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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 Apr 16. 2018

벌써, 네 번째 봄이 찾아왔다

세월호 4주기, 잊지 않겠습니다.

 2014년 4월 16일, 그 날을 굉장히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날, 나는 늦잠을 자고 있었다. 잠결에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고, 뭐지? 생각하며 뉴스를 보기 시작했다. 잠이 덜 깨서 그랬는지, 현실이라고 믿고 싶지 않아서 그랬는지 처음엔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멍한 정신 상태로 뉴스를 보고 있는데, 다행으로 '전원 구조' 소식을 접했다. 


아,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이런 마음은 얼마 지나지 않아 처참히 무너졌다. 뉴스를 그렇게까지 본 적이 있었던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근 몇 달간 아니, 그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되도록이면 뉴스를 항상 챙겨보고 있다. 세월호 관련된 뉴스를 볼 때마다 마음은 답답해졌고 연신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보지 않을 수 없었다. 힘들다고 외면하면 안 될 것 같았다. 그 당시엔 친한 친구와 연락을 주고받으면 항상 세월호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었다. 시간이 흘러 세월호 3주기였던 어느 날, 친구와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실종자의 뼈가 나왔다는 기사를 보고 함께 눈물짓기도 했다. 그렇게 세월호는 지금까지,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우리에게 많은 의미로 남아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덤덤해지는 일들이 있다. 시간이 흐르면 이제 조금은 먼 이야기라고 느껴지기도 하니까. 하지만 세월호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왜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걸까. '무기력'이라는 감정 때문이지 않을까. 너무도 소중한 이를 너무도 무기력하게 놓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충분히 살릴 수 있었던 나의 가족을 눈 앞에 두고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으니까. 내 가족이 아니더라도, 내 친구가 아니더라도 '무기력'이라는 감정 앞에 함께 슬퍼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가족이었다면, 내가 그 상황이었더라도 지켜볼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절망과 무기력 앞에 모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세월호는 우리를 자각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무능한 권력이 어떠한 일을 만드는지, 그리고 그 일이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 너무도 현실적으로, 너무나 뼈 아프게 알려주었다. 그래서 우리는 세월호를 잊을 수 없다. 그리고 잊어선 안된다. 다신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되니까. 다신 그렇게 무기력하게 나의 소중한 이를 떠나보낼 수는 없으니까. 


잊지 않겠습니다



  좀처럼 무덤덤해지지 않는 것 같다. 아니,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 더 가슴이 아파오는 것 같기도 하다. 내 옆의 소중한 이의 체온을 느낄수록, 그 사람과 대화를 나눌수록, 함께 시간을 보낼수록. 그렇게 소중한 이의 자리가 내 마음속에서 점점 커질수록 '이 사람을 떠나보냈다면, 그렇게 떠나보냈다면'이라는 가정을 하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슬픔과 맞닥뜨리기 때문에. 그래서 그때의 그 일이, 그때의 그 상처의 무게가 무거웠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벌써 네 번째 봄이 찾아왔다. 나에겐 벌써, 가 되어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봄이 올 때마다, 날이 점점 따뜻해질 때마다, 4월이 찾아올 때마다 잊지 말아야 한다 다짐하곤 한다. 이제야 세월호의 진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정말 이제야. 아직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왜 구하지 못하였는지 구체적인 이야기는 여전히 안갯속에 갇혀있다. 


 새 가방을 살 때마다 항상 하는 일이 있다. 세월호 뱃지를 가방 한쪽에 채워두는 일이다. 이렇게라도 흔적을 남겨놔야 잊지 않을 것 같아서. 가끔씩 눈에 들어오는 뱃지를 보며 '자각'한 것을 까먹지 않기 위해서 하나의 의식처럼 뱃지를 달곤 한다. 누군가는 아직까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떠난 이의 흔적을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월호는 아직도 여전히 진행 중이고, 잊는다면 또 다른 세월호가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 기억해야 하고, 계속 자각해야 하며 물음을 멈춰서는 안 된다. 세월호로 인해 우리는 배웠으니까.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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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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