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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끝나고 시작되는 이야기
by 사월 Jul 05. 2018

너만의 세상을 만들어

<잉글랜드 이즈 마인>_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나와 비슷한 감정적 흐름을 가지고 있는 영화를 만날 때가 있다. 지금 내가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들,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들, 가장 많이 관심 갖고 있는 것들을 모두 담아 놓은 듯한, 빼곡히 모아둔 듯한 그런 영화. 그런 영화를 만나게 되면 참 반갑다. 그리고 고맙다, 생각하게 된다. 지금 이 순간에 만나게 되어 정말 다행이야,라고. 나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주는 것 같아서 위로가 되는, 그런 영화. 나에게 <잉글랜드 이즈 마인>이 그런 영화였다. 아주 잔잔한 흐름으로 인물의 미세한 변화를 조금씩 전해주는데, 그 미세한 변화에 따라 지난날의 내가 떠올랐고, 네가 떠올랐고 현재의 나를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던 영화였다. 그래서 더 많은 걸 느끼게 해줬고, 그래서 끝나고 난 뒤에 따뜻한 위로를 전해받았던 영화. 한동안 이 영화를 사랑하게 될 것 같다.







잉글랜드 이즈 마인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음악을 잘 모른다. 특히 팝송은 더더욱 모른다. 몇몇의 좋아하는 그룹들은 존재하긴 하지만, 엄청난 덕질을 할 정도의 관심을 갖고 있진 않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를 보러 가기 전, 조금 걱정을 했다. 더 스미스, 라는 전설적인 그룹은 이름만 얼핏 알고 있지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어서 혹시나 영화를 잘 이해하지 못할까 봐, 그래서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기 때문에.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처럼 더 스미스라는 그룹을 몰라도, 더 나아가 음악을 잘 모른다고 하여도 이 영화를 보기에 큰 걸림돌은 없을 것이다. 되려, 나는 몰라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이 영화는 전설적인 그룹의 음악적인 모습보다 그들 역시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흔들리는 청춘이었다는 말을 더 전하고자 했으니까. 이미 겁을 먹고 간 탓일까. 아니면 요즘 내가 흔들리고 있는 모습과 비슷해서일까. 나는 남들보다 이 영화를 보며 느꼈던 감동이 더 컸던 것 같다. 엔딩 크레딧과 함께 흘러나오는 노래에 눈물을 왈칵 쏟아버릴 뻔했으니까 말이다.



오스카 와일드를 좋아하는 문학청년 ‘스티븐’은 세무사의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다. 
 무명의 천재로 지내는 게 지겨운 그는 밴드를 결성해 새로운 세상에 나서기를 꿈꾼다. 
 우연히 만난 예술 감각과 지적인 매력을 지닌 아티스트 ‘린더’ 덕분에 
 음악에 대한 꿈이 더욱 절실해진 스티븐은 기타리스트 ‘빌리’와 함께 무대에 설 기회까지 갖게 된다. 
 과연 그는 자신만의 영국을 찾아 나갈 수 있을까? 
  
 라디오헤드, 오아시스 등 뮤지션의 뮤지션이자 브릿팝의 셰익스피어 
 ‘더 스미스’의 리드 보컬 ‘모리세이’의 숨겨진 오프닝 트랙이 공개된다!



그도 흔들리는 청춘이었음을

 이 영화는 위에서 말했듯이, 흔한 음악영화가 아니다.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그랬다. 우리가 흔히 알고 봐왔던 음악영화들처럼 그룹이 결성되는 과정, 음악이 만들어지는 모습, 그리고 마지막에 그들이 공연하는 모습으로 끝을 맺는, 그런 음악 전기 영화가 결코 아니다.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자신의 꿈을 애달프게 바라보고 있는 한 사람에 대한 영화,라고 말하는 것이 이 영화를 표현할 수 있는 정확한 말이지 않을까 싶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전설적인 그일지라도, 그 역시도 우리와 다르지 않게 몹시도 흔들리는 청춘이었음을 이야기하는 영화. 스티븐은 문학적 감성이 촉촉이 스며들어있는 문학청년이며, 음악을 몹시도 사랑하는 보편적인 청년의 모습으로 영화 안에 존재한다. 그리고 꿈에 대해,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고뇌하는 우리와 같은, 나와 같은 청춘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변변한 직업 없이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혼자서 끊임없이 글을 쓰던 그는 밴드를 결성한다는 쪽지를 보고 용기를 내어 약속 장소에 찾아가지만, 용기를 냈던 처음의 마음가짐과 다르게 인사조차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만다. 그리고 그는 계속해서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의 선택 앞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주저하기를 반복한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타기를 하는 그는 어쩔 수 없이 돈을 벌기 위해 세무서에 취직해 돈을 벌지만, 그런 일을 하면 할수록 예술에 대한 갈증이 점점 더 커지기만 할 뿐이다. 그러나, 그러한 마음이 들지라도 그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꿈을 향해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여전히 주저하기만 했다.



너만의 세상을 만들어

 영화 안에서 스티븐은 꿈을 갖고 있음에도, 자신 스스로를 무명의 천재라, 칭하면서도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며 계속해서 주저하고 방황한다. 운이 좋게도 주변에선 그의 꿈과 재능에 대해 끊임없이 응원해주고 할 수 있다, 용기를 북돋아주지만 그는 꽤나 오랫동안 꿈에 대한 확신을, 자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한다. 그러다 우연히 참여하게 된 공연에서 꽤나 좋은 평가를 받게 되고 이제야 자신이 꿈꿔왔던 이상으로 날아갈 수 있을 거라 한껏 들뜨게 된다. 그러나 그 기회는 끝내 좌절감을 안겨주며 그에게 꽤나 긴 방황의 시간이 갖게 만들고 만다. 그렇게 방황을 하며 힘들어하는 스티븐에게 스티븐의 엄마는 이런 말을 한다. 너만의 세상을 만들어, 오직 너만이 유일한 너야,라고.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생각했다. 영화 초반에 보였던 스티븐의 모습은 지난날의 나와 매우 닮아있다고. 그는 비록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지만, 끊임없이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옮기며 자신의 생각을 펼쳐나간다. 꽤나 간절한 마음으로,  꽤나 애끓은 마음으로 음악을 바라보는 그지만, 쉽사리 용기 내지 못하고 번번이 주변을 맴돌기만 한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가 찾아왔고 기대했고 꿈을 꿨지만, 끝내 좌절하고 마는. 그래서 오랫동안 방황하게 되는 그의 모습은 꽤나 오래전 내가 겪었던, 그리고 여전히 방황하고 있는 지금의 내 모습과 많이 닮아있었다. 


 그래서일까. 그가 주저하는 모습을 볼 때, 우연히 찾아온 기회에 들뜬 모습을 볼 때, 끝내 기회가 무산되고 다시 어두운 늪에 빠져드는 모습을 볼 때, 그리고 엄마가 찾아와 할 수 있다며 용기를 주는 모습을 볼 때 따뜻한 위로와 가슴 시끈한 아픔을 동시에 느꼈다. 그리고 그가 길고 긴 방황을 끝으로, 진정 자신이 꿈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 때, 꿈에 도전할 마음가짐이 되었을 때 보였던 그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았다. 영화를 다 본 뒤, 집으로 가는 길에 내내 혼자서 생각했다. 그가 나에게 말을 해주는 것 같았다, 고. 흔들려도 괜찮으니, 포기만 하지 말라고. 끝내 누가 뭐라 하던, 결과가 어찌 되었던,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지 않고 펼쳐내어 나만의 세상을 만든다면,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을 꾸준히 해나간다면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고, 행복해질 거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두 손 벌려 나를 응원해주는 것 같았다.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괜히 위로받는 느낌을 받게 된다. 내가 별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만의 세상에 갇혀 사는 사람이 아니라는 확신을 얻을 수 있어서. 나 역시 그들처럼 조금 더 용기를,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서 좋았고, 너무나 좋았다. 사실 이 영화를 보러 가는 길이 꽤나 멀었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집으로 가는 길이 멀어서 그다음 날의 일상까지 체력적인 피로감을 느끼게 만들었지만, 이 영화를 보러 간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았다. 바닥난 신체적 체력과는 다르게 내 마음속의 체력을 꽤나 길러주었기 때문에. 그래서 기뻤다. 다시 늪으로 빠질 뻔한 마음을 꺼내 주어서. 다시 나를 토닥토닥 안아주어서. 용기를 더 내어 지금보다 더 바삐 움직여도 된다 말해주는 것 같아서, 기뻤다. 그래서 그대들에게도 이 영화를 꽤나 간절한 마음으로 추천해주고 싶다. 용기가 필요한가요. 방황을 하고 있나요. 흔들리는 청춘을 맛보고 있나요. 그렇다면 이 영화를 보세요. 누군가는 지루하다 느낄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말할 수도 있지만, 저처럼 꿈에 꽤나 목말라 있는 사람이라면, 꿈 앞에 주저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주 단비 같은 영화가 되어줄 테니까요.  


 너에게, 우리에게, 그대에게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 위로를 해주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느꼈던 그 벅찬 감동을 그대들도 이 영화를 통해 느꼈으면 좋겠다. 그래서 지금 나처럼 조금 방황했던, 그래서 조금 두려웠던, 무서웠던, 겁을 냈던, 불안해했던, 초조해했던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예상하지도 못했던, 예상하지도 않았던 위로와 감동을 이 영화를 통해 얻었으니, 꽤나 강력한 에너지를 받았으니 그대에게도 그 힘이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우리 모두 흔들리며, 주저앉으며, 다시 일어서며, 그리고 이 곳에, 이 세상에 몸을 맡겨 나만의, 우리만의 세상을 만들어보아요.


*영화 <잉글랜드 이즈 마인>의 리뷰는 브런치 무비 패스로 영화 시사회 감상 후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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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낡고, 오래된 것들을 좋아합니다. yead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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