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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 Mar 02. 2018

포스터에 속지 마시길, 이 영화는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로건 럭키>_ 아기자기한 범죄영화의 모습이란 이런 것일까.

 나는 영화를 보러 갈 때 되도록이면 줄거리를 잘 보고 가지 않는 편이다. 영화의 예고편 혹은 포스터의 카피라이터 한 줄을 보고 영화의 선택하곤 한다. 스포일러에 그렇게까지 예민한 편은 아니지만 되도록이면 영화의 기본적인 틀만 확인한 후에 영화를 보는 것이 좋다. 그런 성향 때문인지 보통은 좋아하는 감독이나 배우가 나오는 영화들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로건 럭키>는 감독에 대한 정보보다는 배우에 대한 매력을 더 많이 느끼며 보게 되었던 것 같다. 여러 작품 속에서 봐었던 낯익은 배우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의 성향대로 <로건 럭키> 역시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짧은 예고편만을 보고 영화를 보러 갔다. 사실 고백하자면 나는 이 영화가 내가 좋아하는 영화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포스터에 '거친 느낌'이 너무 다분했다고 해야 할까. '나는 범죄 액션 영화다!'라고 외치는 듯 보였다. 그래서 큰 기대감을 가지고 영화관을 찾진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지미 로건(채닝 테이텀)과 그의 딸인 새디 로건(파라 매켄지)이 노래를 들으며 나누는 짧은 대화 장면을 보며 나는 느꼈다. 어쩌면 이 영화는 내가 예상했던 영화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로건 럭키

 영화 초반 형제들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로스트 앤 더스트>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로건 럭키>와 흡사하게 형제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이야기처럼 보였기 때문에. 하지만 비슷한 설정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영화의 톤은 명확히 달랐다. <로스트 앤 더스트>가 진지하고 무겁게 다가오는 정극 같은 영화라면, <로건 럭키>는 시종일관 삐걱거리지만 느릿느릿하게 굴러가는 코미디 요소가 가미된 영화이다. 허술한 듯 보이는 두 형제의 범죄의 구성은 무척이나 유쾌하여 시종일관 웃음이 나왔다. 처음 범죄를 공모하기 위해 만났던 세 사람의 대화는 범죄를 저지르려고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부족해 보이고 장난기가 가득했다. 그런 느낌은 영화가 진행되는 중간중간 연신 튀어나온다. '우리는 당신들이 생각하는 화려한 범죄영화가 아니다!'라는 걸 상기시켜주려는 듯 그들이 범행을 준비해나가는, 범행을 하고 있는 에피소드들은 너무도 소소하고 잔잔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마음이 갔다고 해야 할까. 우리 주변에서 있을 범한 아니, 더 나아가 우리의 사회에서조차 무시당하는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범죄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응원을 하게 된다.  



하루아침에 직장에서 쫓겨난 형 지미 로건 (채닝 테이텀). 한쪽 손을 잃고 바텐더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동생 클라이드 로건 (아담 드라이버). 별 볼일 없이 살던 로건 형제가 인생을 역전시킬 한탕을 계획한다! 레이싱 경기장에서 보수 공사 인부로 일하던 중 경기장 곳곳의 돈이 어떻게 지하 금고로 모이는지 알게 된 지미 로건은 일생일대 한 방을 위해, 동생 클라이드 로건과 계획을 꾸민다. 감옥에 수감된 폭파 전문가 조 뱅(다니엘 크레이그)을 탈옥시키는 것은 물론 조 뱅의 형제들까지 몽땅 섭외해 '오션스' 버금가는 팀을 꾸린 로건 형제는 스피드광 여동생 멜리(라일리 코프)의 도움을 받아 레이싱 경기장 잠입에 성공하는데… 



아기자기한 범죄영화

 영화는 케이퍼 영화라고 하기엔 흐름이 무척이나 느리고 잔잔하다. 그렇기에 <오션스 일레븐>이나 <도둑들>의 흐름을 기대하고 본다면 아마 실망할 수도 있다. 범행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이 있기는 하나 언급한 두 영화의 모습과 비교하자면 그리 화려하지도 박진감 넘치지도 않는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그리고 끝나고 나서도 든 생각 한 가지가 있다. 이 영화는 이미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범죄 액션 영화를 이리도 잔잔하고 아기자기하게 더 나아가 왠지 모르게 사랑스럽다 느껴지게 담아내는 영화는 아직까지 보지 못한 것 같다. 범죄영화에서 어떻게 '사랑스럽다'라는 말이 나올 수 있을까. 어수룩해 보이는 인물들이 삐걱거리기도 하고,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범행을 저지르기도 하고, 중간중간 나오는 딸과의 대화 장면에서의 따뜻한 느낌들까지 더해져 연신 웃음 짓게 만드는 영화였다. 그래서 이 영화를 추천해주고 싶다. 어떠한 연령층이 보아도 눈살 찌 부릴 일 없이 유쾌한 웃음을 지으며 영화관에서 나오지 않을까 싶다.



영화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OST가 탁월하다

 이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은 역시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이끌어갔던 OST가 한 몫했다고 생각한다. 영화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영화의 OST들이 인물들의 유머러스하고 장난기 가득한 느낌의 분위기를 한 껏 살려주고 있었다. 특히 극 중 배경으로 나오는 웨스트 버지니아가 가사로 나오는 'Take Me Home, Country Roads'는 영화가 끝나고 난 뒤에도 연신 흥얼거리게 만들었다. 그 노래가 더욱 인상 깊었던 이유는 아마 지미 로건(채닝 테이텀)의 딸인 새디 로건(파라 매켄지)이 영화의 중반쯤에 등장해 연습했던 노래 대신 무반주로 노래를 부르는 그 장면이 영화의 매력을 배가 시켜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장면을 보는 내내 나도 모르게 미소 짓게 되고 동시에 가슴이 찡하고 만들어주었다. 



영화에 힘을 불어넣어주는 배우들의 연기

 영화엔 눈에 익은 배우들이 많이 나온다. <폭스 캐쳐>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채닝 테이텀과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아끼는 영화 <프란시스 하>와 <패터슨>에 나온 아담 드라이버. 그리고 너무도 유명한 영화 <007 시리즈>의 다니엘 크레이그까지.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을 맡고 있는 세 배우들의 연기의 합이 대단하다. 영화 곳곳에 나오는 작은 유머들을 능청스럽게 연기해내는 배우들의 모습이 관객들에게 전해지며 웃음 짓게 만든다. 특히나 이 세 배우들의 힘 빠진 연기를 보는 맛이 참 좋았다. 내 이미지 속의 채닝 테이텀과 다니엘 크레이그는 힘 이 들어가 있으며 단단하고 어느 곳에서도 흠이 없어 보이는 이미지가 강했었는데 이 영화 속에선 그들의 어눌한 말솜씨와 진지함을 벗어던지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무척이나 새로웠다.



 영화를 보기 전 영화 속 출연진들을 제대로 찾아보지 않았는데,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서 너무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힐러리 스웽크가 나와서 영화를 보다 깜짝 놀랐다. 후반부에 비교적 짧게 등장하지만 연신 총총거리며 달려가고 있던 영화에 무직한 무게감을 주며 극 중 긴장감을 유발하는 힘이 대단했다. 그 외에 눈에 익은 케이트 홈즈와 이 영화로 처음 알게 된 라일리 코프의 연기도 영화 속에서 중요한 원동력이 되어준다. 보통 케이퍼 영화에서 소비되는 여성의 모습은 한정되어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곳에서는 각자의 포지션에 따라 나름 입체적인 여성의 모습이 담겨 있는 것 같아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나는 개인적으로 잔잔하고 소소하게 흘러가는, 과하지 않는 톤의 영화를 좋아한다. 이 영화는 그러한 나의 취향에 맞는, 내가 좋아하는 톤을 가진 영화였다. 과시하지 않는 연기와 스토리 속에서 웃음 짓게 만드는 아기자기한 소품들,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에게 조차 무시받던 사람들의 결단력 있는 작전들까지 무척이나 맘에 들었던 영화였다. 그래서 추천해주고 싶다. 나처럼 현실적이고 곳곳에 소소한 유머가 들어가 있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채닝 테이텀, 아담 드라이버, 다니엘 크레이그의 힘 빠진 연기를 보고 싶은 사람, 자극적이지 않은 영화를 찾는 사람이 이 영화를 본다면 아마 꽤나 맘에 들어할 것이다. 부디 영화 포스터에서 느껴지는 스펙터클해 보이는, 화려한 액션이 가득할 것 같아 보이는 느낌에 속지 마시길, 이 영화는 잔잔한 유머가 가득하고 사랑스러움이 가미된 영화이니 말이다.

 

*영화 <로건럭키>의 리뷰는 브런치 무비 패스로 영화 시사회 감상 후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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