가 뭔가를 잘못하면 아이에게 큰일이 날 것만 같아 두렵고 걱정만 앞섰다. 그런데 막상 기쁨이와 실제로 손발을 맞춰 살아보니 아이는 나 혼자 노력하며 키우는 게 아니었다. 기쁨이도 스스로 이 세상을 접하며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가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꼭 나에게 알려주려는 것 같았다. 매 순간 완벽하지 않은 것 같아 보여도 우리는 이미 그걸로도 충분한 하루를 살고 있다고. 모든 게 가야 할 곳으로 잘 흘러가고 있다고. 세상과 한 발짝 떨어져 오롯이 기쁨이와 함께 할 수 있었던 백일의 시간. 밖에 나가지도 못한 채 기쁨이를 안고 창가에 서서 지나다니는 사람들, 자동차들, 흔들리는 나무를 바라만 보던 그 시간이, 이상하리만치 좋았다.
p.s. 백일을 맞은 기쁨아. 기쁨이의 엄마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진심으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