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엄마와 딸

태동 이야기

기쁨이 일기

by 사월

기쁨이는 태동이 엄청나다. 초산모는 태동을 20주 넘어 느끼는 경우도 있다던데, 나는 17주 차부터 느꼈다. 3개월 정도 빨리 임신했던 동서 언니가 태동이 어떤 느낌인지 자세히 알려준 덕분이다. 그래서 꼬르륵 방울 터지는 느낌이 아주 작게 느껴졌을 무렵부터 이거구나! 알아챌 수 있었다.


23주를 지나 24주에 이른 지금은 꼬르륵 거리는 정도를 넘어 명확히 손이나 발로 툭툭 치는 느낌이 든다. 특히 밤이면 태동이 심해지는데 속이 메스껍거나 방광을 자극할 정도라 한때는 기쁨이가 너무 산만한 게 아닌가 걱정도 됐다. 병원에 가서 초음파를 볼 때도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걸 보면 조금 산만한 편이 맞는 듯싶다^^;;;


전에는 태동이 있어서 남편의 손을 배에 올리면 마치 기쁨이가 알아챈 것처럼 바로 움직임을 멈추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 손을 올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뻥뻥 찬다.


"오! 내 손을 빵 하고 찼어! 진짜로 찼어!!"


두 눈이 동그래진 남편은 흥분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나도 둘이 함께 기쁨이의 존재를 온몸으로 감각한 그 순간이 참 특별하고 소중했다. 남편은 기쁨이가 이렇게나 강하게 차냐며 불편해서 어떡하냐고 걱정했지만, 정작 나는 태동이 강해서 마음이 편하다. 이젠 병원에 가기 전에도 건강하게 잘 있다는 신호를 직접 받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한동안 몸도 빠르게 변하고 마음도 많이 지쳐있었던 탓에 아무것도 하기 싫고, 일상이 무기력하고 답답했다. 일단 몸이라도 챙겨보자는 심산으로 난생처음 공진단도 매일 챙겨 먹고, 임산부 한약도 꼬박꼬박 먹고 있다. 덕분에 체력이 많이 회복돼서 다시 한의원 일에도 집중할 힘이 생겼고, 무기력한 생각도 많이 줄었다. 이런 걸 보면 정말 몸과 마음은 하나인가 보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기쁨이와 함께 하는 지금 이 순간도, 기쁨이를 만날 앞으로의 시간에 대해서도 걱정과 불안보다는 기대와 설렘이 점점 더 커지는 요즘이다.


한참 상태가 안 좋을 때는 자꾸만 왜 사는 걸까, 기쁨이를 가진 것도 이기적인 마음이었을까, 이렇게 매일이 괴로운데 기쁨이에게 미안해서 어쩌나 싶었다. 몸이 약해지면 정신도 땅굴을 파고 들어가나 보다. 이제야 뭍 위로 올라왔는지 빛이 좀 보인다.


고마운 기쁨이

기특한 기쁨이

웃게 하는 기쁨이

살게 하는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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