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사랑하게 되실 거예요

<프롤로그>_러브레터

by 사월


저 자그마한 어린아이는 타고난 식성만큼이나 시간을 우적우적 먹으며 자라난다. 예상보다 조금 더 길어진 팔과 다리를 가진 채. 저 자그마한 어린아이는 우적우적 먹어치운 시간을 따라잡기 위해 부단히 속력을 내어 달려보지만 예상보다 조금 더 길어진 팔과 다리를 따라잡기엔 언제나 역부족이었다. 저 자그마한 어린아이는 성질이 고약해서 앞서 나가는 팔과 다리를 따라가는 것을 포기하고 더 멀리 도망가는 방법을 택한다. 반대로. 반대로. 반대로. 예상보다 조금 더 길어진 팔과 다리가 보이지 않을 만큼 반대로 반대로 반대로 도망친다. 다시 되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까마득하게 모른 채. 타고난 식성만큼 또다시 시간을 한 그릇 비워낸 저 자그마한 어린아이는 되돌아가는 방법을 찾지 못해 그 자리에 머무르게 된다. 서서히 불안해하면서. 어쩌면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도 몰라. 평생 이렇게 가까워질 수 없을지도 몰라.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나를 사랑하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남을 사랑하는 것보다 나를 사랑하는 일이 더 어려웠다. 남의 고통은 쉬이 감싸 안아주더라도 나의 고통은 '또 나약한 소리 한다'는 꾸지람으로 되돌아왔다. 남에게는 영화 캐릭터 해석하듯 구체적이고도 넓은 포용력으로 이해하려 노력하면서도 나에게는 언제나 '내가 알고 있는 나'에 국한되어 바라봤다. '내가 알고 있는 나'안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려 하면 꼴 보기 싫다는 비난의 소리가 즉각적으로 날아왔다. 나를 이해하는 일은 그 무엇보다 어려웠고 가까워지려 노력할수록 약 올리듯 더 멀리 달아나버리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평생 가까워지거나 좋아할 수 없는 상대가 되어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럴 때마다 사진 속 자그마한 어린아이가 말을 걸어왔다.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을 하고 있는 저 자그마한 어린아이가 나를 올려다보며 이렇게 말을 걸어왔다. 분명 사랑하게 되실 거예요. 분명 저를 사랑하게 되실 거예요. 분명 당신 안에 있는 그 자그마한 어린아이를 사랑하게 되실 거예요.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 사근하게 속삭이면서도 사뭇 단호한 말투였다. 갑자기 무슨 뚱딴지같은 말인가 싶어 자그마한 어린아이를 빤히 내려봤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저 자그마한 어린아이. 또래보다 유난히 키가 크고 덩치가 컸던 아이. 큰 덩치 때문에 자꾸 눈에 띄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내성적이었던 아이. 언제나 몸의 성장을 따라가기 벅찼던 아이. 저 자그마한 어린아이를 이해하게 되면 지금의 나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혹시나 싶은 마음으로 내 이야기를 써보기로 한다. 저 자그마한 어린아이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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