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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 Apr 25. 2018

처음, 을 경험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4월 이야기>_  떠나가는 4월을 그리워하며.

 영화의 러닝타임에 크게 부담을 느끼며 영화를 고르는 편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두 시간 정도의 영화를 선호하는 편이다. 물론, 두 시간보다 짧아도 좋다. 우선 시작 전부터 시간에 대한 부담을 가지지 않을 수 있어서 좋고, 어쩌면 짧은 러닝타임이 영화에서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더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4월 이야기>는 영화의 러닝타임을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보는 이로 하여금 부담감을 최고로 줄일 수 있는 67분이라는 시간을 가지고 있고, 영화에서 전하고자 하는 '처음'이라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찰나 같은 러닝타임으로 이야기 전개, 인물의 감정 전달을 흘러가듯 매끄럽게 관객들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4월이 되면 이 영화를 찾게 된다. 다시 새로움을 느끼고 싶어서, 산뜻한 봄의 기운을 느끼고 싶어서. 그렇게 떠나가는 4월을 그리워하며 이 영화를 다시 찾게 되었다.






4월 이야기

 4월이라는 계절 때문에 혹은 사월이라는 필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영화는 나에게 여러 의미로 다가오곤 한다. 아, 또 다른 한 가지의 이유가 있다. 감독 이와이 슌지. 앞서 말했던 이유보다 내가 이 영화를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된, 그래서 찾게 되었던 가장 큰 이유는 감독의 힘이었다. 나는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러니까 일본 영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을 좋아하는 편이다.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따뜻한 햇살, 잔잔한 사람 이야기가 남겨져있는 일본 영화의 감성은 중독될만하다. 특히나 이와이 슌지는 그러한 감정에 왠지 모를 처연하고 쓸쓸한 감정을 묻어나게 하는 재주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4월의 이야기>에서는 그 감성이 많이 묻어나진 않았지만, 그의 수많은 대표작 중 <피크닉>, <릴리 슈슈의 모든 것>, <립반윙클의 신부>에선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관계에서 오는 쓸쓸함과 사람에게 느껴지는 처연함을 잘 담아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의 영화를 화이트와 블랙으로 나누는구나, 납득하게 됐다. <4월 이야기>는 영화의 분위기와 비례하게 화이트에 속하는 영화이다. 정말 이 영화는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안정시키고 기분 좋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따뜻하고 싱그러우며 생동감 있는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난 그걸 사랑의 기적이라고 부르고 싶다…
도쿄 근교에 위치한 대학에 진학을 결심한 우즈키는 홋카이도에 있는 가족과 작별인사를 마친 뒤 도쿄로 향하는 기차에 오른다. 시내에서 조금 벗어난 무사시노라는 한적한 동네에 거처를 정한 후 그녀는 대학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대학생활은 그녀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고 작은 모험과 경험들을 하게 하고 동시에 시련을 겪게 한다. 비현실적인 낚시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고, 이웃집 여자와 이상한 만남을 갖는 등 생소한 생활에 적응해나가는 우즈키는 동네에 있는 서점에 자주 들르게 되는데.. 마침내 동네 서점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이 그녀가 이곳으로 이사 오게 된 결정적인 이유라는 것이 점차 밝혀진다.
과연 우즈키는 용기를 내어 그에게 인사를 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



대리 만족할 수 있는 봄의 감성

 이 영화는 실로 봄을 위한 영화이다. 봄이라는 계절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아낸 듯하다. 영화는 내내 눈부신 햇살을 남아내고 꽃내음이 묻어나는 바람을 맡게하며 처음을 겪는 사람의 풍경을 담아낸다. 참 신기하게도 이 영화는 4D인마냥 청취와 감성을 함께 담아내고 있다. 이제 막 20대를 시작하는 우즈키의 발자취를 따라 새로움과 어색함, 궁금함과 외로움 더 나아가 첫사랑이라는 감정을 하나씩 터치해가며 영화를 이끌어간다. 나는 사실 이 영화를 보면서 그렇게 크게 공감하진 못했다. 내가 겪은 20대의 시작과 너무 달라서. 나의 20대는 무척 칙칙하고 이렇다 할 감성이 풍겨 나오지 못했다 생각했기 때문에. 그럼에도 이 영화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바로 대리만족 때문이다. 나에게 이 영화는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지만, 누군가는 지나간 자신의 과거와 비슷해서 좋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좋아하진 못하더라도 공감 정도는 할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사람은 스무 살을 겪었거나, 겪고 있거나 앞으로 겪을 테니까. 그리고 이 영화는 지금 '처음'을 겪는 사람들에게도 공감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처음으로 혼자 살게 되고, 이제 막 스무 살이 되어 처음으로 20대를 겪게 되며, 대학이라는 새로운 환경을 처음으로 맞게 되고, 첫사랑을 경험하는 우즈키의 모습 속에서 모두 '나'를 떠올릴 수 있을 테니까.



처음, 을 경험하는 우리의 이야기

 처음은 언제나 궁금하고 신기하지만 조심스럽다. 그리고 가끔은 겁이 나고 두렵기까지 하다. 나에게 처음은 그렇다, 그런 편이다. 그럼에도 처음이라는 말은, 그 단어는 분명 사람을 설레게 하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특히나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이제 어른이라는 집단에 속하게 되었을 때의 설렘과 벅참은 꽤나 크다.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긍정적인 기운이 가득하니까 말이다. 이 영화는 삶의 긍정적인 면을, 스무 살이라는 가능성을 참 예쁘게 담아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이 최고조에 올랐던 장면 하나가 있다. 전반부에 나오는 벚꽃이 흩날리는 풍경이었다. 우즈키가 이사를 하는 과정을 담은 그 장면. 영화를 보면서 그 장면을 몇 번이나 돌려봤다. 그 장면을 보고 있으면 내가 봄 속에 빠져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무척 아름다운 장면이다. 결혼을 하러 가는 듯한 여자의 모습과 처음으로 혼자 세상을 만나러 가는 우즈키가 대면하는 장면, 그리고 이사를 끝낸 뒤 옷 속에 가득 찬 꽃을 털어내는 장면은 그 자체만으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그렇게 풍경과 빛, 감성을 모두 잡아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이 영화의 감성과 감정, 분위기와 풍경을 아름답게 느껴지게 한 가장 큰 힘은 빛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빛을 참 잘 담아냈다. 싱그러움이 가득한 빛을, 봄을 그 자체로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빛이 가장 아름답다 느껴지도록 잘 담긴 장면이 있다. 바로 인물을 빛에 묻어낸 장면들이다. 영화 안에선 우즈키에서 빛을 자주 묻게 만든다. 마치 인물과 계절을 혼연일체 시키듯이 말이다. 그러한 영화 속 작전이 잘 통했는지 나는 우즈키가 빛과 대면할 때마다 감탄을 했다. 너무 예뻐서, 아름다워서, 그 자체가 봄이라서.



아름답게 그리워질

 과거는 기억이 되고 추억이 될수록 아름답게 미화가 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 일을 겪을 당시에는 꽤 치열했고 그랬기에 힘들었다 느꼈던 그때는 지나고 나면 '그래도 행복했던'으로 남게 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서 포장되어졌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나의 스무 살은, 20대 초반은 결코 이 영화의 빛처럼 아름답다 말할 수 없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론. 그러나 조금은 먼발치에서 그 모습을, 그 장면을 담는다면 분명 이 영화의 아주 일부분을 찾을 수도, 될 수도 있다. 누구에게나 '처음'이 행복으로만 가득 채워지진 않을 테니까. 다만, 어느 순간은 이 영화처럼 한 장면처럼 우리의 삶이 아름다웠을 것이다. 그래서 매년 봄이 오면, 4월이 되면, 봄을 느끼고 싶어 지면 찾게 되는 것 같다. 이 영화를. 대리만족으로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어서, 계절을 느끼고 싶어서, 나의 처음을 그리워져서, 처음을 겪고 있는 네가 그때를 즐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평생 겪게 될 우리의 처음을 위하여

 우리는 과연 '처음'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겪었을까. 아니, 사실은 앞으로 더 많은 '처음'을 겪게 될 것이다. 20대 후반이 된 나에겐 그렇다. 나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에. 아직 운전을 제대로 해본 적도, 결혼과 출산을 해본 적도, 먹어보지 못한 음식도, 아직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 그러니 아마 우리는 평생을 '처음'이라는 것을 맞이하며 살게 될 것이다. 나는 그럴 때마다, 처음을 대면할 때마다 이 영화 속 우즈키를 떠올릴 것 같다. 처음 혼자 살게 됐을 때는 우즈키의 보금자리를 채운 빛이, 가슴 떨리는 사람을 만났을 때에는 영화 속 서점의 공간이, 누군가에게 빨간 우산을 선물 받았을 때는 싱그럽게 웃던 우즈키의 미소가 하나씩 현실과 겹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영화를 봤던, 보려 하는,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이 영화가 '처음'을 추억하고, 아름다운 봄빛처럼 느껴지게 됐으면 좋겠다. 또, 처음으로 상처받은 이에게는 시종일관 따뜻한 햇살을 담은 영화의 풍경을 보며 잠시나마 상처를 토닥여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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