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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 Apr 01. 2018

안녕, 나의 13년 지기 친구여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 무한도전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2018년 3월 31일로 무한도전이 막을 내렸다. 무한도전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끝이라는 것이 아직 믿기지 않지만, 믿고 싶지만 1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나에게 여러 의미로 즐거움을 주었던 프로그램의 마지막회를 박수 치며 떠나보낼 수 있어서 한편으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알게 되어 흥미가 생기고, 말이 잘 통하는 것 같아 무척 설레었으며, 어느 때는 새로 생긴 친구에 조금은 등한시하기도 했던 나의 현실 친구 같았던 무한도전, 그들은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 가끔은 지루하고 귀찮아하기도 했지만 나도 모르게 찾아가게 되는, 찾아가면 항상 나에게 웃음과 안정감을 주었던 그런 13년 지기 친구. 너무도 편한 존재였기에, 가끔은 당연하다 여기며 무심했던 순간들이 후회로 밀려오게 된 마지막 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으며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프로그램일 거라는 믿음 하나로 그들을 기다리고 싶다.







 무한도전 첫회를 시청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첫 방송을 하던 그때, 오빠와 함께 거실에 배를 깔고 누워 과자를 먹으며 첫회를 보고 있었다. 오빠와 나는 그리 살가운 남매 사이는 아니었기에, 그저 TV를 보며 각자 웃음을 터트리곤 했다. 그러다 오빠가 물었다. '이 프로그램 이름이 뭐야?'. 내가 웃으며 보고 있던 프로그램 이름조차 모르고 있던 나는 TV 상단에 쓰여있는 이름을 그제야 확인했었다.



무모한 도전이라고 쓰여있는데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 무한도전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그때만 해도 무한 사이에 모가 들어가 있어 이름을 확실히 알지 못하는, 그런 무심하고 생소했던 프로그램이었던, 무한도전. 그 프로그램의 매력에, 그들의 매력에 빠지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 항상 새로웠고, 조금은 주책 맞았으며, 가끔은 시끄러웠던 그들의 대화와 미션에 항상 즐거운 주말을 보냈던 기억이 아직까지도 많이 남아있다.


 무한도전을 생각하면 항상 오빠와의 추억이 떠오른다. 위에 미리 말했던 것처럼 나는 오빠와 그리 살갑게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이 아니었지만, 무한도전을 볼 때만큼은 함께 즐거워하고 대화를 나누곤 했다. 저녁식사를 하며, 주전부리를 하며, 더 나이 들어서는 치맥을 하며 보게 되었던, 그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하는 만큼 나도 현실세계에서 그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세월을 보내는, 나의 단짝 친구가 되어가고 있었다.



 10대 때부터 시작되어, 지금 20대 후반이 되기까지 친근한 얼굴로 항상 내 옆에 존재했던 친구. 자리 잡기까지는 자주 흔들렸고, 가끔은 멤버들 때문에 소란스럽기도 했지만 그들을 여전히 애틋한 마음으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들의 열정과 성장 때문이었으리라 짐작한다. 아직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아 보였던 그들이 여러 미션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열정을 전달해주기 시작했다. 미션의 강도가 점점 쎄질수록 그들은 도망치기보단, 정면 돌파하기 시작했다. 더 많은 시간을 프로그램에 할애하기 시작했고, 욕심이 생겼고 그 욕심으로 시청자들에게 벅찬 감동을 선사해주기도 했다. 그런 그들의 끊임없는 발전으로, 정이라는 끈끈함이 생겨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나는 사실 고백하자면, 어느 순간부터 본방송을 보기보단 다운을 받아 프로그램을 봤던 경우가 많았다. 예전처럼 시간을 맞춰보는 것보단 다운을 받아 내 시간에 맞게 보는 것이 편한 경우가 많았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참 간사하게도 그들이 이제 내 곁을 떠난다는 기사를 보고 난 뒤부턴 다시 본방송을 챙겨보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항상 내 옆에 있을 것만 같았던 그들이 떠난다니 공허함과 한편으로 잘 챙겨보지 못했다는 미안한 마음 때문에 그들을 무모한 도전을 다시 챙겨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3월의 마지막 날, 그들의 떠나는 뒷모습마저 제시간에 시청했다. 생각보단 좀 싱겁게 끝났다 생각했지만, 그들의 클로징 멘트가 끝난 뒤 이어지는 과거의 흔적들과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음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광고가 나오자 괜스레 울컥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들이 정말 떠났구나, 떠나가 버렸구나. 주책 맞게 나오려는 눈물을 꾸욱 참았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다시 토요일이 되면 정신없는 대화와 함께 찾아와 '무한~도전'을 해줄 것 같은 그들이 이제 영영 떠났다는 것이. 한동안 아니, 꽤나 오랫동안 허한 마음으로 토요일 저녁을 보내지 않을까. 그래도 그나마 희망을 갖고 있는 것은 그들이 다시 재정비를 하고 돌아올 수도 있다는 '작은 희망'. 그때가 언제일지, 멤버가 그대로 다시 돌아올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기다려보려 한다. 나의 10대의 절반과 20대의 대부분에 많은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해주었던 프로그램. 본방송을 제대로 챙겨보지 못한 미안함보다, 왜 이렇게 마음의 준비도 하지 못한 채 떠나가냐는 원망의 소리보다 그동안 어색했던 사람과 친해질 수 있었던 계기를 만들어주었던, 울고 싶었던 날 웃음 짓게 만들어 주었던 무한도전에게 고마웠다는, 정말로 즐거웠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녕, 나의 13년 지기 친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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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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